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생각하는 바자회
“아름다운동행에서 ‘통일 노래가 들리지 않네요’라는 기사를 보고, 5월에 개최하는 ‘통일을 생각하는 바자회’에서 ‘통일을 생각하는 콘서트’를 열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생겨 전화를 드립니다. 혹시, 이런 곳에도 와 주실 수 있는지요?”
목사님의 음성이 희망처럼 푸릅니다. 널찍한 ‘아름다운동행’이라는 텃밭에 통일을 생각하는 작은 꽃씨를 뿌렸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꽃을 피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통일을 생각하는 바자회’ 는 천안양문교회에서 개최하는 열두 번째 행사입니다. 그동안 불우이웃돕기, 지역 장애우 돕기, 새터민 돕기, 다문화 가정 돕기, 중독자 돕기, 조손가정 돕기 등의 주제로 열렸으며, 그리고 올해는 ‘통일을 생각하는 바자회’로 열게 된 것이지요. 이번 바자회는 분단의 긴장 속에서 통일을 소망하는 마음으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탈북민들과 그 자녀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도 ‘통일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라는 생각에 개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탈북 아주머니가 만들어주신 ‘인조고기’
푸른 나무들 아래로 바자회 텐트가 줄이어 차려져 있습니다. 전시된 북한 사진들이 부는 바람에 쓰러졌다, 세워졌다를 반복합니다. 마당 뒤편 언저리엔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가 땡볕 아래 차려져 있고, 그 반대편으로는 탈북민들이 직접 만들어낸 북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습니다. 그 중에 남한의 ‘콩고기'와 비슷한 ‘인조고기’라는 게 있었습니다. 김일성 수령 사망 후 북한은 홍수, 흉년, 경제의 파탄의 위기까지 겹치는 화불단행을 맞았습니다. 그때 북한인구의 10분의 1인 200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한에서의 콩고기는 선택 사항이지만 북한에서의 인조고기는 필수 사항인 것이지요. 탈북 아주머니께서 직접 만들어 주신 인조고기를 먹으면서 굶주린 북한을 느껴보았습니다.
찡함이랄까, 짠함이랄까… 고마웠습니다. 북한에 대한 느낌을 교회라는 곳에서 체험할 수 있음이. 세계적으로 선교대국이라는 남한의 거대한 타이틀이 사랑과 빵에 굶주린 북한의 형제자매들의 눈에 부끄러움으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이웃 사랑 이전에 북한은 내 몸과 같이 먼저 세워야 할 피붙이임을 다시금 되새겨 보았습니다.

통일을 생각하는 콘서트
통일을 생각하는 콘서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꽃 한 송이 핀다고 봄인가요. / 다 함께 피어야 봄이지요.” (홍순관 노래)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 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 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하덕규 노래)
반전평화, 인권, 자유를 노래했던 존 바에즈. 그녀가 불러서 더욱 유명해진 ‘쿰바야’라는 노래와 6‧25 전쟁 휴전선이 그어진 몇 해 후, 1956년에 작곡되었던 ‘고향땅’이라는 동요를 기타 하나에 염원을 실어 노래했습니다. 그리고 저만치 몇 분이 어깨동무를 하고 이 노래를 같이 불렀습니다.
“고개 넘어 또 고개 아득한 고향 / 저녁마다 노을 지는 저기가 거긴가. // 날 저무는 논길로 휘파람 불면서 / 아이들도 지금쯤 소 몰고 오겠네.”
“이 겨레 살리는 통일 /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 통일이여 오라.”
토요일 오후 2시. 그늘 없는 땡볕 아래 땀방울이 눈으로 흘러들어 노래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앵콜곡으로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하시는 하나님’을 트럼펫으로 노래하며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통일을 위한 발걸음
한국에, 동네에, 학교에, 골목에 통일 노래가 들리지 않더라는 한스 할아버지의 말에 저는 공연 때마다 통일노래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통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음을 배웁니다. 통일 생각하기를 계속하는 것, 탈북민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것, 그들 자녀들에게 작은 관심을 표하는 것, 통일노래를 부르는 것 등 각자의 자리에서 사랑과 빵에 굶주린 북한 형제들을 위해 손 모아 기도하는 것.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통일을 위한 작은 발걸음들입니다.
만약, 우리의 입술에 통일 노래가 아직 없는데, 우리의 손길에 통일을 위한 작은 나눔이 아직 없는데, 어느 날 냉큼 통일이 되어진다면 그때의 부끄러움은 어찌할까요. 더 이상 통일을 위한 나눔의 기회가 사라졌을 때, 그 어정쩡함은 어찌할까요. ‘통일을 생각하는 바자회’가 우리네 교회들에게서 많아지고, 그 속에 ‘통일을 생각하는 콘서트’가 많아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흥얼거려지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사랑할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요. / 사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요. // 바로 지금, 지금이 그때죠 / 바로 지금, 지금이 기회죠.”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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