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는 교회 이야기-안양 소망교회 오병이어소망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발효된 밀가루의 구수한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반가운 목소리로 맞아주는 사람들. 안양 소망교회 한상길 목사 부부와 자원봉사자들이 소보로 빵과 단팥빵을 만들 밀가루 반죽을 동그랗게 성형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과 노인, 청소년들에게 직접 빵을 구워 전달하는 안양 삼막골에 위치한 소망교회(한상길 목사·사진 오른쪽). 비영리법인 오병이어소망센터를 세우고 격주로 화요일 오전 8시면 모여서 빵 160개를 만들어 전달하고 있는데, 오늘이 딱 ‘빵 굽는 날’이다.
“삼막동 노인정과 안양시석수청소년문화의집에 빵을 갖다 주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노인들과 가정환경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방금 구운 신선한 빵을 먹는 것이지요. 지나가는 주민에게 드리기도 하고요. 바라는 것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빵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고 있습니다.”

빵을 굽는 이유
어떤 이유로 이들은 빵을 굽게 되었을까. 그리고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목회하면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다가 부평에서 고려인을 위해 빵을 만드는 선교사역을 알게 되었어요. 이 사역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싶어 성도들과 함께 선교현장을 방문했지요. 그리고는 ‘빵을 만들어 사랑을 전해야 겠다’고 마음먹은 후 남부여성발전센터에서 3개월간 제빵기술을 직접 배웠어요.”
빵을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어떻게 지역사회와 연계해서 이 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비영리법인 오병이어소망센터를 세웠다. 재정도 분리해야 하고, 더 많은 지역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동참할 수 있기를 바라서였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후원도 하는 시스템으로 진행되었다.
자원봉사자이자 선교회 이사인 김청복 이사는 처음 시작을 이렇게 기억한다.
“이렇게 빵을 나눌 수 있는 것은 목사님 뜻이 확고하셔서 였어요. 잘은 모르지만 도와야겠다, 가능하도록 힘 있게 도와야겠다 생각이 들었지요.”
박신희 자원봉사자는 “건강하니까 봉사할 수 있지요. 그게 감사하지요. 제가 오히려 배워요”라고 말하였으며, 신선순 자원봉사자도 “보람을 느낍니다. 내가 힘든 만큼 다른 사람이 누리게 되니 좋은 거잖아요. 그런 기쁨으로 하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인다.

시골의 부모님들에게도 보내
처음에는 안양시에서 지역공동체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지원을 받아 주 5일, 매일 400개 빵을 구워서 지역사회 지구대 및 파출소, 호스피스센터까지 빵을 전달했다. 하지만 몇 년 전 백혈병으로 한상길 목사가 사역을 잠시 쉬다 다시 재개한 후 규모를 줄이게 된 것. 그러나 여전히 따뜻하고 맛있는 빵을 전달하고 있다.
시골에 계신 성도들의 부모님들께도 택배로 보내드릴 때가 있는데, 너무나 좋아들 하신다고.
“거제도, 마산, 김천, 상주, 나주, 장성, 추풍령, 서산, 제주도에도 보내고, 주변의 어려운 교회 목사님들에게도 보내드립니다.”
틈틈이 빵을 나누며 감사의 마음을 글로 적고 있는 한 목사의 글을 보면 어떤 마음으로 해왔는지가 그대로 보인다.

‘안양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이왕이면 가장 살기 좋은 동네, 이왕이면 한번쯤 살고 싶은 동네가 되게 해달라고. 산과 나무에 둘러싸인 동네에 길도 닦아지고 멋지고 예쁜 집들이 들어설 것을 연상했다. 그러나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대신에 우리는 빵을 만들고 있다.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자원봉사자들과 빵을 만들고 있다. 그 빵을 받아든 어르신들은 함박웃음을 짓는다. 빵을 만들어 우리는 사랑과 감격을 나눈다. 그렇게 살기 좋은 동네로 응답해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하나님께 기도한다. 또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하나님, 지금까지 빵을 먹은 사람들 다 아시죠? 빵을 먹은 사람들, 다 예수님 믿고 구원받게 해주옵소서.’

한상길 목사는 “빵을 나누는 목적은 사랑 그것 하나입니다. 그 영혼을 사랑하고, 그 영혼이 구원받기를 기도하며 만들지요. 우리 사회도 이렇게 계산하지 않고 따뜻한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소박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함께 모여서 빵을 만들고 함께 웃으며 빵을 나누는 그런 사회 말이에요”라고 말한다.
몇 시간이 지나고 갓 구운 빵이 쟁반으로 한 가득 나왔다.
“어르신들과 우리 애들이 진짜 좋아하겠지요? 그 얼굴을 아니까 더 기쁩니다.”
공간에 가득 찬 구수한 빵 냄새를 기사에 실어 독자에게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행복한 미소 그대로를 글로 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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