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소통'펴낸 장혜순 사모

40여년을 한 목회자의 아내이자 두 아들의 어머니로, 그리고 이제 세 손자·손녀의 할머니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더구나 고국을 떠나 먼 미국에서 사모로서 한인 목회 사역에 동참한다는 것은 어떤 빛깔과 무늬로 다가올까? 장혜순 사모의 책 ‘영혼의 소통’(쿰란출판사)에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의 편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젊은 시절, 장 사모에게는 개인적으로 무거운 역할이 주어져 있었다. 뉴욕영락교회 담임이었던 남편 한세원 목사의 사모로 감당해야 할 짐이 많았던 탓이다.
신실한 하나님의 종이었던 남편은 따뜻하지만 엄격하고, 부드럽지만 예리해서 한 남자의 아내라는 여자의 입장에서는 한없이 가깝고도 어려운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런 남편도 은퇴하고 나이 들면서는 젊은 날 자신의 주변을 단단하게 감싸고 있던 긴장의 끈이 풀리며 조금은 둔해지고 때로는 실수도 한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눈에는 따뜻한 연민이 어린다.
장 사모의 책은 ‘심플 라이프’와 ‘마음의 습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저자의 글쓰기는 파킨슨 병이란 개인적 불행이 도화선이 되었다.
“2000년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은 단순히 육체의 문제로 끝난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을 동반했습니다. 정직하게 잘 살려고 노력했는데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란 의구심 때문에 분노와 회의에 시달렸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믿음으로 견디면서 상담을 받으러 다녔는데 그곳에서 글을 써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장 사모는 비로소 자신의 병을 외부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주관적으로는 엄청난 고통의 원인이었던 것이 객관화시켜 보니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고의 전환이 찾아왔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 전체를 객관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것의 결과물이 장 사모의 책들이다.
장 사모의 책 속에는 한경직 목사의 동생이었던 한승직 목사의 며느리이자 한세원 목사의 사모로서의 삶, 또 염광중학교 교사이자 미국에서 이중언어교사로 보낸 20여년의 시간들, 그리고 퇴임 후에는 부부가 함께 선교지를 돌며 강의하던 내용 등 장 사모의 삶과 신앙,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작은 사건들이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김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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