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때문에 마음이 상했습니다. 쉽게 지워지질 않아 우울하게 교실에 앉았는데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웬 총각이 들어오네요.
“선생님, 저 아시겠어요?”
6년 전 가르쳤던 제자가 수능을 봤다고 교통도 불편한 곳을 산 넘고 물 건너 찾아 온 겁니다. 키가 187cm 라는 데 어찌나 커 보이던지. 그 아이가 자란 만큼 벌써 시간이 흐른 모양입니다. 얼마가 지났을까? 방과 후 활동을 마친 우리 반 공주님이 문을 빼꼼이 열더니 종종걸음으로 와서는 누가 볼까 두 손을 몰래 펴는데, 제 손에 조그만 초콜릿 하나를 주고 가는 겁니다. 미닫이문을 닫으면서 살짝 눈인사까지 하고는, 앙증맞게도….
마음이 상한 것도 사람 때문이고 위로가 되는 것도 사람 때문이네요. 사실 그 녀석을 가르친 해는 많이 행복하기도 했지만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 내 힘으론 안 된다는 한계도 만만치 않게 느낀 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녀석이 찾아온 것이 얼마나 더 반갑고 고맙던지요. 기분이 한결 좋아지더군요.
성탄의 계절, 해마다 이 맘쯤이면 예수님의 오심을 생각합니다. 세상에 오셔서 우리에게 섬김을 요구하시고 희생을 요구하셨다면 지금 내가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요. 그런데 하나님의 아들이 섬김을 받는 대신 섬겨주셨고 사람을 몇 번이나 용서해야 하는지 손가락으로 계수하는 날 위해 모든 죄와 허물을 하얗게 씻어 주시고는 나도 그렇게 끝까지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가르쳐 주시네요.
사람을 의지하면 실망하고 상처 받기 십상이지만 예수님을 바라보면 그 사람을 다시 사랑하고 싶어집니다. 친히 낮은 곳에 내려오심으로 보여주신 예수님의 사랑이 하얀 눈처럼 이 땅에 포근하게 내리고 있네요. 예수 믿으세요.

수필가이자 상원초등학교 교사인 그녀의 글쓰기 주제는 자신의 행복이 시작되는 삶 속 따뜻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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