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위한 ‘감사의 제언’

감사운동을 펼쳐온 지 30년이 되어간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어린 시절, 긍정일기를 쓰며 현실을 극복하려 애쓰던 형에게서 ‘감사’를 배웠다. 그 후 오프라 윈프리의 감사일기 이야기를 듣고 본격적으로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대학에 출강하면서, 교수가 되어서 제자들에게 하루에 3~5가지의 감사일기를 쓰게 했다. 이후 캠퍼스를 중심으로 벌인 감사일기 쓰기는 강의와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지며 여러 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요즘엔 감사일기 쓰기가 교회와 학교, 군대, 교도소, 심지어 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사회생활을 해보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표현을 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사람이 좋다. 그런 이들 중에 그래도 그리스도인이 많은 것 같다. 사실 ‘감사’라는 말을 가장 자주, 많이 쓰는 곳은 교회일 것이다. ‘감사’는 교회가 사회와 공감할 수 있는 좋은 키워드라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교회가 감사운동을 더 체계적으로 활발히 전개해서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추수감사절을 두어 달 남긴 지금, 교회의 감사운동에 대해 미리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감사를 ‘11월’, ‘추수’라는 틀에 가두지 말자
어느 교회는 주일예배 때 2분 정도 개인적으로 ‘감사기도’를 드리는 순서를 갖는다. 목회자는 이처럼 성도들이 평소 감사의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구약의 맥추감사절, 미국 청교도들이 지낸 추수감사절을 뿌리로 11월에 ‘추수감사절’을 지내고 있다. 우리에게 맞는 추수 시기는 한가위니 ‘추수감사절’을 더 넓은 뜻을 지닌 ‘감사절’로 이름을 바꾸고, 시기도 한가위 전후로 조정하면 어떨까? 그리고 ‘추수’를 넘어 생활 전반의 감사로 개념을 확대하는 게 옳지 않을까.

‘감사’를 ‘감사일기 쓰기’에 가두지 말자
감사의 중요성을 인식한 교회들은 기간을 정해 감사일기 쓰기를 전개하고 있다. 감사일기는 하나님의 은혜와 다른 사람의 베풂을 매일 기록하는 일기로, 자기 삶 속에서 감사를 찾게 하는 매우 효과적인 훈련 과정이다.
그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 결과로 입증되고 있는데, 중요한 건 ‘일기’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는 변화이다. 감사일기 쓰기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은혜 속에 살고 있는지를 자각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일기를 쓰는 것보다 그 과정을 통해 ‘변화’를 체험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 기록 자체에 목적을 두지 않도록 주의하면 좋겠다. 성경 필사본을 잘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말씀대로 사는 일이듯이.
또 하나 경계해야 할 점은 감사일기 쓰기의 수단화다. 군대나 기업이 구성원들에게 감사일기를 쓰게 하는 목적은 개인의 행복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것을 경영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감사일기 쓰기의 1차 목적은 내 삶 속에서 감사할 일을 찾아보는 것이고, 2차 목적은 그걸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다. ‘기억’보다는 ‘기록’이 오래 간다. 감사일기는 잊지 않기 위한 기록(수단)이다. 그러니 지난 일기장을 들춰보면서 감사를 반추해보는 게 중요하다.

내적 묵상 단계에서 벗어나 외적 소통 활동으로
예수님께 한센병 고침을 받은 열 명 중 고마움을 표현한 이는 단 한 명뿐이었다. 주님은 그에게 ‘영혼 구원’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주셨다. 감사는 표현이다. 표현을 생략하면 안 된다. 감사를 내적 묵상활동에서 꺼내 표현해야 한다.
감사일기 쓰기 단계에서 벗어나, 감사할 대상에게 표현을 할 때 감사가 완성된다. 감사를 혼자 감상하는 건 감사가 아니라 ‘묵상’에 불과하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직장에서 적어도 하루에 열 번 이상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별 말씀을요”, “저도 고맙습니다”, 천만에요“라고 적절히 응답해야 한다. 그래야 감사가 순환된다.

