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얼굴이 준수하고, 용기와 구변이 있고, 특히 수금을 잘 타서 악령에 시달리는 사울왕의 치료를 위해 발탁된다(사무엘상 16:18). 또한 다윗은 골리앗을 물맷돌로 대적할 만한 타고난 운동신경, 그리고 시편에 나타난 뛰어난 감성까지 갖고 있어 요즘같으면 뮤지컬 배우로써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음악과 다윗의 이야기를 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사울왕의 정신적인 치유를 위해서 음악이 사용되어졌다는 부분이다. 사울이 악령에 시달릴 때 다윗이 수금을 타면 사울은 놀랍게도 치유함을 받는다(사무엘상 16:23).
사울왕은 원래 성령이 충만하여 선지자들 가운데 예언도 한 인물이었다(사무엘상 10:10). 하지만 왕이 된 후 하나님 말씀에 불순종하면서 성령이 소멸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악령이 그를 번뇌하게 한다. 사울왕이 앓았던 정신질환은 조울증으로 보이는데, 조울증 환자는 감정의 ‘업다운’(up&down)이 병적으로 심한 사람을 말한다.
또한 사울은 다윗이 자신보다 더 인기를 얻자, 다윗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그를 죽이려고까지 하는 편집증(paranoia) 증세도 보인다. 사울은 결국 정신질환의 가장 치명적 결말인 자살을 선택한다(사무엘상 31:4).
구약성경뿐만 아니라 고대로부터 음악이 치료에 쓰였다는 기록은 많다. 우리나라 삼국유사에도 신라 49대 헌강왕(879년) 때 처용이 노래를 지어 불렀더니 역신이 물러갔다는 기록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에 들어서야 음악을 본격적으로 치료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행해지고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음악 치료(music therapy)는 20세기 초 미국이 그 발상지이다. 정신병원의 격리된 병동에서 우울한 삶을 살아가는 환자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1950년에 세계 최초로 음악치료학회가 창립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도에 숙명여대 석사과정에 최초로 음악치료학이 개설되었다.

음악이 인간의 치료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찬양할 때 쓰였다는 성경의 기록은 너무나 많다. 최초의 기록은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를 건넌 후 미리암이 불렀던 즉흥 찬송가다(출애굽기 15:21). 그리고 시편은 단순한 시가 아니라 예배 공동체가 불렀던 노래였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견해다. 또한 중세 교황시대에 수백 년간 성가대가 독점하여 찬송한 것을 종교개혁을 통하여 회중들이 함께 찬양할 수 있게 개혁한 것도 작곡가이기도 했던 루터가 찬양을 통한 치유와 회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악이 인간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생물학적, 심리학적으로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지만 사실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모르면 또 어떤가? 중요한 점은 음악이 하나님의 귀한 선물이고 우리 마음에 치유와 하나님을 향한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이종훈
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원장이자 새로남교회 월간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성경 속 의학적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저서로는 <의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천재들>과 <성경 속 의학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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