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정리가 힘든 사람들은 자신을 ‘저장강박’(호더, Hoarder)이라고 합니다. 저장강박이란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어떤 물건이든지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 두는 강박장애의 한 가지”입니다. 그냥 잘 못 버리는 정도가 아니고, 질병으로 분류될 정도로 심각하게 집의 모든 방에 물건을 쌓아두어서 집 안에 걸어다니기 위한 통로가 생길 정도의 상태를 말합니다.
원인은 정확하진 않지만 뇌의 전두엽 부분에 문제가 생겨 가치판단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라고 의사들이 짐작하고 있습니다. 졸업 앨범은 버리면 안 되지만 나무젓가락은 버려도 된다는 가치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수 없어 두 가지를 똑같이 중요한 물건으로 보는 착각을 두뇌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는 정신적 병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미국 내 조사에서는 전체 인구의 2~5% 정도가 여기에 속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만~250만 명 정도라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저장강박은 치료와 도움이 필요한 질병이기 때문에, 주변에 가정이나 가정에 그런 증상이 의심된다면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자신이나 주변에 잘 못 버리는 사람에게 저장강박이라 이름붙이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그냥 잘 못 버리는 사람일 수 있으니까요.

왜 물건을 못 버리는 것일까요? 
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물건에 감정적으로 집착합니다. 이들이 버리기 어려워하는 물건은 비싼 물건보다 ‘추억’이 깃들어있는 물건을 버리기 어려워합니다. 어릴 적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나 선물, 한 때의 취미용품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물건을 구입할 때의 가치로만 바라봅니다. 정리를 해드리러 가면 백과사전 같은 전집 세트 잘 못 버리시는 분이 많습니다. 살 때는 100만원 넘게 주고 샀지만 이제는 읽는 사람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지만 구입한 값어치를 갖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셋째, 버리는 것을 나중으로 미루기 때문입니다. 변색된 옷도 일단 뒀다가 나중에 정리해야지, 혹시 막 입을 옷이 필요할거야…. 이런 생각으로 물건이 하나 둘 쌓이면서 ‘언젠가~’ 물건들로 뒤덮이게 됩니다.

물건을 버리는 것을 연습하고 훈련하면서 습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1일1폐’, 하루 1개씩 버리기입니다. 옷장, 책장, 신발장처럼 한 공간에 많은 물건이 채워진 곳에서 수년간 사용하지 않는,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을 버려보는 것입니다. 이런 물건마저 버리기 어렵다면 냉장고, 약통, 화장대에 유통기한/사용기한이 지난 물건부터 정리를 시작해보세요. 나와 가족의 건강과 아름다움을 위해 꼭 정리되어야 할 것에는 고민할 필요가 없기에 쉽게 실천할 수 있습니다.

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 2010년 정리컨설턴트라는 직업 창직 후 정리교육과 가정, 기업을 위한 정리컨설팅을 하고 있다. 정리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하루 15분 정리의 힘> 등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정리의 힘’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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