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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는 매일 매일 ‘기적’이 일어납니다”
생활공동체, 부산 무지개공동체
[143호] 2012년 12월 16일 (일) 박보영 @
여기, ‘한 슬픔’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밀려난 이들을 교회에서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초점 없는 눈, 비틀거리는 걸음, 남루한 행색에 역한 냄새까지 풍기는 이들…. 세상에서 밀려나 거리로 내몰린 그들을 오늘의 교회는 받아들일 공간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 ‘한 기쁨’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밀려난 이들이 한데 모여 살며 새 희망으로 새 출발을 하는 곳입니다. 거리에서 구걸하던 이들이 오히려 세상을 돕고 세상을 일으켜 세우는 사람으로 변모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유턴’(U-Turn)하는 풍경이라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유턴한 사람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희망의 노래를 여기 소개하고 싶습니다.
하나님 내가 이 세상을 지날 동안에 / 언제나 사랑의 씨를 늘 뿌리며 살게 하소서 / 소망 없는 세상의 황량한 들판에서도 / 나 씨 뿌리며 가꾸며 꽃 피울 수 있도록
하나님 내가 이 세상을 지날 동안에/ 언제나 주의 말씀 늘 기억하며 살게 하소서 / 내 마음 서럽고 아파 눈물 날 때도 / 그 말씀 의지하면서 나 일어설 수 있도록
세상에서 정처 없이 헤매며 오갈 데 없었던 이들이 이제는 변화되어 세상을 보살피며 보듬어가는 품 너른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을 보면 가장 밑바닥 인생이 오히려 하나님의 마음을 더 자세히 만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일꾼이 된 그들을 보면서 저는 많은 것을 배웁니다. 사랑이란 가장 낮은 곳에 있음을, 하늘 향해 구하는 은혜는 낮은 곳에 사랑의 손길을 건넬 때 비로소 길어 올릴 수 있음을! 아마도 지상에 작은 하나님의 나라가 있다면 바로 이곳, 날개 꺾인 남자들의 안식 공동체, 잃어버린 모성을 찾아주는 공동체, 바로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위치한 무지개공동체일 것입니다.

미소를 ‘전염’시키는 전도사님
무지개공동체는 길바닥에 내몰린 이들과 사회에 적응할 수 없었던 이들, 수도 없이 살기를 포기한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활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이 공동체를 이끄는 이는 카리스마 넘치는 강직한 남성이 아닙니다. 너무도 가냘프고 여린 여 전도사님입니다. 그런데, 이 전도사님을 만나면 누구나 그녀의 미소에 전염되고 맙니다. 어떻게 그렇게 천국의 햇살 같은 얼굴을 할 수 있는지…. 늘 ‘풀리지 않는 숙제’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그럼에도 지상에 없을 듯한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홀로 있는 시간, 골방의 깊은 기도 자리는 늘 눈물의 바다일지도 모릅니다.
깨어진 거울과 같이 일그러지고 날카로운 자아상을 가진 거친 남자들…, 술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 죽음이라는 단어가 친숙한 시한폭탄 같은 그들 영혼에 희망을 불어넣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들을 도우려하지만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멱살 잡히는 일은 다반사이고, 심지어는 칼날의 위험까지 겪어내야 했던 때도 있었답니다.
