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의미> 외 3권

<노년의 의미> 폴 투르니에 지음 / 포이에마 펴냄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빨리 늙고 있는 나라’다. 통계수치상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년’에 접근하는 우리의 시각은 주로 경제적인 차원에만 머물고 있다.
사실 ‘늙는다’는 것은 경제적인 차원 외에 다분히 사회·문화적이고 포괄적인 복잡한 문제이다. 단순히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폴 투르니에가 이 책을 통해 제기하는 노년의 문제들은 가볍지 않다. ‘과연 늙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늙어야 할 것인가?’란 질문은 우리 삶의 중심부를 관통하며 삶의 의미로까지 확장된다. 이 책에 인용된 프랑스 계몽사상가 몽테뉴의 말처럼 “잘 은퇴하는 게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닌 것”이다.

1971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일종의 ‘노년학 고전’으로 꼽힐 만한 책이다. 그만큼 늙음의 의미를 상담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차원에서 다양하고 심도 있게 접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당신이 지금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노년과 은퇴 후에 맞을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충분히 생각조차 않으려 한다”고 강조하는데, 정말 우리는 이 책의 표지 카피처럼 “나이 듦도 배워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노년과 관련해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늙음 자체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인데, 폴 투르니에는 이 거부감 속에 뿌리 깊은 사회·문화적 요인이 배경으로 깔려 있음을 지적한다. “노인 문제는 단순히 노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노인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낸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늙음이 잘못도, 벌도 아니다
얼마전 영화로까지 제작돼 많은 반향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박범신의 소설 <은교>에는 이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구절이 나온다. 주인공인 시인 이적요가 한 문학상을 받는 자리에서 한 말인데,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는 구절이다. 늙음이 자연스런 삶의 한 과정이자 부분으로 다가올 때 비로소 우리는 노년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선택 훈련> 매 순간이 하나님의 열린 문
존 오트버그 지음 / 두란노 펴냄

‘선택’이 어려운 것은 선택을 위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이 복잡하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를 때에는 사실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것이 중요한 삶의 기로에 서 있다고 느낄 때에는 더더욱 망설이고 ‘완벽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과연 나는 ‘완벽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촌철살인적인 질문을 날린다. 이런 선택의 순간 하나님이 우리에게 물으시는 것은 완벽한 결정이냐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완벽히 내려놓은 결정이냐”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선택은 정말 쉬워진다. 왜냐하면 “매 순간이 하나님의 열린 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크리스천인데 왜 걱정할까> 걱정은 하나의 습관이다
윌 하트·롭 월러 지음 / 아드폰테스 펴냄

사실 이 책의 제목은 다소 괴이하다. ‘크리스천은 걱정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알만하다. 하나님을 믿으면 걱정하지 않는다는, 완고할 정도로 원론적인 전제가 부담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천도 걱정한다. 걱정하기에 이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할 이유도 성립하는 것일 것이다.
이런 완고한 전제만 빼면, 이 책은 우리가 걱정에 사로잡히게 되는 심리적 매커니즘과 걱정도 다른 심리적 작용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습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사실 걱정은 그리 걱정할만한 것이 아니다. 정말 걱정할 일은 오히려 우리가 정말로 걱정해야 할 일을 걱정하지 않는 심리적 무관심과 방관에 있는 것이 아닐까?

행복한 화가 고흐(?) <반 고흐, 삶을 그리다>
라영환 지음 / 가이드포스트 펴냄

앞에 소개한 책 ‘노년의 의미’에서 폴 투르니에는 늙어갈수록 ‘문화적 요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문화는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 고흐의 삶과 그림을 소개한 이 책은 눈길을 끈다. 문화적 요소에 특히 인색한 한국 교계에서 고흐의 그림을 신앙적 프리즘을 갖고 이해한다는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할 작업이기 때문이다.
총신대 조직신학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고흐를 우리가 흔히 알 듯 광기 어린 예술가가 아니라 “하늘 소명을 따라 그림을 그린 행복한 화가”로 소개하는데,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천천히 따라가보는 것은 고흐의 그림을 이해하는 또 다른 눈을 열어준다.

김지홍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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