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의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마음에 가득합니다. 그날 밤 잠을 자면서도 아이들의 눈망울과 꾸밈없는 풋풋한 노랫소리가 제 영혼을 푸르게 합니다. 누군가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물으면 “예수님을 만났으니 이제 착하게 살고 싶다”고 말할 것입니다.

제 몸보다 큰 푸른 머리채를 한 가녀린 어린 소나무가 의기양양하게 자기의 꿈을 말합니다.
“나의 꿈은 봄이 아니에요. 나의 꿈은 늘 푸른 거예요.”

어린 소나무의 꿈이 제 노래의 향방을 뜨끔하게 합니다.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노래보다 어떠한 날이 오더라도 잘 이겨낼 것을 노래함이 더욱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작년 이맘때 어느 할머니 전도사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노래를 하러 갔습니다. 가보니, 교회학교 유치부 행사였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하나? 다행히 시간이 한 시간 반 정도 남아 있어서 전도사님께 아이들 서너 명을 제게 붙여 달라 하고선 예전에 만들었던 동요도 아닌 것이 딱히 장르라고도 할 것 없는 짧은 노래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쳤습니다.

첫 번째 곡은 “별비눈꽃”(작자 미상, 좋은날풍경 1집 수록곡)입니다.

별을 좋아하는 사람은 꿈이 많고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슬픈 추억이 많고
눈을 좋아하는 사람은 순수하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름답고
이 모든 것을 좋아 하는 사람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

별보다 명예를 더 좋아하고 꽃보다 돈을 더 좋아하는 세상에 이 노래는 세상을 맑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두 번째 곡은 “강아지 똥”(최용우 작시, 좋은날풍경 2집 수록곡)입니다.

사람들아 길을 가다
강아지 똥 보거든
더럽다 침 뱉지 마라
그 똥은 민들레 밥이다.

한국의 지성인들과 어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강아지 똥”이란 동화를 쓰신 권정생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의 눈엔 강아지 똥이 그저 더러워 그저 침이나 뱉으며 지나갔지만 유독 권정생 선생님의 눈엔 민들레 밥으로 보였음이 참 귀하지요. 세상을 참 아름답게 보는 눈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어두운 방에 스위치가 켜지듯 동요 한 곡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슴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던 노래입니다.

“시냇물”(이종구 작시, 권길상 작곡)입니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 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아이들이 이 노래를 따라 부를 때 발음이 참 귀여웠습니다. 낸무야 을러을러 어디오 가니
간무따야 가고지퍼 강으오 간다.

드디어 아이들 앞에 노래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의 무작정 갈채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습니다. 제 인생에서 지금껏 가장 어린 사람들 앞에서의 무대입니다. 두려운 건 무슨 말을 했을 때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나 하는 것과 무반응이면 또 어떡하나, 그 두 가지였습니다.

아이들은 그새 서로 장난치고, 소리 지르면서 주위는 시끄럽습니다. 어릴 적 선생님들이 자주하셨던 게 기억났습니다. “합죽이가 됩시다!” 하고 선창을 하니 아이들이 “합!”으로 굳은 약속이나 한 듯 화답을 하고 조용합니다. 그리곤 “준비됐나요?” 하고 선창을 하니 아이들이 “준비됐어요” 하고 깔끔히 화답을 합니다. 역시 아이들입니다. 왠지 모를 감동에 용기가 생깁니다. 아이들의 천진함과 단순함, 호기심어린 눈동자가 천사처럼 보입니다.

앞서 노래를 가르친 서너 명의 아이들과 먼저 노래를 불러주고 모든 아이들에게 따라 부르게 했습니다. 기대 이상입니다. 너무도 잘 따라 부릅니다. 한곡이 신나게 끝났습니다. 아이들 중, 특히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크게 낸 친구 한 명을 불러내어 자기소개를 하게 합니다. 별 말 아닌데도 폭소가 터져 나와 기쁨이 배가 됩니다. 그 아이에게 선물을 하나 주고 앉게 합니다. 다음 곡 “강아지 똥”을 같은 방법으로 부릅니다. 아이들은 상을 받고 싶어 귀청이 떨어져라 고함을 치며 노래합니다. 그렇게 저렇게 행사가 끝나고 저는 도망치듯 빠져 나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만 해도 아름답습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뭔가를 아이들에게 배우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마음에 가득합니다. 그날 밤 잠을 자면서도 아이들의 눈망울과 꾸밈없는 풋풋한 노랫소리가 제 영혼을 푸르게 합니다. 누군가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물으면 “예수님을 만났으니 이제 착하게 살고 싶다”고 말할 것입니다. 천국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다지요?

얼마 전 눈물이 핑 돌 만큼 아름다운 동요 한 곡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곡을 세상 모든 어른들에게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그리는 세상”(장사경 작사, 이강산 작곡)입니다.

하얀 도화지에 나는 그려요
어른들이 잃어버린 아름다운 세상을
하얀 도화지에 나는 그려요
웃으면서 남을 돕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무지개 보다 더 아름다운
그런 멋진 세상을

그 날 이후 제 꿈도 서서히 바뀌어 갔습니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이런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철든 아이

사랑 없으면 철없는 어른이 되어가고
사랑 있으면 철든 아이가 되어 간다네.

나의 꿈은 철든 아이. 나의 꿈은 철든 아이.
내 나이 예순둘, 내 나이 일흔셋
그때도 여전히 변치 않는 꿈.

나의 꿈은 철든 아이. 나의 꿈은 철든 아이.
내 나이 일흔넷, 내 나이 여든셋
그때도 여전히 변치 않는 꿈.
사랑 많은 철든 아이가 되는 꿈.

-좋은날풍경

5월이 가기 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이 뭔지, 아이들의 해맑음을 보며 그리고 성경에서 이르는 천국은 어떤 자의 것인지 돌아보고, 어린 소나무의 꿈처럼, 그리고 사랑 많은 철든 아이가 되는 꿈을 함께 꾸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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