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눈 쌓인 산을 오르셨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백두산 높이와 비슷한 헤르몬산에는 이스라엘 유일의 스키장이 있다. 눈이 오는 시기는 10월 말~3월인데, 그즈음 예수님이 헤르몬산에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태복음 16:16)
베드로의 이 유명한 신앙고백 장소가 ‘빌립보 가이사랴’(마태복음 16:13)인데 바로 헤르몬산 남쪽 끝자락이다.

‘빌립보 가이사랴’는 현재 지명이 ‘바니아스’로 예수님 시대의 유적인 그리스 로마인들이 세운 거창한 석조신전이 남아있다. 필자도 가 본 적이 있는 이곳은 이스라엘 필수 여행코스다. 명칭에 로마황제의 이름이 들어 있는 황제와 우상의 도시에 예수님은 굳이 제자들을 데리고 간 후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마태복음 16:15)고 물으셨고, 수제자 베드로는 거대한 신전 앞에서 보란 듯이 위대한 신앙고백을 했을지도 모른다.

예수님의 주 활동무대였던 갈릴리 호수에서 ‘빌립보 가이사랴’까지는 약 40km다. 오르막길인 그 곳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힘들게 그 곳까지 가서 이스라엘 최고봉 헤르몬산을 오르지 않고 그냥 돌아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대부분 20~30대 청년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군다나 마태복음 16장의 베드로 신앙고백에 연이어 17장 1절에 예수님이 ‘높은 산’에 올라갔다는 기록이 있는데, 많은 성경학자들은 일명 변화산인 이 ‘높은 산’을 헤르몬산으로 본다.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 형제 요한을 데리시고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더니(마태복음 17:1)”

복음서마다 변화산 사건 묘사가 달라서 산에 오르신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마태복음으로 볼 때, 십자가에 달리신 유월절 즈음(3월 말~4월 중순)보다 약 한 달 미만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눈이 정상에서 삼분의 일까지 쌓인 설산을 오르셨을 것이고 눈빛이 반사되어 더욱 빛이 났을 것이다.
그들 앞에서 변형되사 그 얼굴이 해 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더라(마태복음 17:2) 예수님의 광채에 눈빛이 버무려져서 제자들에게 잠시 ‘설맹’ 증세가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설맹’은 설원에 반사된 햇빛이 각막에 화상을 일으키는 것인데, 설산이나 스키를 탈 때 고글을 쓰는 이유다. 설산을 오르시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색다른 모습을 상상하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이 더 흥미진진해 질 것 같다.

이종훈
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원장이자 새로남교회 월간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성경 속 의학적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저서로는 <의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천재들>과 <성경 속 의학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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