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성서식물원 ‘비블리아’

김승범 기자가 직접 걸으며 오감으로 느낀 특별한 공간을 하나씩 소개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사색이 있는 공간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편집자 주>

오감으로 이해되는 성경 식물
어릴 적 주일학교에서 성경을 배울 때면 생소한 이름의 나무들과 열매들의 이름을 듣게 된다. 로뎀나무, 종려나무, 무화과나무, 쥐엄나무열매, 석류열매, 유향나무열매, 감람나무 열매, 겨자씨 등 하지만 이름만 외우는 수준의 지식이었다. 시간이 흘러 하나둘씩 직접 맛보고 체험할 수 있게 되었는데, 오감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은 같은 성경말씀이라도 더 현실적인 상상력을 갖게 해주었다.
뒤늦었지만 그 간극이 좁혀지는 경험을 ‘제주성서식물원 비블리아’에서 하게 됐다. 이스라엘 성지에 가지 않아도 성경에 나오는 식물들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국내유일의 성서식물원이다. 식물원 원장인 이태용 목사는 제주 여미지식물원 화훼부장으로 20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독교적 식물원의 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이스라엘에서 머물며 종자를 얻게 되었고, 10여 년의 시간동안 파종하고 연구하면서 2013년 식물원을 개원하였다.
종자에 따라 기후가 맞지 않아 어려움도 있었지만 현재 110여 종의 성경에 나온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4000평의 대지에 인공미가 절제된 자연스러운 정원 같은 식물원이다. 성서 식물뿐 아니라 계절별 꽃과 나무들도 발걸음마다 맞이하는데, 길을 따라 걷는 내내 은은히 풍기는 각종 허브향이 머리를 맑게 해준다.

이태용 원장의 설명 들을 수 있어
혼자서도 관람과 공부가 되지만 사전예약을 하면 이태용 원장이 직접 성서식물 해설과 올리브차로 접대한다.
중국의 감람나무와 비슷하여 올리브나무를 감람나무라 부르는데, 감람나무와 올리브나무는 다른 종이라는 것. 종려나무도 우리나라의 종려나무와 비슷하여 그렇게 불렸는데, 원래는 대추야자나무다. 키도 야자수처럼 크고 열매는 한 다발에 천 개씩 열리는 대추야자열매는 당도가 높아 절여서 먹고 시럽으로도 먹는다. 야곱의 아들들이 요셉 총리에게 가져간 선물 중의 하나인 유향나무 열매인데, 유향나무도 실은 피스타치오 나무다. 또한 탕자가 먹고 싶어도 못 먹은 쥐엄나무 열매 또한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쥐엄나무열매와 비슷하여 지어진 이름인데, 원래는 캐럽나무라 불리며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과 가축의 음식으로 쓰였다. 그러나 현재는 오히려 영양가 높은 값비싼 식재료로 쓰인다고. 다른 이름으로는 요한나무, 메뚜기나무로 불리며 세례 요한이 먹은 메뚜기를 이 열매로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약효와 효용성 등 쓰임새마다의 의미와 가치를 배웠다. 허브는 주로 식재료로도 쓰였지만 약성을 이용한 치료제와 몸과 마음을 정결케 하는 중요한 역할도 했다.

척박한 땅에서 향기 있는 사람이 되길
광야와 사막에서 자란 식물들은 대체로 향이 강하며 가시가 있고 뿌리가 깊다고 한다. 선인장들은 뿌리가 짧지만 줄기와 열매에 최대한 물을 저장한다. 유대인들이 자녀에게 교육할 때도 강한 식물들을 비유하며 가르친다고 한다. 광야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받고 염원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겐 기름진 땅과 풍요가 있는 곳에 정착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현실이었을까.

힘들어도 절실함이 있는 사람과 절실함이 없는 사람은 가는 길이 다르다. 절실하기에 안주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마음의 힘이 더 있다. 절실하지 않으면 찾지 않고 견디기보다는 피할 길을 찾는다. 절실하게 살고 견뎌낸 사람에게는 향기가 있고 남을 도울 힘이 있다. 로뎀나무는 잎이 무성한 큰 나무인줄 알았다. 그런데 싸리나무처럼 크지 않고 줄기가 많고 잎이 가는 나무다. 한 사람 겨우 몸을 숨길만한 나무다. 그렇게 엘리야의 쉼터가 되어준 나무다. 그래, 크지 않아도 높지 않아도, 한 사람 쉴 수 있는 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진·글 =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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