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월이면 밀양의 ‘아름다운공동체’는 일일찻집 행사를 엽니다. 올해로 25년째. 그 성실함에서 하늘의 향기가 납니다. 하루 동안 찻집을 찾아주시는 손님이 무려 1천여 명 정도입니다. 대도시도 아닌데, 혹자의 말대로 저 밀양 촌구석인데….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아름다운공동체의 25년 동안의 섬김과 성실한 삶의 일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득, 정성은 천도(天道)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하늘의 도(道). 성령의 열매가 떠오릅니다. 사랑. 희락. 화평. 인내.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 성령의 열매는 바로 ‘성품’입니다. 신기루 같은 애매함이 아니라, 확연히 드러나는 성품입니다. 아름다운 공동체의 성령의 열매를 여러 각도에서 보면서 그 열매로 그를 안다던 성경의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아름다운공동체는 장애우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우는 자들과 같이 웁니다. 어려운 자들을 찾아가 입을 것, 먹을 것을 나눕니다. 봄가을이면 그들과 함께 소풍을 갑니다. 여름엔 물놀이를 갑니다. 반찬을 만들어 가난한 이웃들에게 묻지마 배달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 아름다운 공동체는 겨울에 난방을 돌리지 않습니다. 이웃의 따뜻함을 위해 춥게 지냅니다. 이렇듯 낮고 작고 가난한 곳을 보살피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온 맘으로 온 몸으로 온 삶으로 실천해 나갑니다. 국가의 지원에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교회들과 성도들의 후원에 호소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예수님에게 한 것이라는 말씀을 살아갈 뿐인데 해외에서 전국에서 각 지역 수많은 성도들로부터 후원이 이어집니다. 진심은 영혼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것을 보게 됩니다.
“작은 꽃이 먼저 피는 봄, 작은 새가 먼저 노래하는 아침. 작은 것이 먼저 세상을 아름답게 해.”
어느 봄날 아침, 아름다운공동체를 떠올리며 써 보았던 글입니다.
아침이면 논으로 밭으로 일을 나갑니다. 자급자족을 위해서지요. 고구마, 감자, 무, 상추, 고추 그리고 감농사 등…. 할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손톱 밑엔 흙이 끼어 늘 까맣습니다. 그 손으로 밥을 짓고, 그 손으로 장애우를 업고, 그 손으로 예배를 준비하고, 그 손으로 서툰 악기를 연주하며 하나님을 노래합니다.

낡은 칫솔을 보며
얼마 전엔 공동체 화장실에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손님들을 위한 새 칫솔이 한편에 쌓여 있었는데, 정작 공동체 식구들의 칫솔은 문드러지도록 낡고 닳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울 아래에 스티커가 눈에 띄었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10가지 습관'이라는 글입니다. 일회용품 안 쓰기. 비닐봉지 안 쓰기. 자전거 타기. 장바구니 사용하기. 수도꼭지 절수장치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안 쓰는 플러그 뽑기. 이면지 활용하기. 양치질 할 때 컵 사용하기. 구체적으로 지구를 사랑하고 지켜 나가는 습관들입니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생각납니다. 지구는 인류의 필요는 채워줄 수 있지만 인류의 욕망은 채워줄 수 없다고. 지구를 살리기 위한 자발적 가난에 구체적인 실천들이 참 고맙고 고맙습니다.
저는 아름다운공동체 일일찻집 행사에서 매번 3회 공연을 해왔습니다. 총 서너 시간을 노래하기에 다음 날이면 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얼마나 행복한 고통인지요. 닳는 기쁨. 호사이지요. 언제고 닳아서 사라지는 사명이고픈데. 이럴 수 있는 기회도 흔하지 않지요. 지역에서 음악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대거 오셔서 종일 공연이 이어집니다.
공동체에서 손수 만든 물건들도 판매를 합니다. 밖에선 자원봉사 하는 아이들이 추위에 발을 동동거리며 떡볶이와 어묵 장사를 합니다.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감싸주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헌신으로 일일찻집 행사는 끝이 납니다. 그렇게 모인 기금으로 낮고 작고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한 해의 살림을 꾸려나갑니다.
이 글을 보시는 아름다운동행 벗님, 밀양으로 한 번 여행오지 않으시렵니까. 천국잔치에 오셔서 제가 노래하는 것도 응원해 주시고, 커피도 한 잔 사주시고, 밖에 동동거리며 장사하는 아이들의 손도 한 번 잡아 주시고요.

“사랑하면 세상은 아주 작고 작은 곳이 된다고 하지요”

※아름다운 공동체 일일찻집 :
1월 12일(화) 오전 10시~오후 9시 밀양은혜교회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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