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소비를 억제, 도시에 신뢰 구축하는 공유경제

191개국에서 여행자와 숙박 시설을 연결해주는 세계적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 그 창업자 조 게비아(Joe Gebbia)는 ‘공유경제’를 주제로 TED 강연을 하며 미래공유도시의 예로 서울을 꼽았다. 서울시가 정부 부처 주차장 용도를 변경해 주민들과 공유하고, 방을 찾는 학생들과 집에 남는 방이 있는 집주인을 연결해주고, 다음 세대를 위해 공유경제 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창업지원사업을 시작했다는 예를 들며.
공유경제모델로 각광받는 네트워크를 만든 젊은 창업자가 주목한 서울. 서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유경제 모델은 무엇이 있을까.

#1. 어린이옷 공유 : 키플
“이제 옷값 걱정 말고 키플하세요” 키플 홈페이지(www.kiple.net) 대문에 적혀있는 문구다. 일 년 사이면 훌쩍 자라는 유아와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아이 옷은 새로 사는 것도 부담, 옷을 샀다고 해도 얼마 입지 않은 멀쩡한 옷을 처리하는 것도 부담이다.
서울시 지정 공유기업인 키플은 개인의 잉여물품에 대해 합리적인 재분배 대안을 제시한다. 이제 5년 밖에 안 된 이 혁신기업은 “공유를 통해 옷장 속 잠든 가치가 지갑 속 현재 가치로 치환되는 서비스를 제공해 불필요한 소비를 억제하고, 건전한 소비문화를 정착시키고 환경과 공동체에 이바지”하려는 가치를 품고 있다. 현재 공유 중인 아동물품은 16,245개, 지금까지 공유된 물품은 197,034개로 아동옷부터 어린이책까지 그 물품도 다양하다. 구입한지 3년 이내 의류와 아동단행본, 아기용품 등 몇 가지 기준에 따라 물품을 보내면 키플머니로 적립되어 키플 내에서 옷을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다.

#2. 장난감 공유 : 서울시 녹색 장난감 도서관
2호선 을지로입구역 내에는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인데 책이 아니라 장난감을 빌려주는 장난감 도서관(seoultoy.or.kr)이다. 도서관에는 장난감 대여실, 자유놀이실, 부모쉼터, 수유실, 키즈뱅크 등의 공간이 있는데 특히, 키즈뱅크는 장난감을 기부하거나 고장 난 장난감을 수리할 수 있는 곳이다. 아이에게 유행하는 비싼 장난감을 모두 사주지 못해 부담을 가진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방문해 다채로운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고 대여도 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찾아가면 ‘새로 나온 장난감 목록’이나 ‘베스트 장난감 목록’도 볼 수 있다. 이밖에 각 지역의 구립 도서관이나 복지관 등에 구비된 장난감 도서관을 찾아봐도 좋겠다. 내가 사는 지역 이름에 장난감도서관을 붙여서 검색해보면 찾을 수 있을 것.

#3. 정장 공유 : 열린옷장
유아는 금방 자라서 옷과 장난감 공유가 필요하다면, 어른에게는 매일 필요하지 않지만 가끔 필요한 비싼 옷의 공유가 필요하다.
“갑작스런 면접 통보를 받은 청년의 정장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자녀의 결혼식을 앞둔 어르신은 멋진 스타일로 어깨 펴실 수 있겠지? 정장을 처음 입어보는 대학생도 주머니 걱정할 필요 없겠네~”
이게 열린옷장(www.theopencloset.net)이 상상하며 꿈꾸는 세계다. 여성정장은 블라우스 오천 원, 스커트 만 원, 구두 오천 원, 남성정장은 셔츠 오천 원, 재킷 만 원으로 저렴하다. 광진구 화양동에 있는 사무실에 방문해 직접 입어보고 대여하거나 온라인 택배로도 대여 받을 수 있다.

조 게비아는 공유경제의 핵심으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공동체 안에 신뢰가 구축되는 것”을 강조한다. 개인으로 쪼개진 사회 속에서 낯선 이를 경계하며 공동체가 무너진 각자생존 시대에 공유경제는 더불어 사는 삶의 한 방식을 제공해주는 소중한 방식이다. 우리는 그저 내 집안에 있는 작은 것을 공유하고 재분배하거나, 필요한 물품을 새로 사지 않고 빌려 써보는 행위만으로도 공동체 회복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다.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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