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따뜻한 기억 만들기

▲ 당신의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 한스 라트, 에드가 라이 지음/ 용진지식하우스 펴냄
우리는 어쩌면 ‘기억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다면 지금의 나는 참으로 막막한 존재이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의 연속성은 결국 기억에 의존한다. 그 기억의 상실은 결국 존재의 상실이고 정체성의 상실이다.
너무 어렵게 이야기를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추억’ 때문이다. 우리의 기억은 때론 고통스럽고, 때론 아프고, 때론 행복하지만, 어쨌든 기억은 기억으로서 분명히 우리 존재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책 <당신의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는 이 기억에서 출발한다. ‘당신의 아이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선사하라는 것’. 거창하게 시작한 서두에 비해 결론이 너무 싱겁다.
‘자기만의 집짓기, 엄청나게 긴 칼과 매우 큰 모래성 만들기, 단 둘이서만 캠핑하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 하늘을 나는 연이나 비행기 만들기….’ 이 책의 저자들이 제안하는 추억쌓기는 다소 유치하고 웃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제안들이 불현듯 의미를 지니는 것은 우리가 아이들과 ‘진정한 교류’를 나누고 있는가란 질문 때문이다. 너무 바쁘고 너무 피곤한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과의 교류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호화로운 놀이동산과 쇼핑, 영화 구경으로 아이들과 ‘교류’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과연 함께 한 놀이동산과 쇼핑의 기억이 아이들의 뇌리 속에 ‘따스했던 기억’으로 자리잡을까? 솔직히 의심스럽다.
이 책은 단순하지만 따스하고 본질적인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관해 알려주라고 말한다. 그 방법은 절대 복잡하지 않다. 가령, 촛불을 켜고 함께 있거나, 둘 만의 암호를 정하거나, 손가락으로 집어먹거나, 괴물놀이를 하고, 산을 오르는 것과 같은 단순하지만 ‘함께’하는 행동들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경험을 아이와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공유의 경험’은 먼 훗날,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또는 슬프고 힘들 때, 아이의 기억 속에서, 혼자 조용히 꺼내볼 수 있는 ‘따스했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저자 한스 라트와 에드가 라이는 독일의 작가이자 소설가이다. 한스는 1965년 생으로 철학, 문학,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2009년 소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에드가는 1967년 생으로, 음악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대표작으로 <아버지의 사랑> <내년 여름> 등이 있다.

김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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