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 - 효은이 이야기 마지막회

천식으로 고생하는 효은이
효은이가 입술을 동그랗게 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숨을 고릅니다. 숨쉬기가 힘든가 봅니다. 답답한지 가슴께를 손으로 두드리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생소한 질병, 천식이 효은이 가슴에 얹힌 탓입니다.
추수감사예배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뒷자리에 앉은 효은이 기침소리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남편은 운전을 하며 효은이 기침 소리가 들릴 때마다 “효은이 어떡해!”를 연발했습니다. 나중엔 효은이가 그 말을 따라서, 자기가 기침하고 스스로 “효은이 어떡해!” 합니다. 정말 효은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발달장애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운데, 왜 하필 완치가 어렵다는 천식까지 생겼는지, 몸은 왜 이리 자주 아픈지, 이 여린 딸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날 밤 효은이는 밤새 몸이 불덩이였습니다. 천식 환자가 감기에 걸리면 어찌되는지에 대해 지식도 경험도 전혀 없다 보니, 이러다 또 응급 상황이 되는 건 아닌지 겁이 났습니다. 새벽녘. 효은이는 기침 끝에 잠이 깨어 눈물을 주르륵 흘렸습니다. 저는 딸의 뜨거운 몸뚱이를 안아주고 쓸어주며 기도합니다.
“하나님, 우리 효은이가 아파요. 아파서 울어요. 숨 잘 쉬게 해주세요. 기침하지 않게 해주세요. 빨리 나아서 건강하게 뛰어놀게 해주세요.”
저의 기도에 효은이가 ‘아멘’합니다. 아파서 정신이 없는 것 같다가도, 제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하면 가녀린 목소리로 “아멘” 하는 효은이입니다.

기도 그 자체가 ‘위로’
효은이는 기도받기를 좋아합니다. 본능적으로 기도가 무엇인지 아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은 직접 기도요청을 할 때도 있습니다.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리고 찾지 못할 때, 다른 사람이 먹는 음식을 자기도 먹고 싶을 때, 친구가 예쁜 물건을 가져와서 갖고 싶을 때, 아빠가 늦게 귀가할 때. 그 때마다 효은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가 기도해줄까!” 하며 품에 안겨왔습니다. 그러면 저는 언제라도 효은이를 품에 안고 기도해주었습니다.
“하나님, 효은이가 아빠가 없어서 울어요. 효은이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아빠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효은이가 울지 않고 아빠를 기다릴 수 있게 해주세요.”
“하나님, 효은이가 귤을 못 먹어서 슬프대요. 귤 때문에 슬퍼서 울어요. 앞으로는 효은이가 귤 때문에 울지 않게 해주세요.”
“하나님, 효은이가 빨간 멍멍이를 잃어버려서 울어요. 잃어버려서 너무 속상하고 슬퍼요. 빨간 멍멍이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비록 사소하지만, 효은이는 자신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괴로움을 당할 때마다 기도를 요청합니다. 효은이에게 기도는 ‘위로’ 그 자체입니다.

글쓰기를 통한 하나님의 위로
효은이에게서 기도를 배웁니다. 혼자 힘으로는 어떡해야 할지 모르는 그 순간, 무거운 한숨이 가슴 깊이 잦아드는 그 때에, 슬퍼하기보다 기도하기로 작정합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효은이에게 제가 그랬듯, 저를 품에 안아 위로하시며 토닥여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 효은이 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효은이의 기침 소리가 제 마음을 찢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동행에 효은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특별한 아이 효은이를 양육하면서, 그로 인해 경험하는 희로애락을 가급적 솔직히 써보려 노력했습니다. 효은이를 키우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아직 다 알지는 못하지만, 아는 만큼 느낀 만큼 표현하려 애썼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는 동안 효은이와 함께하는 삶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동안 제게도 치유가 있었습니다. 어느새 효은이로 인해 아프던 마음이 단단해지고, 흐릿하던 생각은 명료하고 또렷해졌습니다.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글 쓰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제목을 적어봅니다
지금은 효은이가 아파서 고전하고 있지만, 추수감사절을 맞아 효은이에 대한 감사 제목들을 적어 봅니다. 제대로 다닐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학교에 잘 적응해서 감사, 받아쓰기하고 직접 알림장 적어 올 수 있게 되어 감사, “효은이 그려봐 봐”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간단히 일기 쓰게 되어 감사, 알아보기 어려웠던 글씨, 결코 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았던 큰 글씨들이 어느새 칸 안에 들어와 손발 모으게 되어 감사….
감사의 마음이 이어달리기합니다. 복직해서 직장생활 잘 감당하게 해주셔서 감사, 가사일을 적극 도와주는 남편이 있어 감사, 탈 없이 잘 커주는 둘째 아이로 인해 감사, 맞벌이 가정의 빈틈을 채워주시며 고비마다 힘이 되어주신 부모님들로 인해 감사, 효은이를 자식처럼 아껴주신 활동보조 선생님으로 인해 감사,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학교 선생님들로 인해 감사, 늘 기도로 함께 해주는 벗들과 교우들로 인해 감사….
감사의 마음 모아 다짐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다가와도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으며 힘껏 살아가겠노라고. 그 어떤 어려움도 하나님보다 크지 못함을 믿음으로 고백합니다.

양은영
자폐성 장애가 있는 딸 효은이(9세)와, 별 문제 없이 크는 아들 정혁이(7세)의 엄마다. 효은이를 낳은 후 육아에만 전념하다가, 2013년 인천의 고등학교 교사로 복직하여 워킹맘이 되었다. 남편, 아이들과 함께 청계산 자락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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