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라이스 잼잼 웹툰과 함께 보는 사진 앨범 1>

조경규 지음, 방현선 찍음, 송송책방, 2021년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떠올리면 ‘우연은 필연이다’라는 관계성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필요로 했던 사람이 그것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소망과 필연이 그것을 가져온 것이라는 의미인데, 내게도 그렇게 다가오는 듯한 사람이 있다. 낭만적인 첫사랑 이야기가 아닌데도 말이다.
20여 년 전, ‘엽기’라는 콘셉트가 유행할 때 기묘한 상상력과 이야기가 결합한 작업을 내놓았던 ‘피바다학생공작실’을 통해서였는지, 아니면 ‘황신혜밴드’의 구성원으로 음악 축제 무대에 오른 모습을 통해서였는지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나만 그를 독특한 사람이라고 인지하던 때였다.
대학 졸업 후, 잡지 등을 발간하는 콘텐츠 회사에 들어간 나는 계속되는 야근과 밤샘으로 보냈는데, 어느 마감 날 저녁, 연재 칼럼 필자가 잠수를 탔다. 잡지는 내일 당장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때 유비의 아들을 구하려고 적진에 뛰어든 조자룡마냥 등장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펑크가 난 페이지를 채워달라며 그림을 발주한 시간이 저녁 8시. 오늘 집에 들어가긴 다 틀렸다고 생각할 때였는데, 밤 10시쯤 단 2시간 만에 그가 그림을 완성해서 메일로 파일을 보내왔다. 클라이언트 뒤에서 그림자처럼 조용히 일을 해치운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블루 닌자’라는 작업명이 실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어느 날 그가 자기랑 오누이처럼 닮은 분이랑 결혼을 한다며 인사를 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그림을 그려서 먹고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그의 결정은 조금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는데, 그러다 디자이너로 중국에 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내 이름은 팬더댄스>, <차이니즈 봉봉클럽>, <오무라이스 잼잼> 등의 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생활 속에서 중국을 경험한 그가 중국인이 외국 음식을 다루는 방법을 보고 한국인이 외국 음식을 다루는 것과 비교하며 여러 음식 문화를 그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들은 웹툰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그가 사인회를 하면 줄이 100미터 이상 이어질 정도의 유명인사가 되어 버렸다.
“아빠~. <오무라이스 잼잼 웹툰과 함께 보는 사진 앨범>이 새로 나왔어요. 용돈 대신 이 책을 사주세요. 아빠가 학교 다닐 때는 급식 대신 도시락을 싸갔다면서요, 커다란 방망이처럼 생긴 소시지도 먹어봤어요? 저도 오늘 저녁에는 조경규 아저씨 네처럼 분홍색 소시지를 먹고 싶어요!”
그가 펴낸 모든 책을 수십 번 읽어내며 말끝마다 ‘조경규 가라사대’로 대화를 시작하는 작은아이가 새 책 출간 소식을 다급하게 알려왔다. 덕분에 옛날 추억을 방울방울 소환. ‘연락한 지 몇 년은 지난 것 같은데, 오늘은 안부 문자라도 보내볼까나?’

장다운
보름산미술관에서 미술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전에는 문화예술 관련 단행본을 만들었다. 스포일러 성격의 리뷰 글보다는 어떤 책인지 너무 궁금해져서 일부러 책을 사게 만드는 이야기를 하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연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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