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진영 밖에 변소를 마련하고 그리로 나가되 네 기구에 작은 삽을 더하여 밖에 나가서 대변을 볼 때에 그것으로 땅을 팔 것이요 몸을 돌려 그 배설물을 덮을지니(신명기 23:12~13)

적어도 수천 년 전에 기록된 이 성경구절은 우리가 요즘 볼 수 있는 캠핑 가이드 대변 처리방법과 비슷해도 너무 비슷하다.

1847년 영국은 콜레라가 대유행했다. 콜레라는 ‘쌀뜨물’ 같은 설사를 3~4리터씩 쏟아내고, 급격한 탈수로 환자를 죽음으로 내 몰았는데, 별 치료 방법이 없던 그 시절에는 환자의 절반이 사망했다. 당시 의사들은 콜레라를 치료하기 위해 사혈, 찬물 목욕, 뜨거운 차, 숯가루 마시기 등 별별 치료를 다 해 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급기야 영국의회는 영국 보건성에서 14년간 연구한 에드윈 체드위크(Edwin Chadwick, 1800-1890)에게 방법을 찾아내도록 요청했다.
그는 가난한 평민들이 주로 걸리는 이 병을 고치기 위해 그들의 거주지를 면밀히 분석했고, 제대로 된 화장실과 쓰레기통조차 없는 상황을 발견한다.
그가 내어 놓은 처방은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오물과 하수를 처리할 수 있는 하수도 시설로 개선하는 것이었지만, 의회는 처음에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고 사망자는 수만 명으로 계속 늘어났다. 하지만 이후 그의 말대로 하수처리를 개선한 결과 사망률이 절반씩 감소했다.
1800년대만 하더라도 대변의 병균을 통해 병이 전염될 수 있다는 개념이 없었다.

체드위크의 혁신이 없었더라도, 당시 신명기에 기록된 성경의 원칙만 따랐더라도 수만 명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성경은 단 한 문장으로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 같은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수천 년 전에 제시하고 있다.
신명기의 가르침은 수천 년이 지나서야 현대적 오물처리의 핵심으로 이해되었고, 인간의 배설물을 인간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공중보건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
성경이 진리를 기록한 책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분명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의학적인 면에서도 흥미진진하기 이를 데 없다.

이르시되 너희가 너희 하나님 나 여호와의 말을 들어 순종하고 내가 보기에 의를 행하며 내 계명에 귀를 기울이며 내 모든 규례를 지키면 내가 애굽 사람에게 내린 모든 질병 중 하나도 너희에게 내리지 아니하리니 나는 너희를 치료하는 여호와임이라 (출애굽기 15:26)

이종훈
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원장이자 새로남교회 월간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성경 속 의학적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저서로는 <의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천재들>과 <성경 속 의학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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