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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이었던 이들이 노숙인을 돕는다
물만골사람들 대표 문상식 목사
[233호] 2019년 06월 01일 (토) 이경남 기자 penshock@hotmail.com
   

부산 물만골은 연산동에서 황령산과 금련산으로 오르는 깊은 계곡으로, 고도는 100~200m에 달한다. 민가가 거의 없던 그곳에 1970년대 후반부터 사람들이 조금씩 들어와 가건물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부산의 오지 마을인 ‘물만골 마을’이 생겼다.
영화 ‘1번가의 기적’이 촬영된 경사가 심한 그곳, 다닥다닥 가건물 집들이 붙어있고, 집만큼 절집도 많다. 고부랑 고부랑 골목을 올라가니 물만골교회(문상식 목사)와, 노숙인들이 이제는 가족으로 모여 사는 가족공동체 생활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여기까지 올라왔을까. 2006년도부터 집이 없던 사람들이 문상식 목사를 중심으로 가족을 이루어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노숙인을 만나다
어릴 적 배를 타시던 아버지와 몸이 아파 중1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문상식 목사와 네 남매를 할머니가 보살펴주었다. 욕지도에서 교회 종지기셨던 할머니는 아버지가 잡아오신 생선을 어려워도 이웃들과 나누어 먹었던 분이셨다. 호롱불을 켜고 손주들과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셨던 할머니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문 목사는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이름을 또 말한다.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가나안농군학교에서 받았는데, 그때가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가나안농군학교 김용기 장로님의 신앙과 사상을 지니고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이후 부산지역에서 시작한 청소년 사역에 헌신하다 ‘노숙인’이 목회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IMF가 터진 이듬해 1998년도에 대량 실직 노숙인들이 생겼습니다. 교회에서 제자훈련반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수강생 중 한 분이 자기 사비를 털어서 부산역사에서 노숙인들에게 빵과 두유를 나눠드리는 거예요. 넉넉한 분이 아니셨는데. 제자훈련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싶어 같이 했지요. 1999년도에 ‘예수사랑선교회’란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사역을 시작해 20년째 노숙인 사역을 하고 있네요.”
그동안 여러 형태로 노숙인 무료급식과 노숙인 공동체사역을 해오며 비용 마련도 힘들었지만 지칠 일들이 많았다. 호의에 감사하기는커녕 고기반찬이 없다고 식판을 엎고 멱살을 잡는 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중독의 문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노숙인들을 보면 ‘밑 빠진 독’이라 여겨지기도 했다고.
“그러나 하나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지요.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란 말씀처럼 네가 저 사람들을 너보다 낫게 여기지 않으면 그건 목회가 아니다라고요. 그러면서 시각이 바뀌었고 깊이 생각하게 되었지요. 노숙에 빠지면 탈출을 못 하는데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그래서 사회복지대학원에 들어가 ‘노숙 만성화 원인’에 대해 논문을 쓰게 되었는데, 그 논문을 준비하면서 비로소 정리가 되더군요.”
영어로 노숙인 ‘홈리스’, Home + less, 가정이 없는 사람들이란 의미로 문 목사는 이게 바로 노숙인이 발생하는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노숙의 원인은 바로 제대로 된 가정이 없어서인데, 우리는 ‘이슬을 맞고 자는 사람’이란 의미에서 결과로만 노숙인을 바라봅니다. 건물이 없어서 노숙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이 없어서 노숙하게 된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아예 가정을 갖지 못했거나 있어도 역기능 가정인 경우로 지속적으로 사회적 배제를 당한 결과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정상적인 습관들의 형성이 안 되어 있는 것이지요. 제가 만나본 노숙인 중에는 이름이 8개인 분도 계셨고, 아예 길 위에서 태어나서 호적이 없는 분도 계셨어요. 제대로 된 학교교육도, 직업도, 관계형성 경험도 없으니 직장을 갖는 것도, 결혼을 하는 것도 모두 어려운 거지요.”
‘아, 이게 육체문제가 아니구나. 건물이나 음식이 없는 것이 아니라 결국 마음의 문제구나. 그들의 마음이 아프니까 하나님을 만나게 해야 한다.’

