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딱한 형식의 껍질속에 불안한 속살을 감춘갑각류 크리스천 (레드편) / 옥성호 지음/ 테리토스

저격수가 돌아왔다.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마케팅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엔터테인먼트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이후 잠시 ‘아버지 옥한흠’이나 ‘진영’을 통해 곁길(?)로 빠졌던 저자가 자신의 전쟁터로 복귀했다. 이번 작전명은 ‘갑각류 크리스천’.
‘갑각’한 평신도와 ‘갑각’한 목회자를 겨냥한 그의 총구는 수십 킬로미터 밖의 타깃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원샷 원킬!’. 민감한 촉수와 날카로운 이성으로 무장한 그의 활자들은 잠들어있던 우리의 허위의식 속에서 예리하게 폭발한다. 주변엔 부서진 ‘갑각’의 잔해들이 무성하다.
이 책의 핵심코드는 ‘갑각’이다. 왠지 ‘갑갑’으로 잘못 읽게 되는 이 ‘갑각’은 새우나 가재, 게처럼 단단한 외피로 자신을 감싼 절지동물을 의미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혹은 손해 보지 않기 위해, 혹은 변화를 거부하기 위해 허위의식으로 단단히 자신의 외부를 무장한 기독교인의 상징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갑각류 크리스천들은 유행에 민감하다. 그래서 내적이고 영적인 부분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형식과 행동에 민감하다. 또 성공의 논리를 철저하게 내재화해 하나님의 축복과 성공을 동일시하며, 찬양과 같은 감성적 고양에 매달리고, 이성적이고 치열한 신앙적 고민에는 생래적인 거부반응을 갖고 있다.
저자가 보기에 이러한 갑각류 크리스천들은 오늘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한국교회 교인의 모습이고, 그 모습은 어떤 면에서는 안타깝지만 동시에 다분히 우스꽝스럽다. ‘스토킹 전도’에서 ‘셀프 소명자’로, 다시 ‘침묵의 카르텔, 닥치고 아멘!’으로 이어지는 ‘갑각들’의 행진은 마치 ‘개그 콘서트’의 한 장면처럼 진부한 코미디다.
하지만 저자의 이러한 시니컬한 시선을 편벽된 냉소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그의 이전 책들이 그러했듯이, 와해된 ‘갑각’의 상처에서 비로소 진정한 의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 내성적이고 반성적 사유를 기초로 한 의문은 신앙의 본질에 대한 치열한 탐구의 시작이고, 적어도 저자가 보기에 그 탐구는 성숙한 신앙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번 책은 갑각류 크리스천의 ‘레드편’이다. 조만간 ‘블랙편’도 출시된다고 한다. 전도(顚倒)된 우리의 허위의식에 예리한 직격탄을 날려대던 저자가 ‘블랙편’을 통해 안개가 해체된 투명한 풍경과 그 미래의 가능성을 어떻게 제시하고 보여줄지 자못 기대된다.

김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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