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이야기를 빼놓고 종교개혁 500주년이 저물어 간다면 서운할 것 같다.
로마 가톨릭의 심장, 바티칸의 성탄은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로 사실상 시작된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에 로마 가톨릭과 개혁교회 간에 가장 관점이 다른 인물이 마리아일 것이다. 예수님 탄생 당시 마리아(아람어: 미리암)라는 이름이 워낙 흔해 신약성경을 읽으면서도 여러 마리아에 상당한 혼란을 겪기도 한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만으로는 부족하고 인간의 공덕을 중시하는데, 마리아나 성자는 자기를 구원하고도 남을 만큼 공덕을 쌓았기 때문에 그들을 숭배하고 그들에게 기도하면 그들이 하나님과의 중보자가 되어 그들의 잉여공로가 나의 공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로마 가톨릭에서는 교황의 가르침도 성경과 거의 동일한 권위를 가진다고 보는데, 마리아가 평생 처녀의 몸으로 살았다는 ‘마리아의 평생동정’은 649년 라테란 공의회에서 교의(교황의 권위로 규정된 가르침)가 됐다. 출산 시에도 고통이나 동정성의 파괴가 없었고, 이후 평생 처녀의 몸으로 살았으며, 성경 속의 예수님의 형제 누이들(마태복음 13:55~56, 마가복음 6:3, 사도행전 1:14)은 요셉의 전처소생이나 사촌동생이라고 주장한다. 1854년에는 ‘마리아가 원죄 없이 예수님을 잉태했다는 것’, 1950년에는 ‘마리아의 승천’을 교의로 선포하고, 8월 15일을 ‘성모승천 대축일’로 지키고 있다.
예수님도 정통 유대인 가정에서 출생하셨기에 유대인의 관습대로 생후 8일 만에 포경수술에 해당하는 할례를 받으셨는데(누가복음 2:21), 12월 25일 성탄절에 출생하셨다면, 8일 후면 1월 1일에 할례를 받으신 셈이 된다. 그래서 로마 가톨릭에서는 새해 첫날을 ‘주님의 할례 축일’로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1974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황 바오로 6세는 1월 1일 ‘주님의 할례 축일’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대체하였다. 이 날은 예수님을 낳은 성모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로 공경하는 대축일이다.
마리아는 지역에 따라 마돈나, 노트르담, 메리, 마리, 마리엣트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는데, 마리아만큼 서구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은 없다. 바티칸의 심장 성 베드로 대성당의 가장 유명한 예술품은 ‘피에타’, 바로 미켈란젤로가 유일하게 사인을 남긴 마리아가 예수님의 시신을 안고 있는 조각이다. 바흐, 구노의 ‘아베 마리아’에서 팝가수 마돈나에 이르기까지 음악에서도 마리아의 영향은 지대하다.
하지만 마리아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유명인도 없다. 마리아는 신약성경의 4복음서에 딱 13번 나올 뿐이지만 그의 인생은 전승과 전설로 넘쳐난다.
종교개혁자들이 개혁의 첫 모토로 외친 것이 “오직 성경”이었고, 개혁교회와 로마 가톨릭과의 간극은 1517년 종교개혁 이후 성경에 언급되어 있지 않은 마리아에 대한 신격화 때문에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종훈
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원장이자 새로남교회 월간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성경 속 의학적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저서로는 <의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천재들>과 <성경 속 의학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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