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방송인 강석우

1980년대를 살아온 이들에게 가슴 뛰는 청춘 스타였던 배우가 지금도 아버지 역할로 안방극장에서 친근하게 비쳐지고 있다. 거기에 연기자로서뿐 아니라 아들, 딸, 아내까지 조명되며 건강한 가정의 사랑꾼 남편으로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또한 여전히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배우 겸 방송인 강석우 씨를 만났다. CBS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방송을 마치고 나오는 그의 모습은 그가 좋아하는 클래식 방송이어선지 생기 돋는 모습이었다.

✽ 얼굴이 잘 알려진 연예인으로 살아오면서도 인생의 큰 굴곡 없이 평온한 삶을 지내오신 걸로 아는데 그러기 위해 생활을 특별히 절제하고 조절해 오셨는지요?
- 많은 분들이 그렇게 살지 않나요? 간혹 어떤 분들의 일탈된 삶이 입에 오르내려서 그렇지 저는 제가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아요. 그러나 저는 분명 주님께 달란트를 많이 받은 사람입니다. 거기에 어머니 기도의 힘으로 지금까지 ‘쓰임’을 받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고요. 생활의 절제나 조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심 없이 판단하는 눈으로 보면서 위험한 요소가 있는 자리에는 머물지 않으려 한 것입니다.

✽ 어머니의 기도와 탁월한 직관, 느낌이 바탕이 되셨네요. 그런 소신대로 살아가려면 사회생활, 특히 연예계 생활에 어려움이 있으셨을 텐데요?
- 다들 늦게까지 어울려 즐기는 자리에서 빠져 나오다보니 불이익도 당하고 외로워지기도 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삶은 세상을 무서워하지 않는 용감한 마음 아닙니까. 가끔 외톨이가 되기도 하지만 그럴 때면 내가 오히려 그들에게 거리를 둔 것이라 정리합니다. 어떤 관계이든 지나치게 가까운 것은 문제의 소지가 됨을 종종 보게 되니까요. 저는 누구나 자신의 자유와 독립적 공간이 필요하며 부부 간에도 그래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 지금 하신 말씀은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에게야 가능하고 심리학에서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 강조하는 말인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실행하며 살아오셨을까요?
- 저는 누가 뭐래도 생각한대로 사는 스타일입니다. 자존감은 정말 높은 거 같아요. 방향을 잡아 마음을 먹으면 밀고 나가니까요.

✽ 그런 힘이 부모님의 깊은 사랑과 믿음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가요?
- 제 부모님은 이북에서 피난 오신 분들로 어머니는 새벽기도를 놓치지 않는 권사님이셨죠. 북한선교회 일과 교회 봉사를 자신의 일처럼 하셨지만 자녀들에게는 겉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분은 아니셨어요. 그러나 실향민이다 보니 우리 가족끼리 진하게 뭉쳐 살면서 가족 중심으로 생활한 것이 힘이 되었겠지요.

남다른 클래식 마니아
✽ 최근 나온 에세이 <강석우의 청춘 클래식>을 보면서 클래식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 것을 느꼈어요. 이렇게 음악적 재능이 발전하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있었나요?
- 어렸을 때부터 다닌 충현교회에서 주일학교 성가대에 들어갔어요. 그 때 음악에 눈을 떠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고, 중학교 가서는 합창대회 때 지휘자 상을 받으며 음악에 좀 더 빠지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대학때 클래식 음악 감상실을 찾아다니며 깊이 좋아하게 됐고요.

✽ 클래식과 연극영화과는 연결이 바로 되지는 않는데, 어떻게 진학하게 된 것인가요?
- 당시 저희 교회는 소위 일류 대학을 못가면 교회에 출석하기 민망한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재수를 해가며 시도해 보았지만 공부로는 힘들겠다는 것을 느꼈지요. 음악을 좋아한다고 음대를 갈 수준은 안 되고. 그래서 기타치고 노래하는 걸로 갈 수 있는 학교가 있는지 알아보다 가게 된 거죠.