‘감사 인사 하기’에서 ‘감사 인사 받기’로
세상에는 남으로부터 신세를 지며 살아가는 ‘테이커(Taker)’형 인생과 남에게 도움을 주는 ‘기버(Giver)’형 인생이 있다. 테이커 형의 감사일기장은 자신이 받은 리스트만 적혀 있다.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베푼 이야기는 없다. 이걸 살려야 한다.
남에게 뭔가를 베푸는 걸 배려(配慮)라고 한다. 예수님께서는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당부하셨는데, ‘누군가 내게 이런 걸 해주었으면’ 하는 걸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해주는 게 배려다.
만델라가 강조한 ‘우분투(Ubuntu) 정신’의 뿌리는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이웃 사랑이다. 우분투 정신은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 있는 것을 필요한 이들과 나누며 서로 용서하자는 뜻이다. 독점을 향한 무한경쟁을 배우는 우리 청소년들, 한국 사회 공동체의 미래가 염려스럽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우리의 생활 속에는 ‘남 생각 안 하는’ 사례가 차고도 넘친다. 주차, 공공시설 이용, 쓰레기 처리 등에서 “내가 먼저 있어야 네가 있다”라는 생각이 가득한 것 같다.
배려란 사실 그리 엄청난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마음을 쓰는 것이다. 택배 기사를 위해 박스에 손잡이 구멍을 만들어주는 게 배려다.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7장에서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라고 가르치신다. 테이커만 되지 말고 기버가 되라는 당부다.
감사는 배려로 성장해야 한다. 감사가 또 다른 감사를 낳듯이, 내가 베푼 배려는 아름다운 부메랑이 되어 내게 다시 돌아온다. 다른 사람의 감사일기에 내가 등장하는 게 바로 배려다. 다른 사람에게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고맙습니다!” 인사를 받는 건 더 좋은 일이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가정에서, 교회에서, 직장에서 적어도 하루에 열 번 이상은 “먼저 하십시오”, “잘했습니다”, “힘내세요”, “잘 될 거예요” 이런 말을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

감사에서 배려로, 배려에서 사과와 용서로
감사하고 배려하며 살아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갈등, 오해가 생기기 나름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해주는 열쇠가 사과, 용서다. 자기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를 구할 때, 그 사과를 받아들일 때 깨진 관계는 회복된다. 사과, 용서는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최고의 소통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이렇게 기도하라 하셨지만 우리는 왜 사과와 용서를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습이 안 돼 있다. 그러다보니 영화 <밀양> 이야기처럼 잘못된 사과, 잘못된 회개의 모습이 일상에서 나타난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잘못을 사과(회개)하고 용서를 받아야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는데, 그것이 잘 이뤄지지 않으니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져 죄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가정에서, 교회에서, 직장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미안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라고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라며 관용해야 한다.

‘은혜-감사-배려-사과·용서’의 사이클
율법사가 예수님을 시험하고자 계명(복음)의 핵심을 묻는 장면이 마태복음 22장에 나온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해주신다. 그리스도인은 이 두 가지를 절대적으로 지향해야 한다.
필자는 ‘감사’, ‘배려’, ‘사과와 용서’의 3단계를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 싶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로부터 영원한 생명과 용서의 은혜를 입는다. 그러니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 또한 이웃들로부터 많은 도움과 배려를 받으며 산다. 그러니 마땅히 감사해야 한다. 그게 1단계다. 2단계는 받은 은혜를 이웃들에게 베푸는 배려다. 3단계는 다른 사람이 내게 잘못할 때 용서하고 내가 그들에게 잘못할 때에 사과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 먼저 회개하는 것이다. 그래야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용서를 하시고 다시 은혜를 베푸신다.
오늘 우리 교회의 위기는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삶의 열매가 비신자와 별 차이가 없어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감사-배려-사과(용서)의 사이클을 순환하며 구체적인 삶의 열매를 풍성히 맺을 때, 우리 삶의 현장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시리라 믿는다.

이의용
아름다운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잘 가르치는 교수’와 ‘내 인생을 바꾸는 감사일기’ 등 43종의 저서가 있다. 대학과 교회, 기업 등에서 소통, 교수법, 인생설계, 감사 등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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