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놀이 중에서 ‘블록 쌓기’가 있습니다. ‘젠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놀이를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45개의 나무 블록으로 탑을 쌓는데, 층마다 교대로 엇갈리게 놓아서 무너지지 않도록 합니다. 이제 한 사람씩 돌아가며 아래쪽에서 블록을 조심조심 빼 맨 위에 얹어놓습니다. 탑이 점점 높아질수록 무너지기 쉬운데 그러다가 어느 한 사람이 무너뜨리면 그 사람이 패자가 됩니다.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놀이를 하는데 그럴 때 가족은 이 모양(그림 a)이 되지요. 모두 다른 사람이 실패하기를 바라다가 누군가 탑을 무너뜨리면 다른 사람들은 “와! 내가 이겼다”고 외치면서 좋아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실수를 기뻐하는 격이 되고 같은 편에서는 그 사람 때문에 졌다고 비난(?)하게 되지요.

그런데 생각을 이렇게 바꾸어서 해 봅시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얘들아, 우리 힘을 모아서 천장까지 닿을 만큼 함께 탑을 높아 쌓아보도록 하자”고 제언하고 시작해 보세요. 그러면 분위기나 모양새가 전혀 달라진답니다. 전에는 ‘누가 이기나’를 가지고 놀이를 하였는데 이번에는 ‘함께 힘을 합쳐서 탑을 높이 쌓아가니까’ 누구나 할 것 없이 다른 사람이 잘못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하기를 바라게 되지요. 누군가 실수를 하게 되면 좋아하기는커녕 속상해 합니다. <그림 b>처럼 말입니다.
아빠가 탑을 무너뜨리니까 모두들 “아, 안돼!”하면서 안타까워하지 않습니까? 온 가족이 서로를 격려하고, 기대하고, 기다리고, 지지하고, 함께 기뻐하고, 서로 안타까워하고, 즐거워하는 가운데 더욱 더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이 되어간답니다<그림 c>.
경쟁시키는 놀이는 하지 마세요. 경쟁적 요소가 있는 놀이일지라도 승패의 결과를 가지고 점수를 내거나 상벌을 주지 않고 놀이를 이어가면 이기고 진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놀이에서 경쟁은 놀이의 규칙이고 환경일 뿐입니다. 꼭 기억해 두어야 할 사실은 놀이 규칙을 모두가 공유하면서 지키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놀이규칙을 엄수하면서 놀게 되면 져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놀이를 반복하면서 즐기고 몰입하게 됩니다.

전국재
평생의 관심사는 초지일관 ‘놀이’다. 현재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www.ilf.or.kr) 소장과 장신대 초빙교수로 일하면서 지도자 양성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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