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더스의 개>를 읽고 눈물 흘렸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 가난한 화가 지망생 소년 네로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그토록 보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볼 수 없었던 대성당의 그림 앞에서 사랑하는 개 파트라슈와 함께 숨을 거둔다. 네로가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그림이 바로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짐’인데 소설의 배경인 벨기에 안트베르펜 노트르담 대성당에 지금도 걸려 있다.
그 그림에서 예수님의 오른쪽 갈비뼈 아래에 창 자국이 선명한데, 의학적 고증을 받은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신 후 6시간 만에 숨을 거두시는데, 로마 군병이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른다.
“그 중 한 군인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나오더라”(요한복음 19:34)
창으로 찔러 죽음을 확인하는 확실한 방법은 왼쪽 갈비뼈에 둘러싸인 심장을 찌르는 것인데, 이게 쉽지는 않다.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사람의 심장을 찌르기 위해서는 루벤스의 그림처럼 오른쪽 옆구리 갈비뼈 아래를 비스듬히 위로 찔러 오른쪽 폐를 관통해 심장을 찔러야 한다.
예수님의 부활을 부정하는 사람들 중에는 십자가에서 실제로는 죽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말하는 이 ‘기절론’을 근거로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잘 훈련된 로마군인의 창이 예수님의 심장을 찔렀다는 사실은 ‘기절론’과의 논쟁을 불필요하게 한다. 로마군인의 입장에서 만약 예수님이 실제로 죽지 않았다면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게 된다. 또한 기절을 했다가 무덤에서 다시 살아났다 하더라도 손과 발에 못이 박히고, 옆구리에 창이 찔리고, 가시관에 찔리고 죽을 만큼 채찍에 맞았던 몸은 애처로움 그 자체였을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이후 두려워 꼭꼭 숨었던 제자들이 이런 애처로운 모습만 보고 ‘예수님처럼 부활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순교를 무릅쓰고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자 중 첫 순교자인 야고보(사도행전 12:2) 이후, 사도행전을 쓰고 자연사한 요한을 제외한 모든 제자들은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자살한 가룟 유다를 대신할 사도를 선택할 때도 가장 중요한 조건은 주님의 부활을 직접 목격한 것이었다(사도행전 1:22). 요세푸스(AD 37~100)는 기독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사도행전 시대에 예루살렘에 살았던 유대인 역사가다. 그의 저서 <고대사>에 예수님의 십자가형과 부활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성경 이외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이종훈
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원장이자 새로남교회 월간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성경 속 의학적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저서로는 <의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천재들>과 <성경 속 의학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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