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에 더욱 그리운 공간 <놀이터>

ⓒ 문종훈 글ㆍ그림, 늘보의섬

코로나 19를 겪으며 모든 공간과 시간이 정말 소중했구나 새삼 느끼게 됩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며 어른들은 담소를 나누던 놀이터는 예전의 활달했던 풍경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 날을 기다리며 문종훈 작가가 쓴 그림책 <놀이터>(출판사 늘보의 섬)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놀이터>의 겉표지는 본문의 장면들을 긴 조각으로 오려붙인 듯 디자인하였습니다. 아이가 쓴 듯 삐뚤거리는 글자의 작가명 왼편에는 구멍을 내 그 안에 세모와 동그라미로 구성한 표지의 제목이 보입니다. 면지에서 다음 장면까지 이어지는 색감은 어스름 짙은 새벽을 그려 놀이터의 시작을 나타냅니다. ‘놀이터의 하루’를 보여주는 그림책은 원경과 근경을 교대로 보여주며 놀이터의 전체 상황과 그 안에 얽혀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자세히 그려냅니다. 펼침 면 중앙에 위치한 종합놀이시설의 시계에 따라 놀이터의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놀이터 전경이 그려진 장면에 등장하는 글은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묘사하여 위에서 내려다본 놀이터의 곳곳에서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침 출근길과 통학 길을 바삐 오가는 사람들부터 쓰레기를 줍거나 운동하러 나온 노인들, 사랑방처럼 모이는 노인들, 인근 어린이집에서 실외놀이를 하러 온 영아와 선생님,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들로 놀이터의 오전은 분주합니다. 여기에 오후로 넘어가면서 방과 후 놀러온 초등학생까지 가세하여 그야말로 놀이터는 인산인해를 이루지요. 그림책에서 놀이터의 절정은 3시 반입니다. 가장 다양한 연령대의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놀이터의 시간은 사계절을 지나는 동안 꾸준히 그 모습을 유지합니다.
저녁때가 되면 놀이터에서 밥 먹으러 오라는 엄마의 목소리와 귀갓길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놀이터의 밤은 여전히 아쉬운 듯 머무는 가족의 소리, 속삭이는 연인 소리, 밤길을 오가는 고양이 소리와 더불어 새로운 아침을 준비합니다.

놀이터의 시작과 끝이 거의 비슷한 모습과 색감을 나타낸 그림책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 속의 소중한 순간들을 담아내었습니다. 놀이터의 전경을 표현한 장면에서 울타리는 그림의 프레임처럼 그 안의 그림에 주목하게 합니다. 이어지는 근경은 여러 조각의 프레임에서 놀이터의 구석구석 어울리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이 하는 놀이와 행위, 그리고 거기서 빚어지는 표정들을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한 장면씩 들여다보면 우리의 추억이고, 잃어버린 일상의 단면이라 더 정겹습니다.

우리에게는 각자 놀이터와 같은 공간이 있을 것입니다. 격의 없이 어울려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 말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며 나누는 관계는 서로의 위로와 기쁨,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관계가 매번 좋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림책의 작은 장면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처럼 때로는 싸우기도 울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림책의 놀이터처럼 지속하는 관계는 습관처럼 각자에게 견고한 신뢰의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관계를 경험하며 배워나가야 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서 놀이터가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연혜민
동명대학교 유아교육과 조교수이며, 한국기독교유아교육학회 이사, 성균관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그림책전문가과정 강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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