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호빗 시리즈 이야기
영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는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원정대가 결성되기 60년 전의 이야기로, 총 3부작의 ‘호빗’ 시리즈 중 두 번째 이야기이다. 2편은 2012년 말에 개봉되었던 1편인 ‘호빗: 뜻밖의 여정’과 이어지는 내용이므로, 먼저 1편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1편에서는 먼저 에레보르 왕국을 빼앗기게 된 난쟁이족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그리고는 14번째 대원으로 호빗족인 빌보 배긴스가 원정대에 합류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빌보,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인 프로도의 삼촌이 어떻게 절대반지를 갖게 되었는지를 밝힌다. 2편은 소제목이 말해주듯 오랜 잠에서 깨어난 거대한 용 스마우그와의 일전이 시작되는 영화다.
원래 ‘호빗’은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이자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인 C. S. 루이스의 회심을 결정적으로 도운 친구, J.R.R. 톨킨의 작품이다. ‘반지의 제왕’의 원작자이기도 한 그는 1937년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호빗’을 출간했다. 영미권에서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자기 전에 읽어주는 책으로 더 유명한 책이다. 10년 전 피터 잭슨 감독이 톨킨의 ‘반지의 제왕’ 3부작을 획기적으로 스크린에 옮겨놓았고, 톨킨이 ‘호빗’에서 시작해 ‘반지의 제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피터 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시작으로 60년 전의 이야기인 ‘호빗’을 영화로 풀어나간다.

우리 모습과 흡사한 호빗
주인공인 호빗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여행 한 번 다닌 적 없이 세계를 학습하는가 하면, 어떤 일이 닥치면 안절부절하는 모습들, 게다가 자신의 집과 호빗 마을이 전부인 그에게 있어 다른 세계란 두렵고 낯설기만 하다. 우리가 일상의 격변 없이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지속하고 싶어 하듯이 빌보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빌보가 절대반지를 만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보다 적극적이고, 보다 영웅적인 주인공으로 거듭난다.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가 탐욕을 부르는, 절대 취해선 안 되는 물건의 대명사였다면, ‘호빗: 뜻밖의 여정’과 ‘스마우그의 폐허’에서의 반지는 호빗을 긍정적으로 바꿔놓는 매력적인 열쇠처럼 보인다.

모두가 함께 안녕하길
작년 연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고려대 졸업반 학생의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를 접했다. 가난을 모르는 풍족한 세대로, 사회에 무관심하고 생각이 없는 세대로 자신을 비롯한 청년세대들이 불리는 것에 대한 고민과 반성, 그리고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함께 ‘안녕’을 이야기하고, ‘함께 안녕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조용히 손 내밀고 있었다. 청년세대 또한 나름의 고민과 아픔을 간직한 세대였고, 동시대인으로서 발붙이고 사는 사회에 대해 함께 책임지고 싶어 하는 사회인이자, 국민의 일원이었다.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라는 러닝타임(영화상영시간)이 조금은 긴 판타지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보고 난 이후 영화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고, 나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 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1편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2편을 본 필자로서는 내용의 스토리도 잘 연결되지 않았을 뿐더러 추격과 전투신의 화려함에 메시지가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14년 청말띠 해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몇 가지 생각해 볼 대사들이 있었다.
먼저,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와 마법사 간달프(이안 맥켈런)의 대화 중 나온 이야기이다.
원정을 계속하는 중, 빌보는 간달프에게 자신이 고블린 터널에서 절대반지를 얻게 되었다는 얘기를 간질간질 참고 있다가 드디어 얘기하려 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원정을 하면서 깨달은 바는 자신의 용기였다“고 둘러댄다. 하지만 이 말은 영화 속에서 진실이 된다. 사실 빌보가 절대반지를 이용해 함께 원정하는 대원들을 많은 위기에서 건져낸다.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빌보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이제 빌보는 더 이상 자신 안에만 갇혀 있는 호빗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을 위해 용기를 낼 줄 아는 호빗이 된 것이다.
다음은 엘프족인 레골라스(올랜도 블룸)와 타우리엘(에반젤린 릴리)의 대화이다.
오크족을 필두로 악이 관영한 상황들에 대해 레골라스는 “우리가 관여할 싸움이 아니다”라고 말린다. 하지만 타우리엘은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싸움이며, 우리도 세상의 일원이 아니냐?”며 함께 싸워야 할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설득한다.
2014년 새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여전히 밟고 사는 우리를 한 번 돌아보자. 하나님의 말씀은 아니라고 하시는데, 나는 안주하며 괜찮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인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과연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자.

김서연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신학과를 졸업(M.Div)하고 안산 동산교회 큐티지 ‘큰숲맑은샘’에 영화 관련 글을 연재했다. 현재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에서 신학석사(Th.M)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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