가족을 이루어 살게 되다
2004년 서울에서 노숙인 사역을 하는 민족사랑회가 부산 영남지방에서 노숙인 사역을 하기 위해 문 목사에게 동역을 요청해왔다. 1년에 두 차례 부산 울산 노숙인들을 모아서 ‘사랑나라수련회’를 하는 일이었다. 4회부터는 아예 문 목사와 예수사랑선교회가 재정 및 모든 운영을 맡게 되었고, 그렇게 한 지 올해로 벌써 29회로 열매가 풍성하다. 수련회를 통해 변화된 노숙인 가운데는 목회자가 된 경우도 있을 정도.
“수련회 표어가 ‘사람대접하자’입니다. 평생 사람대접을 못 받았던 그분들이 3박4일간 함께 지내면서 말씀으로, 사랑으로 변화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수련회에서 내려와서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분들이 함께 신앙생활할 수 있는 교회가 없거든요. 그래서 수련회 끝나고 같이 신앙 안에서 살겠다는 자원자를 받았지요.”
문 목사는 그렇게 함께 지낼 공동체를 물만골에 마련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이 싫어했지요. 돌아가면서 고발하더군요. 뿐만 아니라 공동체 식구들끼리도 같이 사는 법을 배우지 못했으니 맨 날 싸우고 때려 부수고 했지요. 그런데 사역자들이 품고 사랑해주니 변하더군요.”

건축회사를 만들다
“아침에 눈 뜨면 일할 것이 있어 평범한 일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장애인 복지라는 이론이 있어요. 일이 최고의 복지인 것이지요. 상실한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잔존하고 있는 능력은 무엇인지, 잠재능력은 무엇인지를 찾아 개발시킬 때 그것이 상실한 능력을 대신하게 됩니다. 우리 형제들이 뭘 할 수 있을까를 집중해서 봤더니 용접, 목재 등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으시더군요. 공동체 건물을 지으면서 기술자에게 건축기술을 배웠고, 저를 포함한 형제들에게 잠재능력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문 목사를 포함해 기술자가 5명. 그렇게 9년 정도 건축 일을 하다가 4년 전에는 아예 ‘물만골사람들’이란 이름으로 건축회사를 정식 등록했다. 60평 이하의 집을 뚝딱 짓고 수리도 선수다. 잘하고 비용도 적합하니 동네 사람들이 집수리를 요청했고, 그렇게 고친 집들이 벌써 50채 이상이고, 재건축한 집은 20채가 된다. 외부에서도 요청이 많다고.
“건축일을 통해 돈을 벌면서 다른 이들을 도와주기 시작했어요. 더 이상 얻어먹지 말고 우리 손으로 수고해서 살아가야 한다, 그것으로 멈추지 말고 남을 도와주어야 한다, 하나님이 그걸 원하신다고 계속 나누었습니다.”
건축으로 번 돈은 저축과 생활비만이 아니라 다른 노숙인들을 무료급식으로 섬기는 데에도 사용된다. 매주 월요일 점심에 부산진역 급식소에서 노숙인, 노인, 쪽방 거주인들을 대상으로 500명분 급식을 직접 비용을 대고 만들어서 대접하는 것. 일하러 가야 하는 날이면 새벽에 만들어놓고 일하러 나가고, 남아있는 공동체 식구들이 나가서 배식봉사를 한다.
“자존감이 올라가더군요. 도움을 받던 이들이 도와주는 사람이 된 것이지요. 이분들이 사역자가 되어 무료급식도, 수련회 섬김이도 다하고 계십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떼어놓고 보면 너무나 연약한데 ‘같이’ 하니까 집도 지을 수 있고 남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이웃사랑 측면에서 보면 저희는 엄청 큰 교회입니다. 하하.”

“이 사역이 아니었으면 저는 예수님을 정말 몰랐을 거예요. 사역 이후 성경 읽는 것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왜 예수님이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이들을 제자로 삼았을까, 왜 가진 자들과 배운 자들은 공동체가 될 수 없었을까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함께 모여’ 진짜 식구가 되는 것, 네 것 내 것 없이 진짜 가족이 되면 엄청난 역사가 일어납니다. 우리 공동체 식구들은 자신은 작게 보고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것이 가능한 분들이지요. 저는 그래서 ‘당신들이 나의 스승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서 묻자 문 목사는 이야기한다. 시골에서 노숙인 뿐 아니라 노인, 장애인 등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진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공동체를 통해 다음세대에 모델을 제시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혈육 공동체를 뛰어넘는 교회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약한 자가 오히려 중심이 되어지는, 강한 자가 자신을 내려놓고 생명이 가치임을 알게 되는 공동체가 진짜입니다. 같이 살아보니까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짜 귀한 것은 ‘사람’인 것을.”

집이 없던 이들이 집을 만들고 살고, 가족이 없던 이들이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 살아가고, 얻어먹던 이들이 다른 이들을 대접하며 살고 있는 이곳, 물만골의 기적 이야기는 영화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부산=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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