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자연친화적 해법 찾기…자연장, 한지 수의 등

가까운 친인척의 장례를 치르고 나면, 누구나 한 번쯤 현재 보편화된 장례 문화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왜 이렇게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을 유지해야 하지?’
장례의 마지막 절차로 장묘 하는 자리에 서게 되면 또한 환경적으로도 문제는 없는지, ‘이러다가 좁은 한국 땅덩어리가 묘지로 가득 차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더해진다. 이런 의문과 우려가 모여, 최근 전통적 장례 문화에서 벗어나 대안적 장례 문화와 장묘 방식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장묘 문화가 필요한 이유
우리나라는 주거 면적이 국토의 3%에 불과한데, 묘지가 차지하는 면적이 국토의 1%일 정도로 ‘묘지 천국’이다. 국토의 1%라고 하면 서울시 면적의 1.65배에 달하는 면적으로, 그 면적이 매년 여의도 면적만큼 더 늘어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거기에 더해, 대략 1435만여 기의 분묘 중 연고가 없는 ‘무연고 분묘’가 224만여 기(15.6%)에 달하고, 무단으로 조성된 묘지가 전체 묘지의 70%에 육박한다. ‘무연고 분묘’는 관리가 되지 않아 지자체별로 공무원을 투입하거나 봉사단체에 의지해 묘를 청소하고 있다.
묘지로 인해 삼림이 황폐화되는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다른 나라에도 묘지는 있지만, 한국은 봉분을 만들고 그 위에 잔디를 입히는 특유의 무덤 형태를 가지고 있어 더 큰 환경 문제를 야기하는 것. 봉분 위에 깔아놓은 잔디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주변 나무를 모두 베어내야 한다. 그래서 무덤이 많은 산은 황폐화가 심각하다.
이렇게 묘지 면적이 국토를 잠식하는 문제와 ‘삼림 황폐화’라는 환경 문제는 전통적인 ‘매장 풍습’을 재고해야 할 필요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상술에 멍든 장례 문화
무엇보다 현재 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치르는 장례 예식은 허례허식의 고비용 장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건전한 장례법을 장려하는 우리상포 협동조합의 김안태 이사장은 <환경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대부분의 장례 예식은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가정의례준칙에 따른 것으로, 일제의 잠재의식이 투과된 문화다. 이것을 상조 회사들이 마치 우리의 전통문화인양 계승하고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고급화·상업화되고 있는 장례 문화에 대해 “장례식장에 들어서게 되면 양쪽 벽은 화환으로 장식돼 있는데 이 장식은 가격에 따라 차이가 크다. 유족들에게는 사회적인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 되면서 빈부격차를 느끼게 한다. 입관식을 보면 염습한 후 삼베수의를 사용해 입관하게 되는데 고급 관이나 삼베수의 값은 몇 십만 원부터 몇 백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오늘 입었다가 내일 당장 화장하게 되는데 말이다. 발인과정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고급리무진을 사용하는데 고급이 아니면 불효라는 생각이 유족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이제는 바꿀 때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적 자립부터 사후 장례의 문제까지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한국 골든 에이지 포럼의 김일순 회장은 “언제부턴가 장례의 주인공은 고인이 아닌 상주와 유족이 돼 버렸다. 고인의 뜻이 중요하기보다는 상주의 체면을 우선하는 의식으로 변질됐다”라며 사전장례의향서와 자연장(自然葬)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대안적 장례 문화의 여러 사례
장례 문화에 대한 고민은 최근 자연친화적인 장례문화로 그 해법을 찾고 있는데 먼저, ‘묘지’는 ‘추모 공원’으로, ‘기피하는 장소’가 아닌 ‘찾아가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이는 화장한 유골을 수목과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자연장의 도입으로 가능하게 된 변화다. ‘납골묘’나 ‘납골당’은 점차 과거형이 되고, 인공 폭포와 분수대, 조각공원 등을 설치한 추모공원으로서 묘지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사치스럽고 상업적인 장례문화를 지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후 부고 범위와 장례 방식 같은 당부 사항을 미리 적어놓는 지침서인 ‘사전장례의향서’ 작성도 권장되고 있다. 또한 상조회사가 아닌 협동조합의 형태로 합리적 가격의 장례식을 준비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평소 입던 옷으로 수의를 삼는 대안과 한지 수의 및 종이 관, 한지유골함 같은 장례용품을 사용하는 친환경적 방식을 제안한다.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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