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촌동 독립문교회, 도시농업 실험

인왕산 서쪽은 서울시가 조성한 한양도성길 중 ‘인왕산 구간’이다. 이 성곽 바로 옆 행촌동은 산 위의 동네이자, 한양도성 성벽과 경교장, 홍난파 가옥 등 역사유적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행촌권역’이라 이름 붙은 이곳은 ‘도시농업’이 주요 비전이다. 성곽 주변의 자투리땅이 많고 산동네로서 채광과 통풍이 잘 되는 위치인데다 오래 거주하신 어르신들이 일상적으로 텃밭을 가꿔온 곳이기 때문이다.

도시농업 참여 ‘마을목회’
이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주민단체 중, 작은 교회가 하나 눈에 띈다. 동네 한 가운데 자리 잡은 독립문교회가 김성희 담임목사 부임후 ‘마을목회’를 이어오던 차에 2014년 말부터 서울시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와 타이밍이 맞아 적극 참여 중인 것.
도시농업의 중심에는 독립문교회 유완식 장로와 그 아내 신남호 권사가 있다. 토박이로서 마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유 장로는 600년 된 성곽 길 구석구석에 조성된 텃밭과 육묘장, 재생지원센터를 돌며 마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교회 옥상과 골목 구석구석, 공영주차장 옆 공터에는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를 심는 상자텃밭들이 있었다. 교회는 2016년부터 상자텃밭과 옥상텃밭을 시작했고, 이 지역에는 상자텃밭만 600개가 들어와 있다. 올해도 자치회에서 상자텃밭 신청을 받고 있는 중인데, 주민들이 분양을 받으면 묘종은 마을 육묘장에서 나눠준다.
성곽 옆 공터에도 160개 상자텃밭이 조성되어 있다. 현재는 흙을 고르고 거름을 주어 3월에 작물을 심으려고 준비 중이다. 주민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움직여 텃밭을 관리하며, 공동텃밭에서 재배하고 수확한 작물은 판매뿐만 아니라 지역의 소외계층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김 목사님이 처음 여기 오셔서 마을 목회를 하신다고 했을 때 참 신선했어요. 그 전에는 교회가 동네 주민들과 그렇게 좋은 관계가 아니었거든요. 30여 년 전 동네 한가운데에 교회가 들어올 때 생긴 반감이 마을목회 후에 주민들과의 유대로 많이 좋아졌죠. 지금은 먼저 주민센터에서도 찾아오고 마을에서 교회를 세미나실로 사용하는 등 함께 하고 있어요.”

오래된 마을의 활로 ‘도시농업’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옛 양봉장 터다. 지금은 양봉장이 좀 더 먼 곳으로 옮겨진 상태로, 겨울에는 벌들이 잠을 자기 때문에 쉬고 4월부터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작년에 수확한 꿀로 생긴 수익 일부는 마을의 미래를 위해 남겨두었다. 주민 참여가 더 활발해지면 도시농업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속적인 사업을 하기 위해서인데, 협동조합 형태로 위탁을 받아서 운영하려는 계획이다. 이렇게 도시농업으로 활성화되면 이는 공동자산이 되고, 마을에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역사유적을 옆에 둔 오래된 마을의 활로를 ‘도시농업’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봄부터 새롭게 시작할 약초 단지를 지나 육묘장 즉 묘종을 기르는 곳으로 향했다. 여기서 재배한 국화 등의 묘종을 마을 곳곳의 상자 텃밭에 심는다. 이곳 역시 자치회 회원들이 자유롭게 물을 주고 키운다. 주민들이 육묘장이나 양봉장에 들르면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 온실의 온도나 벌통의 상태를 나누며 활발한 소통을 나눈다고 한다.
성곽을 돌아 마을로 내려오며 다음으로 들른 곳은 행촌공터 3호점. 마을의 도시농업을 소개하고 지원하는 센터다. 식물약국, 마을박물관, 교육 공간, 옥상 경작소 등이 갖춰져 있다. 주민이 주도하고 공감하는 재생사업이 되기 위한 소통과 교류의 장소로서 행촌권 재생을 실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마을 곳곳에 깔린 인프라는 민관이 함께 손발을 맞춰 운영한다. 독립문교회는 마을 쪽에서 참여하는 여러 민간단체 중 하나다. 유 장로는 “작은 교회라도 마을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곧 마을 운동의 지속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며 교회의 도시농업 참여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김성희 목사는 “동네에 뜻있는 청년들이 들어와 인적 자원이 더욱 보강되면 마을과 청년 사이에 상승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바람을 말했다.

오래된 성곽마을 행촌동은 지금 공동체가 더불어 살 수 있는 도시농업공동체로 재탄생하는 중이다. 혹시, 도시농업에 관심 있다면 곧 돌아올 봄에 인왕산 성곽을 한 번 걸으며 독립문교회와 마을을 탐방해 봐도 좋겠다.

박혜은 기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