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스트라다(LA STRADA, 1954)

오늘 소개할 영화는 1954년에 발표된 ‘라 스트라다’이다. ‘라 스트라다’는 우리 말로 ‘길’이라는 뜻이다.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작품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함은 물론 단번에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후 펠리니의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지만 세월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명작은 단연 이 작품이다.

젤소미나와 참파노
약간 모자랄 정도로 순진한 소녀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 분)는 죽은 언니 로사와 마찬가지로 만 리라에 팔려 차력사 참파노(안소니 퀸 분)를 따라 집을 떠나게 된다. 참파노는 처음부터 젤소미나에게 무언가를 제대로 가르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자신이 쇠사슬을 끊는 차력 쇼를 할 동안 조수 역할에 충실하기만을 바랐다. 이렇게 어색하지만 묘한 조화 가운데 둘의 세상 여행은 시작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참파노는 남들에게 젤소미나를 자신의 아내로 소개한다. 그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던 그녀는 참파노가 자신 앞에서 거리의 여자를 데리고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후에야 그의 짐승 같은 모습과 자신을 향한 폭력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러나 이미 그를 사랑하게 된 그녀는 모든 것을 가슴에 담고 참는다. 하지만 또 다시 자신을 무시하고 다른 여인과 잠자리를 갖는 참파노에게 실망하여 결국 그를 떠나게 된다.
정처 없이 떠돌다 들어간 도시. 처음 접한 도시의 축제에서 고공 줄타기의 명수인 나자레노를 만나게 된다. 축제가 끝나고 혼자 남은 그녀 앞에 어디선가 참파노가 나타난다. 그녀는 그를 뿌리치고 싶었지만 결국 그와 함께 다시 길을 떠나게 된다.
참파노는 더 좋은 수입을 위해 그녀를 데리고 유랑극단에 들어간다. 젤소미나는 그곳에서 다시 나자레노를 만나게 되고 예전부터 견원지간이었던 참파노와 나자레노는 칼부림 끝에 유치장에 끌려가게 된다.
하루 먼저 풀려난 나자레노는 젤소미나를 찾아온다. 그녀는 무심하게 “난 아무에게도 쓸모가 없나 봐요”라는 말을 던진다. 사는 것이 지겹고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그녀의 말에 나자레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세상에 있는 것은 모두 어딘가에 쓸모가 있어요. 길가의 돌멩이조차 당장 어디다 쓰는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조물주는 분명히 돌멩이의 쓰임새를 알고 계셔요.” 참파노를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유하려던 그였지만 젤소미나가 참파노를 생각하는 마음이 간절한 것을 확인하고는 오히려 그녀가 참파노 곁에 있는 것이 그녀의 존재의 이유일 거라는 결론을 내려준다.

예수 그리스도가 온 이유
다음 날 그녀는 참파노와 함께 다시 길을 떠난다. 그 길에서 우연히 만난 수녀는 젤소미나에게 호감을 갖고 하룻밤을 수녀원에서 지내도록 허락해 준다. 수녀는 젤소미나가 떠돌이 생활을 하는 것과 자신이 2년 마다 수녀원을 옮겨 다니는 것이 같은 의미라고 말한다. 또한 사람은 머물러 있으면 나무 한 그루에도 집착을 하게 되고 집착은 하나님을 잊어버리게 만든다고 말한다. 자신은 하나님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 길을 떠나고, 젤소미나는 남편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 길을 떠나는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
계속 아름다울 것 같았던 이들의 여정이 나자레노가 나타나며 뒤틀어지게 된다. 참파노는 그 동안 쌓였던 분을 풀기 위해 주먹질을 하게 되고 운 없게도 몇 번의 주먹질에 나자레노는 숨을 거둔다. 경찰서에 가기 싫었던 참파노는 시체를 보이지 않는 곳에 유기하고 떠난다. 이 모든 것을 곁에서 보았던 젤소미나는 서서히 미쳐가기 시작한다. 결국 더 이상 쓸모없어진 그녀를 길에 버리는 참파노….
수년의 세월이 흐르고 늙어버린 참파노는 바닷가 마을에서 서커스 공연을 준비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바로 젤소미나의 음악소리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를 수소문하지만 그녀는 서서히 미쳐가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날 밤 술에 취해 바닷가에서 통곡하는 참파노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다른 영화를 소개할 때와 달리 줄거리를 자세히 설명한 이유는 이 먼지 쌓인 흑백영화를 다시 찾아서 보실 분이 얼마나 될지 확신할 수 없어서 차라리 이야기를 기억나게 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굳이 부연 설명하고 의미를 재해석하지 않아도 이야기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신앙인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 설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반드시 짚고 넘어갈 부분은 영화 속의 참파노는 시간을 돌이킬 수도, 젤소미나를 다시 만날 수도 없다. 그저 회한의 눈물만 쏟아낼 뿐이다. 그러나 신앙의 길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언제든 돌이킬 수 있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명백한 이유이고 목적이다. 잘못된 인생의 길을 걸어 왔다고 느낀다면 충분히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치며 애통해하자. 그리고 다시 살리시는 그분을 바라보자.

김성권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연세대 사회학과 대학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MFA를 마쳤다. 미디어선교회 ‘히즈앰티’대표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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