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동물원 제대로 관리토록 감염병예방법 개정해야

한국 최초의 공공 동물원은 1909년 세워진 ‘창경원’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즉위한 순종을 창덕궁에 살게 하고, 그 옆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고 ‘궁(宮)’을 ‘원(園)’으로 격하시켰던 겁니다. 이후 창경원은 1983년에 ‘창경궁’으로 고쳐지고 동·식물원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집니다.

그런데 어느새 우리 생활과 가까운 곳에서 야생동물과 인간이 밀접하게 접촉하는 일들이 가능해졌습니다. 국회 한 토론회 자료에 의하면 전국 수백 곳에서 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만지고, 안아볼 수 있는 유사 동물원 시설들이 운영되고 있답니다.

문제는 이들이 동물원법 대상 시설이 아니기에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 터라 위생과 공중보건 상태가 열악하고, 동물질병·인수공통질병·신종질병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동물원법에 의해 정식 등록된 시설 역시 관리는 열악합니다. 이색 외래종 야생동물의 수입·전시를 넘어 야생동물을 번식·분양하여 더 많은 야생동물을 애완동물로 변질시키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는 야생동물과 사람 사이 밀접한 접촉을 조장하는 환경에 의해 종을 뛰어넘은 변종바이러스가 진화된 결과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신종 감염병은 인간이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과 야생동물이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생태계에 침투하고, 야생동물을 포획해 식용·장식용·애완용으로 이용하면서 변화가 일어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야생동물 유래 신종질병 발생 위험도가 높은 ‘핫스팟(hot spot)’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높은 인구밀도와 가축밀도, 고위험국 국가들과의 근접성, 대규모 인적‧물적 교류들 때문입니다. 야생동물 전시시설들과 개인이 소유한 애완용 야생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향후 중국,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우리나라도 야생동물과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사회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아무 규제도 없이 유사동물원들을 방치한다면, 신종 질병 발생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시설 외부로 유출된 외래 야생동물이 국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새로운 질병 숙주동물이 될 위험성도 크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라쿤은 유럽에서 새로운 광견병 숙주동물이 됐고, 일본에서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습니다. 아직까지도 야생동물이 보유한 인수공통전염병과 동물질병·신종질병에 대해서는 의학적 지식이 매우 부족하며, 예방법·치료법·백신도 개발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감염병으로 인해 참 어려운 상황이지만, 감염병예방법의 재개정 등 관련된 사안들을 찾아내 총체적으로 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며, 한국환경정책학회 및 대기환경학회 이사, 대한설비공학회 홍보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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