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등 동물사랑과 리사이클링 정신

에코? 생태주의? 언젠가부터 미디어를 통해 들려오는 낯선 단어들이다. 환경이니, 녹색이니 하는 운동은 소수의 ‘배운’ 사람들만의 유행인 것 같다. 하지만 생태주의가 실은 우리 조상들의 삶에 배어든 자연스러운 사상이었다는 걸 아시는지. 벌레 따위의 하찮은 동물 하나와도 상생하려는 생명의식은 선조들의 일상 곳곳에는 스며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선조들의 일상을 자연스레 구성했던 생태적 실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상생의 가치를 담은 민속 문화
‘까치밥’은 상생의 가치를 담은 대표적 민속 문화다. 가을철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을 모두 따먹지 않고, 한 알을 까치밥으로 남겨두는 행위에서는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정월 대보름엔 까치와 까마귀에게 밥을 주는 풍속도 있다. 찰밥과 나물, 약식을 지어 먹은 후 지붕이나 담장, 나무 위에 올려두는 것이다. 이 안에는 까마귀가 신라 21대 소지왕의 목숨을 구해준 일이 있어 보답으로 그런 전통이 생겼다는 설, 새들이 농사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또는 새의 배설물이 농사에 비료가 되는 만큼 농사가 잘 되기를 비는 마음, 그리고 먹을 것이 없는 짐승과 대보름날만이라도 음식을 나눠 먹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전래의 말들
제비 다리를 고쳐주어 복을 받았다는 흥부 이야기나 ‘방에 지네가 기어 다니면 부자가 된다.’, ‘매미를 잡으면 가뭄이 온다.’, ‘까치를 잡으면 어머니가 병에 걸린다.’ 같은 속담은 또 어떠한가. 제비 한 마리의 부러진 다리 하나라도 보살피고, 집에 들어온 매미와 지네 한 마리라도 잡지 말고 놓아 보내라는 생명 의식이 담겨 있다. 하찮은 생명체에도 생명이 있으므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조상들의 이런 의식은, 작은 벌레 하나라도 ‘해충’이라 여기며 살충제를 뿌려 박멸하는 현대인에게는 낯선 생각이다.
하지만 ‘논밭에 지렁이가 많으면 풍년이 든다.’, ‘거머리가 많은 논은 곡식이 잘 된다.’는 옛말에는 지금 우리 시대의 트렌드인 유기농 농법이 담겨 있어 반갑기도 하다. 농약과 화학 비료로 멍든 논밭에 대한 반성으로, 퇴비와 살아있는 생물로 농사를 짓는 유기농 농법은 이미 우리 선조들이 삶으로 체화해 살아오고 있던 라이프스타일이었던 것.

옛 사람들의 유별난 ‘똥사랑’
무엇보다 퇴비를 이용해 농사를 짓던 우리 조상들의 삶에서는 ‘똥’조차 거름으로 만들어 사용해 이 세상에 ‘쓰레기’가 될 것은 거의 없다는 ‘순환 사상’의 실천이 엿보인다. 그야말로 재활용의 정점이 ‘똥’을 통해 발현된 것.
사실 현대인들이 ‘뒷간’을 수세식으로 고쳐 ‘똥’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깨끗하게 치워버려 일상과 분리시킨 어리석음은, 인간 외의 미물을 농약으로 박멸하여 ‘해’를 피하고자 하였지만 오히려 농약으로 땅이 ‘해’를 입히는 어리석음과 견줄만하다. 서구인들이 처음 고안한 수세식은 똥을 물로 씻어서 정화조를 통해 강물에 섞어 보낸다. 인간의 배설물은 곧 폐기물이라는 인식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에게 똥은 재생품이었다. 수세식 화장실을 거치면 자연을 더럽히는 쓰레기가 되는 ‘똥’이, 자연으로 되돌려지면 자연과 함께 소멸되는 동시에 먹거리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민속학자 주강현은 제주와 남도 지방에서 똥을 먹여 키우는 돼지를 소개하며 “우리 농민들에게 똥은 참으로 ‘황금’”이었다고 말했다.
“몸에서 나온 폐기물을 똥장군에 실어서 논밭으로 내가고, 논밭에서 거두어들인 식물을 먹고, 다시금 폐기물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자연계순환, 그게 과거의 방식이다.”

완벽한 리사이클링
똥돼지 문화 안에는 똥처리, 사료조달, 비료공급이라는 ‘일거삼득’, ‘일석삼조’의 효과가 생긴다. 이런 똥돼지문화는 어쩌면 가장 완벽한 리사이클링 방식인 것이다. 이렇게 선조들의 자연관을 담은 우리 전통을 주강현은 “생태민속”이라고 명명한다.
미물 하나와도 더불어 살고자 했고, 가장 더럽다고 여겨지는 ‘똥’조차 재생품으로 활용할 줄 알았던 우리 조상들. ‘생태주의’라고 불리는 생명 사상이 실은 외국에서 들여온 낯선 생각이 아니라 이미 우리 땅에서 우리 조상들이 살아내고 있던 삶의 실천이었음을 되새겨보게 된다.

<참고문헌>
※ 민속문화와 생태학적 인식, 임재해, 당대
※ 어린이를 위한 한국의 풍속, 박영수, 영교출판
※ 우리문화의 수수께끼1, 주강현, 한겨레출판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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