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음악대학에서 자라는 꿈 이야기

아프리카가 가진 특별한 달란트 ‘음악성’을 키워가는 아프리카음악대학(Africa Institute of Music)은 박마리아 선교사가 2002년에 세웠다. 우간다 교육부에 등록된 유일한 아프리카음악 전문 교육기관. 17년 동안의 복작대던 ‘셋집살이’ 상황을 벗고, 어렵사리 조성한 새 캠퍼스로 이전하면서 감격이 가득하다. 물론 남편 김성환 선교사의 외조와 땀으로 이 캠퍼스가 조성되었는데, 이들 부부는 1994년에 우간다로 파송된 이래, 남편 김 선교사는 목회자들의 신학교육에, 미국 클레어몽트 음악박사인 박마리아 선교사는 아프리카음악 교육에 전념해 왔다. 여기 기적의 꽃을 피운 박마리아 선교사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꿈의 터에서 울리는 “할렐루야”
동아프리카 우간다에서 가슴 벅찬 인사를 올립니다.
아프리카 우간다에 세워진 <아프리카음악대학> (Africa Institute of Music:AIM)의 새 캠퍼스에서 2019년, 비전 나눔 연주회가 열렸습니다. 연주자들과 청중들의 몸짓은 ‘새 하늘과 새 땅’에서의 찬양의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참으로 ‘기적의 열매’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캠퍼스를 ‘기적’이라 일컫는 게 아닙니다.
20여 년 전, 음악사역을 시작하던 당시 이 곳 젊은이들은 ‘아프리카를 떠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 젊은이들이 지금 아프리카의 희망나무가 되어 이 땅의 주인으로 당당히 서 있는 것이 ‘진정한 기적’입니다. 이 엄청난 변화의 모든 과정에 저를 도구로 사용하셔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심을 보게 하심이 기적입니다.

꿈은 기적을 일으킨다
지난 부활절에는 처음으로 아프리카음악대학의 새 캠퍼스, 새 예배당에서 할렐루야 합창이 울려 퍼졌습니다.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재즈풍으로 편곡된 ‘할렐루야’(아마도 우간다에서 처음이지 싶습니다)를 하나님께 올리던 그날,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온 몸이 떨리고 가슴이 벅차올라 하마터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꿈 하나, 아프리카에 주신 가장 큰 복인 ‘음악성’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갈고 닦는 것입니다.
그 꿈을 가지고 2002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AIM을 시작한 뒤 2011년 우간다 교육부에 정식 등록된 유일한 대학과정 음악교육기관이 되었습니다.
학생들 및 교수들과 직원들은 세계 각국에서 옵니다. 우간다를 비롯한 탄자니아, 케냐, 르완다, 부룬디, 나이지리아, 콩고 등 아프리카는 물론 미국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입니다.
이 국제적인 교육 공동체에는 이미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 석사과정 등을 마친 본교 졸업생들이 책임을 지고 있으며, 2017년 8월 루보아로 새 캠퍼스를 이전해 대학생, 청소년, 교수와 직원 등 인원이 약 150명이 넘습니다.

꿈 둘, 공평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따라 아프리카도 교육의 중심이 되길 꿈꿉니다.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세계가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 ‘배우러 오는’ 꿈입니다. 아프리카에 맞는 교과과정으로, 21세기의 균형 잡힌 전문 음악인, 아프리카에 하나님의 나라와 세계화를 이룰 수 있는 책임 있는 지도자들을 세우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AIM은 음악성 및 인성과 영성 훈련을 위해, 교과 과정에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으신 이들의 정체성을 확립 할 수 있는 민족음악, 제자 훈련을 위한 예술음악, 선교사명을 위해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실용음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프리카음악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함께 연주하려는 학생들과 음악가들이 AIM을 찾아오고 있어서 걸 맞는 캠퍼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꿈 셋, 아프리카도 세계로 나아가 그 복을 나누며 축복하는 일에 함께하려는 꿈입니다.
학교에서 조직한 연주단들은 이미 우간다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 아프리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응고마 야 뭉구(하나님의 북: 아프리카 음악 연주단), 아프리카 가스펠 합창단, 재즈에임(재즈 앙상블) 등.
특히 아프리카의 아름다움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아프리카 예술을 세계화하고자 2007년에 창단된 ‘응고마 야 뭉구’는 여러 부족들의 박진감 넘치는 음악에 섬세함을 더하여 한 나라의 예술로 재창조하였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미국, 중국 등을 방문해 CTS 특별프로그램, 중국 우간다 총영사관 주최 중·우 외교 행사, 한국 여수 엑스포 등에서 공연한 바 있습니다.

자기 몸보다 악기를 더 아끼는 아이들
그동안 캠퍼스가 없어 셋방살이 하는 동안, 연주를 준비하면 늘 걱정이 앞섰습니다.
커다란 짐 트럭에 섬세한 악기들과 음향기계들을 하나하나 싣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면 심하게 덜컹거릴 때마다, 이곳에서는 살 수 없는 악기들의 상태에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그 조마조마함은 연주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또 연주가 끝난 다음 학교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이어졌는데 다음날 일어나면 온 몸이 쑤시곤 했습니다.
덜컹거리는 차에서 악기와 기기들이 손상될까, 교통체증으로 차가 멈추고 있을 때 악기들을 도둑맞을까 걱정하며 남학생 몇 명이 트럭에 올라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릴 때는 몸이 펄쩍 뛰는데도 피아노를 꼭 붙잡고 가는 학생들….
사실, AIM은 시작부터 기적이었습니다. 월셋집에서 교회음악 사역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프로그램이었는데, 기대하지도 않게 우간다 정부(교육부)는 ‘학교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지으라’는 충고와 함께 대학인가를 내주었습니다. 몇 만평의 땅이 있어도, 건물이 있어도 인가받지 못하는 학교들이 많다던데, 오히려 우리에게 “좋은 음악교육을 해주어서 고맙다"고 격려하며 교육박람회 등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연주를 부탁해오곤 합니다.

