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독서운동을 벌이고 있는 필자 기쁨지기는 많은 독서량뿐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책을 권하는 삶을 살고 있어, 우리가 원하는 ‘북 소믈리에’라 할 수 있다. 그가 권하는 향기로운 책을 만나보자.

말씀 길 걸으며 담소하듯 천천히
<김기석 목사의 365일 날숨과 들숨>
김기석 지음 / 꽃자리 / 총 3권


하나님의 말씀을 공부하고 묵상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본문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를 드리는 것이겠다. 큐티운동이 잘 정착되어 고무적이지만 본문이 길다보니 부담스럽게 여겨 건너뛰기도 한다. CBS성서학당에서 성경교사로 잘 이끌어주고 계신 김기석 목사(청파교회)가 집필한 묵상집은 ‘365일 날숨과 들숨’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선생님과 함께 천천히 길을 걸으며 담소를 하듯 그렇게 천천히 따라 읽다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지혜를 채울 수 있도록 편집되어있다. 특히 기독교 인문학적 깊은 해석은 ‘아니오’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해준다. 성경지식을 높이는 것보다 존재의 집을 짓는 삶, 예수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사는 지혜의 길로 안내해주기도 하고 순례자로 부름을 상기시켜준다. 물결이 바위를 품에 안듯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 존재 깊숙이 밀고 들어와 모난 부분을 다듬고, 통증은 치유해주며, 새로운 모습으로 빚어내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데, 저자는 독자들로 하여금 ‘반응’하도록 도전한다. 이번 성경묵상집은 1년 동안 3권을 읽도록 편집되었는데 누구나 읽기 쉽도록 새번역 본문을 사용하였으며, 가지고 다니도록 손안에 쏙 잡히고 펼치기 쉽도록 무선으로 제본되어 있다.

새롭게 만나는 성경속 여성들의 스토리
<교회 밖 인문학 수업>
구미정 지음/옥당


센 언니들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나라를 빛내고 사회를 당당히 이끌어 오는 여성들의 파워는 각계에서 돋보인다. 그러나 아직 기독교계에서는 긴 여정의 과정 속에 머물고 있는데, 이 책은 고대 성경 속에 담긴 여성들의 흔적을 찾아 책 속에서 끄집어내어 화려하게 부활시키고 있다.
신화에서 역사 속으로 걸어 나온 여인들, 대개의 역사 기술이 그렇듯, 성경 역시 남성 중심적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여성의 이야기는 역사 속에 묻혀 있다. 이 때문에 성경 속 여성들은 감춰지고, 왜곡되고, 사라졌다. 저자는 가부장제 문화 아래의 편파적인 역사 속에 감춰지고 왜곡되고 사라진 여성들을 찾아 그들의 삶을 현대의 시선으로 새롭게 조명한다.
성경 속 여성들은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수동적이지 않았다.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불의에 침묵하지도 않았다. 거리에서 몸을 파는 비천한 신분이었지만 목숨을 걸고 이스라엘의 정탐꾼을 살려준 라합, 모압 출신의 가난한 이주노동자였으나 다윗의 조상이 된 룻, 가나안에서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사사 드보라, 한낱 고아 소녀에 불과했으나 페르시아 제국의 왕후가 되어 자기 민족을 구했던 에스더 등이 그들이다.
전통 신학에서는 하와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나왔기 때문에 아담의 종속물 내지는 아담보다 열등한 존재라고, 더하여 원죄를 짓게 한 지탄의 대상이라고 잘못 가르쳤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바탕한 남성 중심의 신학에서, 아담의 갈비뼈는 여성을 오랫동안 아담에게 봉사하도록 지어진 부수적인 존재로 해석하게 만든 근원 재료였다.
그러나 저자는 하와 역시 하나님의 신비로 지어졌고, 갈비뼈는 오히려 아담과 하와 간의 연대성과 동등성을 의미하는 재료로 볼 수 있다고 새롭게 해석한다. 이 책속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차별받고 억압받으면서도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했던 평범한 할머니, 어머니, 아주머니, 언니들, ‘우리’의 이야기이며, 용감한 이야기이다.

김현호
기독교전문서점 기쁨의집 대표로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독서운동과 문화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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