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곳과 나를 꼭 필요로 하는 곳, 둘 중 어디에다 나를 세울 것인가 생각해 봅니다. 모과의 말은 오래오래 잠복해 있다가 어느새 영혼 깊숙한 데로 파고들어 삶의 지휘봉을 만지작거립니다. 무슨 일을 만나더라도 이제 내 안의 모과는 말합니다. ‘그 일이 진정 그분을 위한 건가요?’


화장실 변기 위에 놓인 흠집 난 노란 모과에게 묻습니다.
“모과야! 너도 과일인데…그리고 여긴 화장실인데…괜찮니?”
모과는 향긋한 미소로 말합니다.
“좋은 데 있는 게 좋은 게 아니고요, 꼭 필요한 데 있는 게 좋은 거지요.”
모과의 말에 저는 할 말을 잊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곳과 나를 꼭 필요로 하는 곳, 둘 중 어디에다 나를 세울 것인가 생각해 봅니다. 모과의 말은 오래오래 잠복해 있다가 어느새 영혼 깊숙한 데로 파고들어 삶의 지휘봉을 만지작거립니다. 무슨 일을 만나더라도 이제 내 안의 모과는 말합니다.
‘그 일이 진정 그분을 위한 건가요?’
내 안의 모과는 그렇게 영의 일과 육신의 일을 가려냅니다. 그러고 보니 주님의 일이라 여기며 바삐 오간 일들 가운데 많은 일들이 사실은 주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속여 온 셈입니다.


큐티사역을 하시는 목사님으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습니다.
“교도소에 가는데 함께 가서 콘서트를 열어주실 수 있으세요?”
내 안의 모과는 ‘얼른 가서 노래하라’ 말합니다. 모과의 말에 따릅니다.
굵은 자물쇠가 채워진 교도소 안쪽 벽면에는 이런저런 표어들이 붙어 있습니다. “잘못한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잘못한 것을 돌이키지 않는 게 부끄러운 것이다”라는 표어가 그중에서도 눈에 띕니다.

재소자들과 함께 QT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태껏 그렇게 밝고 평화로운 모습의 ‘담안 형제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좋은 것을 잃었지만 꼭 필요한 것을 얻은 얼굴입니다. 내 안의 모과는 말합니다. ‘오히려 넓고 자유로운 세상이 어쩌면 너의 감옥일지 몰라.’

내게 있는 자유란 것도 때로는 방탕으로 향하는 지름길인지 모릅니다. 어둠속을 가득 채운 도시의 빛들이 밤하늘의 별을 가리는 공해인 것처럼…. 자유이든 빛이든 그것이 꼭 필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 때 아무리 아름답고 소중한 것조차 쓸모없어지는 법입니다.
말씀을 나누고 삶을 이야기합니다. 깨달음이 깊어서 굵은 눈물이 흐릅니다. 맑은 눈물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로 만나 찬송합니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주의 얼굴 뵙기 전에
멀리 뵈던 하늘나라
내 맘속에 이뤄지니
날로날로 가깝도다.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할렐루야 찬양하세
내 모든 죄 사함 받고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주의 말씀에 구속되어 천국을 살아가는 형제들을 봅니다. 내 안의 모과는 다시 말합니다. ‘밖을 치장한 화려한 빛보다 안에서 비치는 빛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날 이후 내 안의 모과는 자꾸 이런 노래를 흥얼거리게 합니다.


다 버리면
다 얻으리
그 또한 버리리
예수님 한 분만.
-좋은날풍경의 ‘오직’


이 노래를 하면 낯이 뜨거워지고 마음에서부터 눈물이 흐릅니다. 꼭 있어야 할 것들이 어디에 꽁꽁 숨어버렸을까. 정작 없어도 될 것들이 즐겨찾기 박스에 소복이 쌓여 있는….


내려가야 아름다운 것
노을.

떨어져야 아름다운 것
낙엽.

버려야 아름다운 것
나.
-한지현 님의 ‘아름다운 것’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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