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대형화하고 첨단기술 도입해야

라인강 하구에 위치한 네덜란드는 지형적 특성상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산업화로 인한 오·폐수 피해를 혹독하게 겪었습니다. 그때 네덜란드는 라인강 줄기를 따라 입지한 국가들과 무단 투기 및 오염을 금지토록 협약하는 등 대단한 협상력을 발휘했습니다. 더 나아가 국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토양세척기술, 수처리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투명하고 엄격하게 산·학·연을 관리합니다. 무단 폐수방류 등 환경오염을 유발한 경우 그 즉시 업체는 폐쇄 조치에 처해집니다. 네덜란드가 작은 국가임에도 세계에서 그 명성을 떨쳐온 배경에는 투명함과 청렴함, 협상력 등이 있었던 겁니다.

네덜란드는 세계 2위의 글로벌 농식품 수출강국입니다. 1950년대부터 수십 년간 정부가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노력하는 농민들을 지원·육성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결과랍니다. ‘농지통합’ 정책을 펼쳐 농장 규모를 키우고 첨단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농가들을 집중 지원해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농사를 포기하고 떠나는 이들에겐 토지를 적정가격에 쉽게 넘길 수 있도록 지원했지요. 네덜란드의 농가 수는 6만 5500호로 우리나라의 20분의 1 수준이지만, 농지면적은 우리 보다 넓은 1만 8500㎢, 농가당 경지면적은 우리의 30배 가까운 28만㎡에 달합니다. 농업총생산도 우리의 2배 가까운 540억 달러 규모랍니다. 농가 수준이 아니라 ‘농업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농사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여 만들어진 지능화된 농장 ‘스마트팜’의 필요성이 높아져 첨단온실과 축사를 짓는 배후 산업들도 자연스레 발전했습니다. 농업을 산업으로 규정하고 일정 규모 이상 대형화로 전환시킨 노력이 주효한 것입니다.

농업의 대형화와 첨단화에 따라 관련 산업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육부터 출하까지 자동화된 축사를 연구하는 기업들도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천장에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가 돼지 부피를 측정해 무게를 추산·기록합니다. 축사 내부의 온·습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하는 환기시스템도 있고, 돼지를 특성별로 구분해 각각에 맞게 사료를 배급하는 첨단 센서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축사에 들어가는 횟수가 줄어드니까 전염병 발병률이 크게 주는 효과가 있어 네덜란드 축산농가 중 절반 이상이 이런 첨단 축사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답니다.

한국의 농업 발전을 어렵게 한 배경에 미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정치와 소신 없는 정부, 남 탓하는 구습이 있습니다. 농업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고, 에너지와 물도 절약할 수 있는 지속가능발전을 이루도록 사고의 대전환과 실천이 시급합니다. 농업은 산업입니다.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며, 한국환경정책학회 이사와 녹색기술센터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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