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들려주고, 스스로 하게 하라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가정에서 15년 넘게 보살피며 필자는 경험으로 ‘치매와 동거하기’에 대한 지혜와 지식을 얻었다. 그리고 치매가 고령화 사회의 불청객인 것을 인지하고,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돕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다. <편집자 주>

갑자기, 어머니 머리에 침투한 지우개는 뇌와 관계가 있고, 그렇다면 ‘생각과 말’이 문제 해결의 관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머니 생각과 말의 영역을 훈련시키면 좋지 않을까?’라는 나름대로의 나침반을 따라서 가보기로 하였다.

첫째, 칭찬과 격려의 언어를 들려드려라
먼저 어머니는 인공관절 수술로 인해, 의자에 앉아 계시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이라도 움직이시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가능하면 어머니 속옷 빨래는 당신이 하시도록 했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치매에도 좋으니까. 그리고 ‘칭찬 보약’을 듬뿍 담아 드렸다.
또한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게 해드렸다. 헤드폰을 씌워드리면, 그 자체로 행동반경도 줄어들고, “꼭 이 자리에 있으셔야 합니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드리는 것과 같으니. 심지어 화장실에 가고 싶으셔도 먼저 묻고 움직이셨다. 한번은 헤드폰을 착용하신 채로 화장실에 가셔서 웃었던 일이 있다.
“어머니 멋있어요. 잘하셨어요.”
이후에는 직접 헤드폰 코드를 뽑고, 헤드폰 줄을 잘 정리하시고, 일어나고 싶으시면 헤드폰을 벗고 그만 듣겠다는 의사표현도 하시게 되었다. 이만하면 좋아지신 상태가 아니었겠는가.

△노인 중에 어머니같이 퍼즐 잘하는 분 못 봤어요.
△어머니 얼굴 보니, 젊은 사람 같으세요.
△요즘 어머니 얼굴 보니, 마음이 편해 보이세요.
△분홍색과 자주색 옷이 잘 어울리세요.
△빨래(청소) 좀 해 주세요.
△어머니 기억력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어떤 상황이든지 ‘칭찬과 격려 언어’를 사용하면 좋다. 치매환자 어르신들에게는 실수도 칭찬, 치매가 나타나도 칭찬, 동문서답에도 칭찬이 최고다. 심지어 대변을 벽에 바르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가족들이 당황하지 말고, 위로의 말로 상황을 역전시키면 좋다.

둘째, 스스로 칭찬할 수 있도록 하라.
어머니에게 칭찬의 말을 들려드리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 일종의 ‘셀프치유고백’을 하시도록 유도했다. 바로 ‘행복한 말 따라하기’다. 내가 먼저 큰소리로 선창하면 따라하신다. 예를 들어 이런 고백들이다.
“나는 건강해”, “나는 잘 살고 있어”, “나는 행복해”, “나는 참, 잘 했어”, “나는 훌륭해”, “나는 집 안 나가”, “나는 웃으며 살아”, “나는 감사해”.
치매라는 어둠은 빛 앞에는 맥을 잃는다. 칭찬과 사랑, 사랑과 행복, 이해와 용납, 섬김과 돌봄 같은 인생의 ‘좋은 빛’은 치매를 이기는 능력이다.
치매노인들을 아기라고 생각하면 좋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칭찬을 좋아하고, 생각이 어른들에게 미치지 못하고, 궁금증이 많고, 실수도 한다. 그런 마음이어야 가족들이 치매환자를 바라보고 돌볼 때 마음이 편하다. 우리들도 미성숙했던 어린 시절이 있지 않았는가. 어린아이들의 ‘좋은 성장’ 열쇠가 ‘칭찬’인 것처럼, 치매환자 노인들에게도 적용된다.

나관호
‘좋은생각언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와 ‘조지뮬러영성연구소’ 대표소장이며, 목사, 문화평론가,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추천 우수도서 <청바지를 입은 예수 뉴욕에서 만나다>, <생각과 말을 디자인하면 인생이 101% 바뀐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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