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근무할 때 학생들에게 강조한 것이 ‘감사일기’였다. 매일 일기를 쓰되 주제 하에 감사한 내용을 써보자고 과제를 내주었다. 언젠가는 ‘엄마’하면 떠오르는 5감사를 적어보자고 했는데, 14세 아이들이 써 내려간 엄마에 대한 감사를 읽으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 늘 내 입장에서, 엄마의 입장에서만 아이들을 바라보았는데,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나니 그 마음을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고나 할까. 아이들의 주옥같은 글 일부분을 옮겨본다.

1. 엄마는 절대로 아프면 안 되고, 하루라도 쉬면 안 되고 늘 가족을 돕는 사람이다. 난 그런 엄마를 보며 ‘엄마는 참 힘든 거구나’ 생각했다. 엄마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을 꽉 차게 만든다. 엄마가 나에게 주는 사랑은 무료인데 왜 나는 유료일까?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 품에 와락 안기고 싶다. 엄마, 감사해요.

2. 엄마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나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다. 엄마가 흘린 눈물의 기도로 내 삶에 꽃이 피고 있다.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만약 지금 내가 혼자 있다면 펑펑 울 것 같다. 내가 거짓말을 하거나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엄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네가 아무리 큰 잘못과 실수를 해도 넌 내 아들이다.” 그 이야기를 생각할 때마다 감사하다.

3.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했다. 엄마와 나는 14년을 함께 해왔고, 우리는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나는 기숙학교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진다는 건 힘든 일이다. 엄마는 자신의 고통을 감수하고 항상 내 선택을 존중해주시는데 나는 학교에서 숙제도 미루고 한심하게 산다. 엄마는 늘 말씀하신다. “괜찮아, 지금부터 잘하면 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렴.” 그러면서 오히려 날 위로해 주신다. “엄마, 미안해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4. 엄마가 너무나 좋아서 난 엄마를 가방에 넣어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통통한 우리엄마는 결혼하기 전엔 예뻤는데 우리를 낳고 살이 쪘다며 뱃살을 보며 한숨을 쉬신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김태희보다 훨씬 예쁘다고 생각한다. 상담사보다 더 상담을 잘해 주시는 엄마, 나에게 그런 엄마를 주신 하나님께 정말 감사하다.

5. 엄마는 나를 가슴으로 낳았다고 했다. 그러나 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를 너무나 사랑해서 양자가 아닌 친자로 호적에 올렸다고…. 나는 그때야 비로소 가슴으로 낳았다는 말이 와 닿았다. 그리고 그날 밤 울었다. 나를 가슴으로 낳아주신 부모님께 너무나 감사해서.

6. 다섯 살 때 꿈을 꿨다. 엄마와 헤어지는 꿈을. 가지 말라고 외쳤지만 엄마는 어떤 차를 타고 멀리 가셨다. 그 꿈은 나에게 현실이 되었다. 학교에 우산을 안 가져간 날, 다른 친구들은 엄마와 함께 한 우산을 쓰고 집으로 가는데 난 쓸쓸히 혼자 남아 할머니를 기다렸다. 지금은 엄마를 볼 수 없지만 나에게 추억을 남겨준 엄마에게 감사하다.

7. 나는 외딴 시골에서 자랐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엄마였는데 엄마가 일하러 가면 나는 강아지와 놀았다. 하지만 강아지와는 말할 수가 없어서 나는 엄마가 일하러 갈 때면 엄마를 쫓아가 치마를 잡고 엉엉 울었다. 엄마가 가는 게 싫었다. 엄마는 그 때의 일이 많이 미안하신지 지금은 어떤 일보다 나와의 시간에 최우선을 두신다. 엄마의 사랑을 다섯 가지 감사로 표현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하다.

지소영
제7회 아름다운동행 감사이야기 공모전 으뜸상 수상자로 오랜 시간 감사일기를 써왔다. 목회자의 아내로, 글쓰기 교사로 살아가며 두 자녀를 키울 때 놓지 않았던 것은 바로 감사. 감사하며 자녀를 양육했던 여러 가지 노하우를 이 코너를 통해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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