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방으로 생각 전환 필요

뉴스와 인터넷 동영상 등을 통해 바닷새, 큰 물고기 등 동물 뱃속 가득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면서 우리들은 할 말을 잃습니다. 동식물 피해를 넘어 인간에게 닥칠 폐플라스틱 피해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지요.
값싸고 가벼운 플라스틱을 외면하고 살 수 없는 세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세계 플라스틱의 40%가 아시아에서 생산되며, 이중 24%는 중국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용된 플라스틱의 59%가 자연에 쌓이는데, 북태평양에는 한국의 15배 규모의 쓰레기 섬이 형성됐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2050년엔 330억 톤 정도의 플라스틱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다로 유입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류를 따라 전 지구적으로 분포하며 오염농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풍화에 의해 작아진 미세·초미세 플라스틱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고 있지요.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이미 20~30년 전부터 부각됐는데 당시엔 별 관심이 없다가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는 경고 이후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 겁니다. 39개 소금 생산지를 조사한 결과 세계 생산 소금의 90%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고, 1㎏당 암염은 100개인 반면 해염은 1만3000개에 달합니다.

‘제26회 유럽 위장병학 주간(UEG Week)’에서는 전 세계 피실험자들의 대변 샘플에서 최대 9가지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동물은 미세플라스틱이 내장에서 발견되지만, 사람의 경우 혈류·림프계를 통해 간까지 도달할 수 있어 큰 문제입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사후처리에서 사전예방으로 생각과 기준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재생제품 사용과 물질순환을 우선으로 하는 ‘순환경제시스템’ 도입에 정부·기업·국민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원료조달 및 디자인·생산·유통·소비·사용·폐기 및 재활용 등 전과정에서 통합평가를 통해 어디서 개선이 가능한지 대안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런 노력으로 생분해성, 재활용이 손쉬운 재질이나 사탕수수 플라스틱 등 완전 대체 재질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제품포장 기준강화, 부처 협업, 관련연구 지원 등 정부의 적절한 규제와 국제 공조도 필요합니다. 기업의 자발적이고 혁신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캠페인과 장바구니나 텀블러를 이용하는 소비 활동 또한 중요합니다. 시민정신을 회복해 이미 당면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위험을 인정하고 내가 할 일을 찾아 실천해야 보다 안전한 미래가 있습니다.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이며, 한국환경정책학회 이사와 녹색기술센터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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