10여년이 넘도록 김기숙 전도사님은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공동체에는 언제나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거친 형제들이 모여 사는 터라 여차하면 싸움이 일어나곤 하지요. 밤을 지새우며 불침번 서듯 지켜내 온 세월이 길고 깁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초월’이지만, 그 말씀대로 살아낸다는 것은 ‘포월’(기어서 담을 넘다)입니다. 그런 포월의 삶이 끝내 희망을 일구어 냅니다. 그런 눈물의 강을 지나며 하나님의 꿈을 익혀가는 무지개공동체를 보며 하나님의 약속은 그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여 생명을 던지는 자들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일곱 색깔 찬양팀’ 구성
그렇게 햇살 하나 들지 않는 지하에서 10여년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쌓아온 무지개공동체가 드디어 비산비야(非山非野)의 무지개 동산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하나님은 조금 더 나은 환경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정부의 도움을 일체 받지 않은 채 엘리야의 까마귀처럼 하나님의 일용할 양식으로 그 거친 식구들을 데리고 살아 왔습니다. 얼마 전엔 그런 무지개공동체가 안쓰러워 마음 따뜻한 이들이 후원회를 조직했습니다. 그 후원회를 들여다보니 역시 천사의 마음을 지닌 가난한 이들이었습니다. 내심 물질은 어렵겠구나 싶었지만 하나님은 또 어떻게 일하실까 기대가 더 컸습니다.
저는 매 주 한 번 기타교실을 열어 무지개공동체의 형제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곱 색깔’이라는 찬양팀도 만들어 간간이 병원과 작은 교회에서 찬양과 은혜를 나눕니다.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저는 형제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갈수록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웬만한 간증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듯합니다.
한 형제는 젊은 날 수십억의 사기를 당했는데, 그로 인해 온 집안과 지인들까지 모두 곤경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속인 사기꾼을 찾아 죽이기 위해 수년간 헤매다가 결국 노숙자로 전락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병이 들고 결국 병원에 실려갔다가 전도사님을 만나 새로운 삶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형제는 이제 어떡하면 주님께 쓰임 받을 수 있을까 밤낮으로 고민하며 살아갑니다. 건강이 예전 같지 않고, 주님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그 형제가 기타 하나를 가지고 작곡을 했는데, 얼마나 선율이 아름답고 내용이 복음적인지, 특히 그 형제의 삶이 얼마나 고스란히 녹아 있는지, 저는 그 노래를 가슴으로 붙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내 맘에 근심이 찾아와도 내 맘에 고통이 찾아와도 / 내 맘에 불평이 찾아와도 예수님 안에 만족 있네. / 내 맘에 감사가 사라져도 내 맘에 기쁨이 사라져도 / 내 마음에 평화가 사라져도 예수님 안에 만족 있네.
오직 예수님 한 분만이 나의 인생인 걸 / 오직 예수님 한 분만이 참 평화 주시네.
- 오직 예수님 한 분만이 / 임영길

매일 기적이 일어나는 곳
무지개공동체는 2005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김 전도사님이 공동체를 시작한 동기는 공기처럼 가벼웠습니다. 그저 “하게 하심으로”가 대답의 전부입니다. 걸어왔던 길에 계획은 없었고, 주춤하던 시간에 한꺼번에 모여든 형제들을 감당할 틈도 없이, 밀려가듯 끌려가듯 시작된 일입니다. 그리고 그녀 앞에 모여든 이들은 하나같이 사랑이 그리운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녀를 ‘엄마’라고 부릅니다.
김 전도사님은 어릴 적 꿈이 고아원 원장입니다. 한 때는 고전 무용을 배우고 싶어하기도 했지만 살아오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대신 늘 ‘해야만 하는 일’에 쫓기며 살아왔습니다. 언제 어느 때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의 연속 속에서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삶이었습니다. 어떻게 시작되었든 늘 마무리는 내 몫이라는 게 전도사님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도사님은 형제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와 눈물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하나하나 알아간다고 고백합니다. 인력도, 재정도, 모든 것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운영되어지는 무지개공동체는 공동체 자체가 나눔과 섬김의 사역입니다. 지식도, 기술도, 자본도 없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섬김을 통한 배움 밖에 없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동체 형제들은 ‘돕는 자’로 서서히 변화되어 갑니다. 개척 교회와 미자립 교회를 지원함으로써 낮고 작은 교회, 가난한 교회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지는 것을 목도합니다. 그리고 이들 역시 몸도, 마음도, 영혼도 안정되어가며 하나님의 사역자로 세워져 갑니다. 그래서 무지개공동체는 매일매일 기적이 일어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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