✽ 어머니는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요?
- 그때 어머니가 납득하기 힘들어 하셔서 방송 프로듀서를 할 거라고 잘 설명 드리며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지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 가보니 돈의 여유가 없어 갈 데도 없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거예요. 그래서 찾은 곳이 긴 시간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 감상실 필하모니였습니다. 차 한 잔 마시며 얼마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거기서 교향곡을 듣고 유명한 지휘자 이름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다 방학이면 책을 자루에 넣어 들고 이리저리 다니며 읽었어요. 시, 소설, 철학책 등을 읽었는데 그게 지금 방송하는 일에 다 도움이 되고 있죠. 특히 한상우 선생님의 클래식 방송과 김형석 선생님, 안병욱 선생님의 글들은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입힌 감사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학에서 연극을 하다 어느 날 문득 보게 된 오디션에 합격해 배우의 길로 들어서 <겨울 나그네>와 몇 작품으로 많은 가족을 다 부양한 것이 주의 크신 은혜라 여깁니다.

대학 때 읽은 책들이 삶에 큰 영향
✽ 대학 때 그렇게 읽은 책의 쌓여진 지식들이 삶의 기반이 되어, 연예인으로서 명성을 얻은 후에도 인기나 물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살도록 한 것으로 보입니다.
-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쓴 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아직도 회자되는 TV드라마 ‘보통 사람들’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는 학생 역을 할 때 촬영장 밖에 소녀 팬들이 몰려와 있었는데 내다보지 않고 대본만 읽는다고 애늙은이 소리를 듣기도 했지요.
또 ‘젊음의 행진’ 사회를 맡았을 때 객석의 지나친 환호 소리를 들으며 빨리 그만 둬야겠다고 다짐했고요. 저 자신을 공중에 띄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고 할까요.

✽ 오늘 뵈니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아오셔서 안정되고 평안한 삶이 이어지신 것 같네요.
- 아, 저는 잘 보이려고 꾸미지는 않습니다. 특히 아내에게 거의 다 내보이고 삽니다. 스마트 폰이나 통장을 다 공유하고요, 수입과 지출을 전적으로 맡기고 삽니다. 그러니까 감출 게 없고 편하죠. ‘아버지학교’ 홍보대사 일을 하고 있는데 제 기도 중 하나가 ‘아내를 귀하게 여기게 해 달라’는 겁니다. 제가 알려진 연예인으로 살면서 저도 모르는 새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양, 아내를 소홀히 대하게 될까봐 하는 기도입니다.

✽ 그래도 예술성이 넘치는 분으로 예민하고 불안한 때가 있을 텐데, 그런 건 어떻게 푸시나요?
- 네, 제가 예술적 기질이 있어서 꽤 예민한 사람입니다. 불안이라는 건 누구나 안고 사는 과제이고요. 그래서 언제 유난히 그런 게 나타나는지 살펴봤더니 피곤해서 지쳤을 때와 배고플 때라는 걸 알았지요. 그래서 그런 상태가 되지 않도록 조절합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겹치는 스케줄을 만들지 않고 말을 줄이며 사색을 합니다. 그래도 힘들 때는 숨을 크게 쉬며 여유를 찾고 저의 상태를 용기 있게 솔직히 표현합니다. 그러면 지혜로운 아내는 잘 대처해 주어 곧 지나가게 되지요.

✽ 그동안 색소폰 연주, 미술전시회, 방송 진행, 책 저자 등 여러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앞으로 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요즘은 아름다운 음률이 떠올라 곡을 만들어보려 하고 있어요. 배운 적은 없지만 연구하며 터득해가는 재미라고 할까요. 오래 전 경기도 양평의 한 창고 지붕에 비치는 햇살을 보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것처럼 가곡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건반악기를 만지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색소폰을 많이 연주했는데 안압에 안 좋다고 해서 더 이상 안하기로 했거든요. 광고회사도 몇 년 해왔는데 사업은 이익을 최대로 내도록 해야 하는 게 저와 안 맞아서 넘겼고요.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접을 건 빨리 접는 거죠.
미래의 계획이요? 저는 2, 30대에 막연히 상상하며 꿈꾸었던 것이 하나씩 실현되는 삶을 살아왔어요. 그래서 앞날에 대한 계획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꿈꾸며 작은 것부터 해나가는 게 좋습니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의 모습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겁니다.

유명인이지만 너무 바쁘지 않고 연예인이지만 평안하고 솔직한 삶을 사는 강석우 씨는 이 모두가 은혜라고 했다. 어머니의 기도와 만남의 축복을 이룬 아내, 그리고 가정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것, 그 모두가 감사할뿐이라고.
이 인터뷰를 하며 ‘~일을 했다’는 업적이나 사건 중심이 아닌, 삶의 흐름 속에 나타난 주의 은혜를 느끼며 알게 됨이 귀하게 여겨졌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

강석우 씨의 삶의 스토리를 들으며 시편 1편이 저절로 생각이 났다.

전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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