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에 악영향 미치는 1회성 ‘오염행사’ 개선해야

풍선은 여러 가지 빛깔로 눈에 잘 띄고 보기도 좋아 홍보용·실내외 장식용으로 많이 쓰이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하늘로 날려 보내는 행사 퍼포먼스에도 자주 이용되고 있습니다. 2020년 새해 첫날에도 국내 여러 해맞이 명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망을 품고 풍선을 날렸는데, 언론에 보도된 것만 130여 건, 날린 풍선은 2만 개가 넘는답니다.

그런데 생태계 훼손 같이 그동안 간과돼왔던 풍선의 폐해가 알려지면서 풍선 날리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하늘로 떠오른 헬륨 풍선은 결국 터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고, 땅이나 물로 떨어진 고무풍선은 잘 썩지 않아 곳곳에 쓰레기로 남고 토양이나 물을 오염시키게 됩니다.

풍선에 달린 고리나 줄 등이 야생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기도 하지요. 바다에 떨어진 풍선조각은 평균 5년 정도 어류나 조류에 노출되는데 고무풍선을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한 조류, 물고기 등 야생동물들의 피해 건수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랍니다. 물속에서 허둥대는 바다거북을 구조해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풍선 줄로 묶인 것도 있었고, 식도에선 1m 넘는 길이의 풍선 줄이 나오기도 합니다. 날개에 풍선 줄이 묶인 채 매달려 있는 부엉이, 풍선 줄이 목에 걸려 심한 상처를 입은 물개 등 수많은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무풍선으로 인해 사람이 직접 피해를 입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1986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기록갱신을 목적으로 풍선 150만 개를 날린 얘기입니다. 이날 인근 호수에서 배가 뒤집혀 두 명의 어부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수색작업을 펼쳤으나 호수를 뒤덮은 풍선 때문에 떠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어 구조에 실패한 것입니다.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에선 더 이상 풍선 날리기 행사를 하지 않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더 좋은 삶을 소망하며 하늘로 날려 보낸 풍선이 역설적으로 환경을 해치고, 야생동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유사시 인명피해까지 입힐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풍선 날리는 행사들을 진행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정부는 환경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1회성 보여주기 행사들에 대한 전면적 검토와 개선에 즉시 나서야 합니다.
몇 분간 눈을 즐겁게 하려고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대기를 오염시키는 폭죽 쏘기 등도 이젠 다른 방법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요.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며, 한국환경정책학회 및 대기환경학회 이사, 대한설비공학회 홍보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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