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대 생각하는 탄소배출 저감 노력 당장 실천해야

대한민국 역사상 청소년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목소리를 높이던 때가 몇 번 있었습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해 총칼도 두려워 않고 할 말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청소년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기후변화로부터 미래를 지켜야 한다면서 말입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폭우, 가뭄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신음 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수백 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한민국은 기후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배출 대국으로 세계 7~8위 자리를 변함없이 고수하고 있지요. 한 때 녹색성장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녹색경제로 전환할 기회가 있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와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어느 순간 추진 동력을 잃어 버렸습니다. 탄소시장을 통해 배출을 억제해보려고 하지만, 이 역시 규제의 타이밍과 강도가 치밀하게 지속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수년전부터 세계 환경단체들은 한국을 ‘기후악당’이라고 비판하며 행동을 바꾸라고 요구합니다. 지구에 미치는 영향 보다 직접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덜 하지 않은데도 별다른 행동변화가 없습니다.

지난 5월 24일 서울 광화문 주변의 온도는 33℃, 체감온도는 36℃에 달하면서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이 뜨거운 날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엔 ‘524 청소년 기후행동’ 집회를 위해 청소년들이 모였습니다. 청소년들은 ‘4대 기후악당국가’라는 악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한국의 석탄화력 발전 비중이 41.9%로 상승했고, 온실가스배출 증가율도 OECD 국가 중 1위라고 강조합니다. 청소년들은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국민들의 무관심입니다. 당장 급한 일이 아니라며 눈길을 돌리는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인식이 더 두렵다고 합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록 변함없는 입시위주의 학과목 편성과 교육시스템은 지구시민으로, 한국민으로서 제대로 배울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2013년 환경교육진흥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법률과 교육 현장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바른 정보와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들의 주장을 기성세대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9월에 다시 모이겠다는 이들에게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미래는 이들이 살 터전이니까요.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며, 한국환경정책학회 이사와 녹색기술센터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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