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에게 온 편지 한 통

저에겐 고넬료와 같은 성품을 가지신 좋은 벗님이 계십니다. 일보다 존재가 중하고 성공보다 향방이 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벗님은 회사를 위한 직원이 아니라, 직원을 위한 회사로서의 향방을 중히 여기십니다. 때문에 당하는 불이익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타협은 없습니다. 때론 직원들의 어려움을 남몰래 해결해주기도 하시는 은밀한 흑기사이기도 하십니다. 요즘 세상 능력 있는 리더는 많지만, 훌륭한 리더는 얼마나 될까 싶은 그런 세상에 우리가 삽니다. 그 벗님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좋은 때라는 건 따로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뭐든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때, 그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때인 것 같아요. 돈 많이 벌어서, 성공해서 부모님 호강시켜드린다, 가족을, 연인을 사랑한다, 자식들 위한다는 말들은 게으르고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때는 따로 없을 것 같아요. 사랑할 수 있을 때, 그럴 수 있을 때, 맘을 다하는 때야말로 살면서 가장 적기인듯해요. 어머니가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를 달고 계세요. 조금만 더 기다려달란 말, 힘내시라는 말들보다 바빴어도 힘들었어도, 더 챙기질 못했던 것, 더 애살스럽게 사랑하지 못했던 것들이 후회됩니다. 선생님도 그러신가요? 저희 어머니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맘 모아 주세요. 선생님….

 

이 편지를 받고 제가 벗님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위로가 꼭 필요할 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맞닥뜨립니다. 맘속으로 발만 동동거립니다.

‘그래! 기도하자! 말로만 기도한다 말고, 다 아시고 잘 아시는 아바 아버지께 감사함으로 마음 드려 아뢰자!’

그리고 지인들에게 벗님의 편지 내용을 나누고 함께 맘 모아 달라고 중보요청을 했습니다. 잠시 후, 귀한 마음들이 도착했습니다. 풀꽃 같은 맑은 향기가 났습니다. 아름다운동행 가족 여러분, 벗님을 위해 잠시만 맘 모아 주십시오. 믿음은 사랑을 위해 쓰라고 주신 선물이라고 하니, 우리가 사랑하면 하나님께서 그 사랑을 우리에게 꾸인다고 하셨으니, 두 세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꼭 이루어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을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편지

그리고 어느 날 벗님에게서 두 번째 편지가 왔습니다.

 

어제 중환자실에 호흡기 달고 누워 계시는 어머니 옆에 앉아 있다 반짝하는 빛이 제 머리 속을 관통했습니다. 그건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였던 것 같아요. 왜 현재가 선물인지. 지금 여기가 어디든, 왜 제일 중요한지. 미래를 위해 오늘을 열심히 라는 구호로 살아왔다면 이제 바꾸겠습니다. 오늘을 위해, 지금을 위해, 현재를 위해 혼신의 힘을, 지금 선생님과의 대화와 교감을 위해. 모든 최선을 내일, 미래라는 말로 그냥 넘겼던 오늘과 현재들 참 교만했던 것 같아요. 힘들면 오늘을 재끼고 버렸죠. 좋은 것들만 만끽하면서. 이미 선생님 덕분에 빛을 보았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 내일의 어머니가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어머니께 호흡기를 끼고도 웃어주시는 그 어머니께 감사하며 열심히 기도합니다. 이 순간 함께 해주시는 선생님. 제 모든 영적 감사를 보냅니다. 저는 이제 오늘만 살겠습니다. 오늘… 지금… 행복하세요. 선생님.

 

신앙의 움이 맑게 트고 있어

감격적인 답신이었습니다. 벗님은 아직 하나님을 잘 모르시는데도 마치 믿음의 절정에 서 계신 듯한 아름다운 행보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저는 벗님과 5년이 넘도록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해 왔습니다. 벗님은 요즘 하나님에 대해 자주 저에게 물어보십니다. 힘드셔서 홀로 기도도 하십니다. 어느새 벗님은 하나님을 깊이 신뢰하고 계셨습니다. 신앙의 움이 맑게 트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봅니다. 그리스도 밖에 있었고 언약에 외인이었으며 소망도 없고 하나님도 없던 다양한 우리를 위해 하나님은 일하시며 우릴 위해 중보 하나를 남겨 두시고는 우리가 당신 안에 하나임을 알아가게 하셨습니다. 어느 좋은 날 벗님의 어머니께서 산소 호흡기를 무사히 내리시는 날에 벗님과 함께 어머니를 위한 작은 콘서트를 펼칠 수 있도록 아름다운동행 가족 여러분 맘 모음 중보를 부탁드립니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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