<순례자의교회>

김승범 기자가 직접 걸으며 오감으로 느낀 특별한 공간을 하나씩 소개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사색이 있는 공간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편집자 주>

학생시절부터 교회는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쉼터였고, 안식처였다. 그만큼 기억할 때마다 그립고 소중한 관계들과 은혜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공동체교회에서 개인으로 신앙생활의 구조가 달라지며 홀로 길 위에서 갈 길을 찾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때는 그렇게 교회에 의지하는 모습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떤가.

제주올레길에서 만난 작은 교회
제주에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라 불릴 만큼 작은 교회가 있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2410번지 길가에 있는 “순례자의교회”다. 2011년 교회다움에 대한 기도와 헌신자들의 열매로 만들어진 교회다. 교회를 세운 김태헌 목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차별이 없으며 필요와 결핍을 채우고 회복시키는 예수님의 삶이 순례자의교회를 통해 펼쳐지길 소망한다. 제주올레길 13코스 시골마을 길가에 홀로 서 있어서 더욱이 순례자들의 방문이 많은데, 크리스천이 아니어도 소원이라도 빌고 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무료로 아주 최소한의 인원만 모여 작은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 신부의 모습도 보게 된다.

교회로 들어가는 정문에는 ‘좁은 문’이라고 쓰여 있다.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다. 잘 가꾸어진 잔디마당을 걸어 교회에 들어서면 2.4평 남짓 서 너 명 들어갈 정도의 예배당이다. 찬송가가 들리고 자연스레 무릎 꿇고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장목재의 따뜻함과 전면의 회색벽돌 가운데 스테인드글라스창이 소박하다. 1인 기도실로 적격인 듯. 방문객들도 코로나 여파로 줄을 서서 순서대로 개인시간을 갖는다. 정문 옆 기도바위는 세상을 나가기 전 기도하는 마음을 주려는 듯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정문을 나가면서 들어갈 때도 좁은 문으로 들어왔지만 세상을 향해 나갈 때도 겸손한 마음으로 나가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이곳 교회가 지어지고 7년 만에 제주 북동쪽 회천동에 2호, 2020년 인천시 강화군 교동면에 3호 순례자의 교회가 지어졌다. 앞으로도 전국 16곳에 순례자의교회를 세우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나의 성전, 나의 길
길 위에서 만난 작은 교회. 사실 우리 모두가 ‘길 위에’ 서있다. 각자의 길에 서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우리는 어느 길이 더 좋은지 많은 길들을 물었고, 좋은 길을 가는 사람들의 뒤를 많이 따라다녔다. 그 길이 내 길이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따라갈 수 없는 길도 많았다. 그러다 어리석은 사람의 길도 따라갈 때도 있었는데, 결과는 많은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두렵지만 두리번거리지 않고 온전히 내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지만 언제든 묻고 안식할 수 있는 내면의 성전이 있기에 재차 용기를 내어본다.

사진·글 =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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