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독교서회 신임사장 서진한 목사

대한기독교서회 제9대 사장으로 서진한 목사(59ㆍ한국기독교장로회)가 선출됐다. 서 목사는 지난해 말 기독교서회 이사회의 투표를 거쳐 3월 27일 서울 취임식을 갖고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서 목사의 사장 선임이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기독교서회 123년 역사상 처음으로 내부 실무자 출신 사장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서회는 연합기관의 특성상 그동안 통합 감리교 성결교 기장 성공회 등 각 교단에서 파송한 이사들 가운데서 사장이 선출돼왔다. 하지만 서 목사는 1994년 기독교서회에 입사한 이래 편집부장, 기획실장, 출판국장 등을 거쳐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인 겸 상무로 재직하다 사장으로 선출됐다.
서 목사의 사장 선출은 기독교서회 이사회의 첫 실무자 출신 사장 선출과 출판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아울러 기독교서회의 재정적 어려움 등이 겹쳐 향후 기독교서회 새로운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기독교서회가 한국 교계 대표적인 연합기관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연합기관들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 기독 출판계에 가져올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독교 인문학의 복원
기독교서회는 지난 몇 년간 찬송가 출판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와 관련해 서 사장은 사장 선출 직후 그리고 취임사를 통해 ▲찬송가 출판권 확보 ▲신학을 성도와 교회에 전하는 가교 역할 ▲평신도 도서 강화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 등 향후 기독교서회의 방향과 관련해 몇 가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서 사장은 기독교 신앙에서 ‘책’이 차지하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에 주목하겠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지난 4월 28일 아름다운동행과 가진 인터뷰에서 서 사장은 “종교개혁이 교권에 갇혀 있던 성경을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라며 그만큼 ‘책’은 기독교에 있어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기독 출판계의 흐름은 교회 성장, 간증, 실용서, 성공 스토리 등 ‘팔리는 책’에만 주목하다보니 사상ㆍ철학ㆍ문학ㆍ미술ㆍ음악 등 지난 2천 년 간 기독교가 축적해 온 방대한 지적ㆍ문화적 자산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기독 출판계가 다시 관심을 갖고 복원시켜야 할 영역이 바로 ‘기독교 인문학’임을 강조했다.

신학과 신앙의 균형
하지만 이러한 일은 어떤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서 사장도 잘 인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독자와 출판사, 그리고 한국교회의 합의와 노력이 합쳐질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기독교서회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회는 그동안 신학서적을 많이 출간해왔다. 하지만 캠퍼스 안에 갇혀 있는 신학은 의미가 없다. 기독교 신학은 공동체 신학이다. 신앙의 열정이 없는 신학은 무의미하고 신학을 포기한 신앙은 맹목적이다. 그래서 서회는 이 둘 사이에 가교를 놓고 싶다. 신학과 신앙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것 역시 단 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기에 서 사장은 지속적인 투자와 홍보를 통해 꾸준히 이 일을 해나갈 생각이다.
“서회는 연합기관이다. 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교회에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회는 설립 초기 한국 사회와 한글 대중화에 큰 역할을 감당했다. 이런 기능을 복원하고 싶다. 성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통찰력 있는 글들을 적극 발굴하고 싶다. 신학교는 너무 전문적이고, 교회는 체계적인 신학을 가르칠 형편이 안 되니 평신도 아카데미 같은 것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

영예만큼 큰 부담
서 사장에게는 사실 첫 실무자 출신 사장이라는 ‘영예’ 못지않게 무거운 짐도 얹혀 있다. 기독교서회가 직면한 악화된 경영여건을 풀어나가야 하고, 갈수록 침체되는 기독교 출판시장의 압박 속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도 있다. 동시에 연합기관으로서 교회와의 관계를 복원하고 문서선교기관으로서의 기능과 기독교 인문학의 재생이라는 출판사로서의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서 사장의 취임식에서 축사를 한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는 서 사장을 “통합적 사고가 가능한 인물”로 소개했다. 그의 통합적 사고와 20여 년 동안 기독교서회에 몸담아 온 전문성과 경험이 향후 기독교서회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를 모으게 한다.

대한기독교서회는…
대한기독교서회는 개신교 문서선교기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출판사로, 1890년 6월 25일 ‘조션셩교셔회’로 출범했다. 언더우드, 아펜셀러 같은 초기 선교사들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설립한 기독교서회는 설립 초기 쪽복음, 전도문서, 한글성경, 찬송가 등을 보급하며 민중의 각성과 계몽에 앞장섰다. 당시 한성감옥소에 수감되어 있던 이승만 이원긍 유성준 홍재기 김정식 같은 이들이 기독교서회에서 발행한 서적들을 읽고 개종한 것은 유명하다.
기독교서회는 설립 초기 종교출판이라는 제한된 틀을 뛰어넘어 한글 보급과 민족의 계화에 큰 몫을 담당했으며, 일제의 강점과 식민지배,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과 휴전,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근대사 속에서 굳건히 문서선교의 소명을 놓지 않았다. 120여 년에 이르는 긴 역사 동안 1만여 종의 도서를 발간한 기독교서회는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관이자 문서선교기관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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