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즉석에서 사준 적이 없는 엄마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기다림’에 대해 배우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갖고 싶은 게 있어도 길에서 떼를 쓰거나 우는 일이 없었습니다. “아이고, 우리 애는 아무도 못 말려요”라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은 이미 자녀에게 기선제압 당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눈치가 백단이거든요. 떼를 쓰면 엄마가 넘어올지 안 넘어올지를 기가 막히게 파악합니다. 아무도 못 말릴 아이는 없습니다. 마음 약한 엄마가 있을 뿐.
어쨌든 저희 아이들은 친구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을 때 절제와 인내를 온몸으로 익히며 오랜 시간을 기다려 주었습니다. 스무 살이 넘어서야 간신히 중고휴대폰을 샀거든요. 사실 저희도 중간에 갈등하는 시간은 있었답니다. 그러나 기다릴 줄 알았습니다. 기다리면서 그것이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더군요. 아이들이 인내심 많은 심성을 타고난 게 아니라 부모가 꿈쩍도 안하니까 그렇게 적응이 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 키우며 휴대폰에 관한 추억 하나 소개하려다 설명이 길어졌습니다. 아이들 중고등학교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아빠가 스마트폰을 망치로 톡톡 쳤어요. 그랬더니 액정이 찌지직 갈라졌어요. 그래서 깨진 유리를 털어내고 스마트폰 속은 어떻게 생겼나 들여다봤는데 정말 신기하고 복잡했어요. 잠시 후에 아빠가 ‘잘 봤지?’ 하고 깨진 부속품을 비닐에 담더니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지셨어요. 우린 스마트폰과 그렇게 헤어졌어요.”
스마트폰을 처리(?)하고 돌아온 이슬이가 자세히 말해줬습니다. 이유는 아이들이 아빠가 쓰던 옛날 휴대폰으로 자꾸 게임을 하고 절제하지 못해서였답니다. 그래도 그렇지, 대리점에 팔면 보상금도 받고 스마트폰 없는 내가 쓸 수도 있었는데… 아까운 마음이 들자 남편이 미워졌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다음 이야기에서 꽁했던 제 마음이 스르르 풀렸습니다.

“근데 엄마, 참 이상하죠? 스마트폰이 깨지는 순간 내 마음을 꽉 잡고 있던 욕망도 다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이슬이의 말이었습니다. 거기에 이삭이도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저도 이젠 미련 없어요. 폰이 없으니까 차라리 속이 시원해요. 아빠 몰래 게임할 때마다 찔렸는데….”

좀 무리한 방법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들에겐 효과가 있었습니다. 절제하지 못할 땐 그런 방법도 효과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휴대폰에 관한 그 에피소드를 잊지 못할 겁니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때때로 생각나겠지요. 그리고 욕망과 미련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하겠지요. 본전 생각이 나서 잠깐이나마 남편을 미워했던 걸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봅니다. 지금 내 속에서 깨어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내가 버려야 할 미련은 무엇인지….

오래전 추억인데 다시 돌아보니 재미있네요. 저희 가족은 올해부터 통신비 절감과 미디어 절제를 위해 알뜰요금제를 선택했고, 매일 밤 11시면 휴대폰을 거실 탁자에 올려두고 잠자리에 듭니다. 휴대폰을 가까이 두면 전자파로 인해 수면에도 방해가 되니까요. 아침마다 거실에서 알람이 차례로 울리면 신기하게도 자기 알람을 기억하고 일어나는 모습은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 여러분 가정에서도 스마트폰 잘 다루는 방법을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스마트폰에 지배받는 삶? 스마트폰을 지배하는 삶! 우리가 스마트폰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지소영
제7회 아름다운동행 감사이야기 공모전 으뜸상 수상자로 오랜 시간 감사일기를 써왔다. 목회자의 아내로, 글쓰기 교사로 살아가며 두 자녀를 키울 때 놓지 않았던 것은 바로 감사. 감사하며 자녀를 양육했던 여러 가지 노하우를 이 코너를 통해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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