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하프타임 - 이상철 명예교수, 행복 메시지 보내는 ‘행복 전도사’

이상철 중앙대 명예교수는 80년대 초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중앙대에 신문방송대학원을 설립한 커뮤니케이션학의 선구자다. 은퇴한 뒤에는 꾸준한 독서와 묵상을 통해 찾아낸 지혜의 편린들을 ‘이상철의 행복 메시지’라는 이름으로 지인들에게 메일과 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현재 105차까지 발송된 그의 ‘행복 메시지’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추구해야 할 행복의 참다운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100세 시대’의 어둠이 갈수록 짙다. 사회적인 문제들은 차치하고라도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늘어난 수명이 그저 속없이 좋을 수만은 없다. 경제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관한 결코 쉽지 않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의미 있는 삶’이라고 하는 화두는 젊은이들과 노인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공통 과제가 되었다.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것인가?” 이러한 질문의 대답 가운데 하나를 이상철 교수(76·사진)가 쥐고 있다. 이 교수 역시 많은 불면의 밤을 지냈다. 2008년 학교에서 은퇴한 후 근 한 달여를 뜬 눈으로 지새웠다. 갑자기 늘어난 시간의 공백도 공백이지만 마음의 공허가 더 컸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한몫 했다. 그런 고민 끝에 발견한 ‘길’ 가운데 하나가 ‘행복 메시지’였다. 늘 책을 읽고 연구하며 글을 쓰던 직업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일이었고, 세상과도 소통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지인뿐만 아니라 만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눠 주었습니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동네 상점 주인이나 집에 컴퓨터를 수리하러 온 사람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향한 창문
이 교수의 ‘행복 메시지’는 특별한 출판물이 아니라 그저 4쪽에 이르는 소박한 프린트물이다. A4 크기의 용지에 자신이 쓴 칼럼 형식의 글을 프린트해서 편지 봉투에 담아 나눠주는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단순한 프린트물이지만 이 작업을 위해서는 다양한 독서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과 작업이 필요하다. 규칙적으로 해야 할 일이 생겼고, 개인적으로는 고립되기 쉬운 은퇴 이후의 삶에 세상을 향해 열린 창문 하나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이 교수가 ‘행복 메시지’에 주로 담는 주제는 ‘가치의 문제’다. “우리 삶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란 질문이다.
“우리 삶에는 3P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기쁨(Pleasure), 목적(Purpose), 원칙(Principle)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성공과 결과에 집착해왔습니다. 그 결과 불행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삶의 가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 삶은 육체와 감성, 지성과 영성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구조물입니다. 성과중심적인 태도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이 교수의 이런 생각에는 ‘긍정의 심리학’을 주창했던 미국의 마틴 셀리그만 박사의 이론이 깔려 있다. 인간의 행복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성취나 업적이 아니라 가치의 문제라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이런 가치관과 메시지들을 이 교수는 자신의 ‘행복 메시지’에 담는다.

행복을 추구하는 삶
초기 16쪽에 달하던 메시지는 이제 많이 줄어 4쪽짜리가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노력이다. 지인들에게 좋은 글을 나눠주고 스스로 연구하고 글을 쓰며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있다. 이런 과정 자체가 하나의 삶의 의미이고 행복한 삶의 추구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이다. 그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통로는 사람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스로 고립되어 ‘소멸해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고 소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열정에는 은퇴도 없다. 다만 함께 공유하며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삶만이 있을 뿐이다.
‘100세 시대’는 단순히 경제적인 준비로만 완성되지는 않는다. ‘삶의 질’이란 것은 그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교수의 ‘행복론’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김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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