차세대를 위해 청소년 음악원 설립
AIM 졸업생이 생길 즈음, 차세대 음악가 양성을 위해 청소년음악원(Young Musicians Academy)을 세웠습니다.
졸업생들이 교사가 되고, 여기서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음악가들의 일자리를 만들며, 조기교육으로 기초가 튼튼한 음악가들도 키우고 있습니다.
음악원에서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부모들이 내는 학비로 AIM의 건강한 운영과 사역의 수입원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졸업생들과 함께 ‘요아프리카’: 아프리카 청소년 오케스트라(YO Africa- Youth Orchestra Africa)를 시작했습니다.
요아프리카는 우간다의 한국대사관 행사, 이집트국경일 등에 초청되어 연주를 하였고, 매해 국립극장을 비롯한 여러 장소에서 정기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단원의 대다수는 빈민가나 고아원에서 자라난 우간다 청소년들이지만, 음악적 활동기회가 없는 우간다에 사는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자녀들, 2017년 남수단에 내전이 시작되어 우간다로 피난온 난민 어린이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나라 음악인들이 협력
음악성이 뛰어난 아프리카에서 음악사역을 한다는 것은 기쁨이 넘치는 일입니다. 이 학교의 역사에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 음악을 공부한 이들, 세계적인 연주가와 음악교수들이 함께 해주셨고, 그들의 땀이 아프리카 음악성 안에 마치 소금처럼 녹아져 있습니다.
음악은 오랜 훈련을 필요로 하는 예술이고 쉬지 않고 연습해서 연주를 해야 하는 고된 분야이지만 잠깐이라도 와서 섬기셨던 분들의 사랑은 의미있게 남아 있습니다.

아프리카 음악의 본거지로 조성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이곳을 오가며, 이런 대학이 우간다에 있는 것에 감탄합니다. 월세 내는 것이 너무 부담되어 가장 간단한 건물을 짓고, 비 피하듯 이사 오느라 겉으로 보면 아직도 되어져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러니, 아마도 음악성을 보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국립대학의 예술학과와 비교하더라도 대단하다는 평가여서 얼마 전에는 국립대학 학생들이 와서 공개레슨을 받았으니까요. 아직 전기와 음향시설이 없는 예배당이지만, 매주 멋진 음악 예배가 드려지고, 우간다 한국대사관과 공동으로 비전나누기 음악회를 열었으며, 곧이어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우간다를 방문하여 활발한 사역장으로 사용될 것을 그립니다.
조금 더 크고 아름다운 울림터를 마련해야 할 책임을 느끼면서, 우간다의 뛰어난 건축가가 아프리카 북과 현악기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그려주었던 이 울림터의 조감도를 보고 자꾸만 기도하게 됩니다.

<선교사의 고백>

가늠할 수 없는 손길 느낍니다

아프리카음악대학이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아니 그 생각이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부터, 걸음마다 하나님의 움직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선을 다하며 뛰어다니던 순간마다, 절망하여 주저앉을 때에도, 숨 쉬는 순간마다 지혜와 능력으로 이끄셨습니다. 내 생각과 다르게 뜻밖의 낯선 곳으로 길을 트시기도 하시고, 뒤로 물러서게도 하셨습니다. 숨이 막힐 만큼 큰일을 벌이셔서 제 앞에 놓아주시기도 하셨고, 나를 번쩍 들어 몇 년을 앞서가듯 옮겨놓으셔서 왜 이러시는 걸까, 무엇을 원하시는 것일까 물음을 던지게도 하셨지요. 확실히 뜻이 있으셨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통해 영광을 받으시는 꿈이었습니다.

불평할 일도, 못 할 일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꿈을 주셨으니 말입니다. 꿈을 꾸게 하시고, 함께 꿈을 꾸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셔서 꿈을 꾸는 사람들을 키우고 꿈을 이루어 가게 하십니다. 필요할 때마다, 알고 지내던 이들 뿐 아니라 낯선 이들도 붙여주시고, 뒤어서 밀어주는 이들 뿐 아니라 이 먼 곳까지 오도록 하셔서 이 사역지가 성큼성큼 자라게 하셨지요. 그래서 저는 그들을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천사'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부지를 구입계약하고, 5년이 넘도록 땅값을 조금씩 갚아가다가 지쳐 있었는데, 모두가 깜짝 놀랄 만큼 5개월 만에 새 캠퍼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셨던 하나님이십니다.
‘기적’이라 할 수 밖에요. 더 이상 쫓겨나지 않아도 될 이 꿈과 기적의 터에서, 영원히 찬양할 예배자들이 세워지는 기쁨을 누립니다.
제대로 헤아릴 수는 없지만, 열심히 일하시는 하나님 그 분의 뜻을 따라, 세워 주신 동역자들과 함께 나아갑니다.
이 땅 구석구석에 하나님 나라가 넓어지고 든든해지는 일에 땀 흘릴 일꾼으로서.

박마리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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