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노트북

90일 성경일독 운동이 시작되던 날 아침,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성경을 찢어라!’ 순간 나는 불경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반문했다. ‘성경을 찢어라? 성경을 찢으라니?’ 그러는 사이 바로 뒤이어 든 생각은 ‘읽지 않는 성경은 찢어라!’였다.
이런 표현들이 하나님이 주신 표현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나는 주님께서 내 마음에 말씀하시는 생각이라 여기고 마음속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주님, 성경을 찢으라니요?”
“다른 책들과 똑같이 먼지 쌓인 채 성경을 내버려두고 읽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나의 영광을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읽지 않는 성경은 찢어라!”
하지만 곧이어 주님은 내게 정말 들려주고 싶은 표현이 생각나게 하셨다. ‘마음을 찢어라! 성경이 읽어지지 않는 네 마음을 찢어라!’ 그때야 나는 안도하며 ‘아, 성경을 찢으라는 게 아니라 정말 하시고 싶은 말씀은, 성경 말씀이 읽어지지 않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네 마음을 찢으라는 거였구나’라고 마음속 대화를 정리했다.
그날 나는 90일 성경일독 인도자반에 온 140여 명의 참석자들에게 아침에 내 마음속에 오간 대화를 나누며 기도회를 인도했다.
“여러분, 우리가 성경을 가르친다면서 사람들이 이 말씀으로 변화되기를 바랐지만, 정작 나 자신은 말씀 앞에 무릎 꿇지 않았다면, 회개합시다. 나 자신부터 말씀 앞에 무릎 꿇읍시다. 나 자신부터 말씀 앞에 엎드립시다. 마음을 찢읍시다. 성경 말씀이 읽어지지 않는 내 마음을 찢읍시다!”
지난 2월 초 90일에 성경을 일독하는 ‘통큰통독’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무료 저자 특강을 열었다. 성경 통독에 대한 성도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500여 명이 모였다. 그날 집회가 마칠 즈음, 다음 주에 ‘인도자를 위한 특강’이 있을 것이라고 광고했다. 일주일 후 240명이 다시 모였다.
그리하여 성경을 직접 읽으며 일주일에 한번 모여, 한 주 동안 읽을 내용을 미리 배우고 삶을 나누는 ‘통독 인도자반’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한 목사님이 “나는 30년 이상 목회를 했는데, 성도를 수단화했습니다. 회개합니다”라고 고백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하나님이 주인되시는 인생이 되어, 하나님의 뜻을 하나님의 방식으로 순종하므로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내가 내 인생의 주인되어 내 뜻을 내 방식으로 이루는 내 나라를 건설하다가 망하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이 하나님 나라의 관점이 성경 통독을 ‘메가 큐티’로 만들어 준다. 
이와 같은 성경일독학교 형식의 모임이 각 교회로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출판의 새로운 방향을 확신하게 되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그래서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책을 읽어주는 시대에 ‘북 미니스트리’는 필수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제 책을 출간하기만 해서는 출판의 소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출판된 책은 독자로 하여금 경험하게 해야 한다. 지금은 ‘북 미니스트리’의 시대다.       

유종성(두란노서원 출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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