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누아투 원천희 선교사, 정글 속 미전도 원시부족 찾아가 친구 되기

100년 만에 온 한국 선교사
“당신이 원 선교사예요?”9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바누아투의 노구구 마을에 원천희 선교사가 도착했을 때, 한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와 물었다.
마을에서는 중요한 사람을 맞는 듯한 잔치를 벌이고 있는지 멀리서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누군가가 “우리 중에 중요한 사람, ‘빅맨’이 있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중요한 사람’이 원 선교사였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왜 그렇게 처음 만나는 원 선교사를 반겼던 것일까?
이름 모를 사람을 따라가 보니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밴드는 “맥켄지가 한국에 갔고, 원 선교사가 한국에서 노구구로 왔네”라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최근 ‘굿모닝 추장님!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세요’(코리아닷컴) 출판에 맞춰 한국을 잠시 방문한 바누아투 원천희 선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놀랐지요. 바누아투 산토섬 서해안쪽의 선교정보를 모으기 위해 간 거였어요. 그런데 그런 환대를 받으니. 물어봤지요. 도대체 맥켄지가 누구냐고.”
제임스 노블 맥켄지 선교사는 바누아투에 식인종들이 살고 있던 1894년, 가장 외진 노구구라는 마을에 와서 원주민 사역을 한 호주 선교사이다. 노구구 사역이 끝날 무렵, 한국에 환자가 많다는 소식을 듣게 된 그는 한국으로 자원하여 선교하러 들어갔는데, 이때 노구구 교인들은 선교사 모르게 200파운드(현재 금액으로 2500만원 상당)의 헌금을 모아 건네주었다. 가난한 원주민들이 활과 칡을 팔아 모은, 그들에겐 어마어마하게 큰돈이었다. 한국으로 온 맥켄지는 훗날 ‘한센병 환자의 아버지’라고 불렸으며, 딸들은 일신기독병원을 세우기도 했다.
이같은 복음의 역사를 간직한 바누아투 노구구 주민들에게 한국인 원 선교사의 방문은 자신들의 선조들이 한국으로 보낸 선교비와 기도의 열매를 1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확인하는 감격의 순간이었던 것이다.

“너의 안전지대를 떠나라”
지상낙원의 섬 바누아투. 그러나 식인종이 살았던 원시 문화가 남아 있고 깊은 정글 속에서 여전히 문명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원시 부족이 있는 곳. 산토섬 중앙에는 해안가와는 달리 아직도 영화 부시맨에나 나올 법한 원주민이 살고 있는 부족 마을이 있다. 지금도 옷 대신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고, 추장과 주술사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부족들이다. 그곳이 바로 원천희 선교사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처음 선교를 떠난 곳이다.
“뉴질랜드에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교회 사역을 시작했는데, 어느 날 인도 단기 선교팀을 이끌고 인도로 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주님의 부르심을 듣게 되었지요. ‘너의 안전지대를 떠나라(Leave your comfort zone).’ 너무나도 분명하고 강한 주님의 부르심에 두려운 마음으로 순종했습니다. 제 안전지대를 떠나 정글 속 꼭꼭 숨어있는 미전도 원시 부족들을 만나러 바누아투 정글로 들어갔습니다.”
현실은 장난이 아니었다. 기후뿐 아니라 깊은 정글 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산을 오르고 내려와야 했고, 문명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정말 어려웠다.
현지 선교사들과 함께 마을을 방문하면 그의 짐가방이 나중에 모두의 짐이 되었다. 별의 별 것을 다 싸들고 갔더니 그 무게 때문에 모두가 고생하게 된 것. 마을 추장이 ‘돌직구’를 날렸다.
“당신은 부족을 방문할 때 당신의 물건을 너무 많이 가지고 온다. 만약 당신이 여기에 와서 진짜 선교하고 싶다면, 당신은 우리처럼 살 수 있는가?”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선교지에 들어가서도 제 ‘안전지대’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나오지 못하는 허약하고 모순투성이 모습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보여주신 물탱크 도면
부족 선교의 접촉점은 의외의 지점에서 열렸다. 산속 마을 부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묻자 그들은 모두 ‘물’이라고 했다.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 나라에 마실 물이 없다니!
“물탱크가 없으니 20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힘들게 물을 길어 오더라고요. 물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순간 반투명의 영상과 사진들이 보였습니다.”
성령께서 보여주신 도면을 갖고 물탱크를 제작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부족 마을 사이에 물탱크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가자 부족 마을과 관계를 맺는 것에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리고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유치원과 학교 사역이 시작되었고, 어린이들에게 교육과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이러한 과정이 계속되면서 교회를 건축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바누아투에서 선교를 시작한 지 7년, 꽁꽁 문을 닫았던 부족들이 먼저 학교를 지어달라고 요청하고 주술사마저 일을 접고 교회 근처를 어슬렁거리게 되었다.
현재 바누아투 산토섬 부족 선교는 44명의 선교사가 12개 지역, 80개 마을을 선교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교회 18개, 유치원 17개, 학교 6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약 500여 명의 어린이들이 유치원과 학교를 다니면서 복음을 듣고 예배를 드리며 세례를 받았다.
“선교 농장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돼지, 닭, 염소, 벌꿀, 목공, 재봉, 채소 재배를 하게 되는데 현지 선교사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서 산 속에 작은 규모의 선교 농장을 세우려고요. 이 사역을 통해서 자립할 수 있는 선교를 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하는 원 선교사는 “불안정, 불확실한 현장에 들어가 성령을 체험하니까 성령님께서 모든 걸 다 갖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안전지대’를 떠나 ‘믿음의 지대’로 나아가게 하시는 하나님께서 바누아투 선교 2기를 새롭게 시작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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