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위한 맨처음 세계사>
윤종배·이성호 지음, 전국역사교사모임 원작, 이우일·이우성 그림, 휴먼어린이, 2015년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거두절미, 소개할 책이 바닥났다. 그동안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마감 날짜가 따로 필요하지 않을 만큼 미리미리 원고 쓰기를 마쳤으며, 소개할 책을 고를 때에도 여러 후보군 가운데 어떤 책으로 결정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던 모범적인(?) 필자였는데.
타고난 독서광도 아닌 내가 이처럼 책과 가까워진 것은 동네에 새로 문을 연 도서관 덕분이었는데, 현재 도서관은 코로나 탓으로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문을 닫아 놓고 있다. 부품이 없어서 완성차를 만들지 못하는 자동차 공장이라도 된 것처럼 나 또한 도서관에 갈 수가 없으니 책을 볼 수가 없고, 그래서 책 소개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빠져버린 것이다. 도서관이 다시 문을 열 때까지 원고 마감 일정을 유예해 달라는 긴급재난 신청이라도 해야 할까?

어떤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을 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하는 것은 모든 일의 기본. 삶과 책을 엮어서 소개하는 것이 연재의 기획 의도였는데, 그렇다면 요즘의 나는 책을 전혀 읽지 않는가 하고 점검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내가 거의 매일 꾸준히 읽는 책이 있기는 했다. 바로 <초등학생을 위한 맨 처음 세계사> 시리즈.
도서관의 어린이 코너에서 발견하고 1권부터 7권까지 모두 읽었는데도 한번 읽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 아예 전권을 구입해 놓고 집에서 전부 다시 읽었으며, 요즘 또다시 처음부터 읽는 중이다. 이 책은 시간 범위별로 역사를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고, 낯선 지명과 인물, 민족 등을 소개하며, 지도와 도표 그리고 다채로운 사진 자료 따위를 아주 잘 풀어낸다.

이토록 좋아하는 책이면서 나는 여태 왜 이 책을 소개하지 않은 것일까?
잠시 생각해 보니 이유는 분명했다. 나에게 이 책은 사전 같은 책이었던 것이다. 곁에 두고 계속해서 읽고 수시로 참고하지만 너무 가까이 있어서인지 새롭게 소개할만한 책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유는 또 있다. 제목에 ‘초등학생’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다 보니 행여 어린이들이나 읽는 수준의 책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만화로 그려진 책은 어린이 영역이라는 편견이 책을 만드는 사람이나 책을 읽는 사람 모두에게 있는 듯한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계사가 다루는 방대한 학습량에 지치기는 어른도 마찬가지. 오히려 만화와 같은 장치가 어른이 이 책을 읽을 때에도 숨통을 트여 준다.

이 책이 유용한 팁 하나! 요즘처럼 신혼여행조차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시기에는 EBS TV ‘세계테마기행’ 같은 프로그램에서 대리만족을 느껴야 하는데, 이 때 이 책을 함께 펼쳐보면 보는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2008년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지구촌 안 가본 데 없이 다녀간 세계테마기행이 요즘은 멋진 풍경뿐만 아니라 생태, 역사, 옷, 건축, 요리, 농사, 무술, 춤 등 온갖 주제를 다루는데, <초등학생을 위한 맨 처음 세계사>는 프로그램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세계 구석구석의 정보와 지식의 틈새를 공평하게 메워주는 데 매우 요긴하다. 실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 할 만하다.

장다운
보름산미술관에서 미술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전에는 문화예술 관련 단행본을 만들었다.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이 시대에 스포일러 성격의 리뷰 글보다는 어떤 책인지 너무 궁금해져서 일부러 책을 사게 만드는 이야기를 하자는 무모한 목표를 설정하고 연재를 시작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