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교회로 집회를 가던 중, 별안간 일어난 차량 추돌사고로 인해 저는 밀양의 어느 병실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는 제가 찾아간 공연이었다면 이번 콘서트는 제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찾아 온 그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입니다. 어떻게든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를 이어가시는 하나님의 기묘하심을 보며 하나님의 눈길이 어디를 향하시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도움이 필요한 청년
입원한 지역이 밀양이다 보니 밀양에 거주하시는 김 집사님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입원 소식을 전하면 괜히 걱정부터 앞세우실까봐 전화를 주저했는데 뵌 지도 오래 되었고 이 때 아니면 또 언제 뵈려나 싶어 전화를 하게 되었지요.
“쉼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합니다!”라며 김 집사님이 제 병실로 와주셨습니다. 반가운 인사 뒤, 집사님은 근래 자신의 삶에 일어난 한 사건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어느 날, 대낮에 한 청년이 만취한 상태로 교회당에 들이 닥쳤습니다. 그는 쫓기듯 불안한 눈빛으로 목사님을 붙들고 살려달라고, 죽을 것만 같다고, 누군가가 자기를 쫓아다닌다고 횡설수설하며 끊임없이 자기 얘기를 쏟아냈습니다.
목사님은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을 몰라, 다급히 김 집사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김 집사님은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교회로 달려갔습니다. 한눈에도 청년의 상태는 심각해보였습니다. 몰골은 초췌하기 그지없었고 그의 눈에선 초점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청년을 안정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지만 인적 사항이 불분명한 이유로 입원수속이 까다로웠습니다. 하지만 집사님의 보증과 지속적인 설득으로 인해 청년은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집사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청년은 링거지지대를 휘두르며 간호사들을 위협했고 그야말로 병실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달려온 집사님은 겨우 청년을 안정 시켰고 가까스로 입원을 유지시킬 수 있었습니다.

고난 속에 커져가는 믿음
집사님은 그 와중에 청년에게서 이상증세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청년은 매일 환청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것이 무서워 매일 술을 마셨던 것입니다. 퇴원 후 청년은 집사님에게 급한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어렵게 마련해 줬더니 그것을 가지고 20여일을 넘도록 나타나지 않다가 또 다시 폐인이 된 모습으로 거지꼴을 하고 나타나서는 살려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길 여러 번 때로는 협박과 공갈, 심한 욕설까지…. 청년의 상태는 점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집사님은 그런 청년을 내칠 수도 없고, 거절할 수도 없는 곤란한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순종하기로 결단하고, 그 청년을 예수님처럼 섬기기로 작정했습니다. 집사님은 청년을 섬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말소되었던 주민등록증을 재등록 시키고, 좋은 옷을 사서 입히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 원룸까지 마련하여 끼니마다 알뜰살뜰히 챙겨 주었습니다.
청년은 차츰차츰 병세가 호전되어 인력회사를 통해 막노동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에게 찾아온 어쩔 수 없는 금단현상은 평화롭던 청년의 일상을 다시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환청과 환상으로 어떤 존재가 자기에게 윽박지르고 자꾸만 명령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존재는 집사님을 멀리하지 않으면 자기를 죽인다는 등 협박을 가한다고 했습니다. 청년은 김 집사님께 욕설과 폭력을 서슴없이 행했습니다. 하지만 김 집사님은 그 청년에게 역사하는 악의 영을 느끼고, 청년을 위해 더욱 열심히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집사님의 아름다운 섬김
신기하게도 이런 상황은 집사님의 믿음을 더욱 담대하게 만들어 갔고 더 큰 사랑과 인내를 부어주시는 하나님을 느끼게 했습니다. 집사님은 단 한 번도 그 청년에게 화를 내거나 큰소리로 말한 적이 없고, 오히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청년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끝없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집사님은 점점 그 청년과 자신의 눈높이를 맞추게 되었고 그 청년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을 통해 예수 이름 아래 악한 영이 무너지는 것을 깊이 체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집사님의 이야기가 한창일 때 마침 그 청년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에 집사님께 전화를 걸었다는 청년을 대하는 집사님은 마치 친아들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따뜻하고 정답게 대화를 나누셨고 어떤 가족이 그렇게 살갑게 대화를 할까 싶을 만큼 허물없고 진솔한 대화가 수화기 너머로 이어졌습니다.
김 집사님은 교회에 많은 일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남들의 손이 가지 않는 곳,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일들을 찾아서 하는 기쁨이 너무나 크다며 즐거워하셨습니다. 지극히 작은 한 사람을 위한 집사님의 섬김이 너무 귀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사님을 축복하고 그의 믿음의 길을 축복하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제 병실로 집사님을 초대해 그분만을 위한 작은 공연을 펼치려 합니다.

주가 예비하신 나의 본향 집에 나를 부르실 그날까지.
험한 십자가를 항상 달게 지고 내가 죽도록 충성하리.
최후 승리를 얻기까지 주의 십자가 사랑하리.
빛난 면류관  받기 까지 험한 십자가 붙들겠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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