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저 뒤에서 번쩍 손을 든 한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 수백 명이 되는 청중들이 일제히 박수로 아버지의 등장을 맞았습니다. 딸이 서 있는 무대를 향해 천천히 그리고 당당히 걸어 나오시는 아버지의 걸음에서 우리는 딸을 자랑스러워하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보는 듯했습니다.


작년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 행사를 기획하면서 우리들만의 행복한 시간도 좋지만 누군가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시간을 만들어주는 일은 더욱 좋은 일이라 여겼습니다. 예수님을 모르는 한 영혼을 초청하여 그에게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가족 모두가 교회에 나오는데 아빠만 집을 지켜요. 그래서 아빠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하던 어느 자매의 눈망울이 떠올랐습니다. 그 자매에게 전화를 하여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들었습니다. 인생의 황혼을 향해 가는 아버지는 고단한 듯 보였고 가족에게 든든한 울타리로 서 있지만 한편으로는 평안을 누리며 누군가에게 기대어 쉬고 싶은 연약한 인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을 외면하는 모습이 딸의 눈에는 한없이 슬펐습니다.

주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그 밤에 우리는 특별순서로 자매의 아버지를 초대해 선물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자매도 기뻐하며 동의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자연스러운 자리를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자매의 아빠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참 좋아하는 분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빌미로 크리스마스이브 행사에 딸이 공연을 하니 꼭 구경 오시도록 초청한 뒤, 깜짝순서로 딸이 아빠에게 ‘크리스마스 편지’를 읽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순서지에는 편지낭독자를 ‘?’로 숨겼지요.


드디어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자매의 아빠는 퇴근이 늦었고, 안 가면 안 되겠느냐며 미안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늦더라도 꼭 오시라고 설득한 뒤 우리는 순서를 계속 뒤로 미뤘고, 손에는 땀이 났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자매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며 아빠가 나타났을 때 우리는 ‘크리스마스 편지’ 코너를 진행했습니다. 자매는 마음을 담아 준비한 편지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방송실에서 배경음악을 내보내는 저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제나 가족을 먼저 생각하시고 당신의 인생을 모두 가족을 위해 내어주신 아빠. 감사해요. 그리고 존경하고 사랑해요. 그 동안 받기만 했던 사랑에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오늘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예수님을 아빠께 소개해 드리기로 했어요.”


여기저기서 눈물을 닦는 청중들의 모습이 보였고, 편지를 읽는 자매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함께 응원하였습니다. 마지막 편지지까지 모두 넘어갔을 때 ‘아빠와의 예배’라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잔잔히 흘러나왔습니다.
“이런 자매의 아빠는 누구실까요?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이 자매님의 아버지께서 이 자리에 오셨는지 궁금하네요. 아버님 오셨습니까? 오셨으면 앞으로 나와주시겠습니까?”

여기저기서 눈물을 닦는 청중들의 모습이 보였고, 편지를 읽는 자매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함께 응원하였습니다. 마지막 편지지까지 모두 넘어갔을 때 ‘아빠와의 예배’라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잔잔히 흘러나왔습니다.


진행자가 그렇게 청중을 향해 질문하였고, 모든 청중들이 두리번거리며 둘러보는데 예배당 저 뒤에서 번쩍 손을 든 한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 수백 명이 되는 청중들이 일제히 박수로 아버지의 등장을 맞았습니다. 딸이 서 있는 무대를 향해 천천히 그리고 당당히 걸어 나오시는 아버지의 걸음에서 우리는 딸을 자랑스러워하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보는 듯했습니다. 예배당은 마치 한 가족이 된 듯 뜨거운 박수로 가득했습니다.

진행자가 그렇게 청중을 향해 질문하였고, 모든 청중들이 두리번거리며 둘러보는데 예배당 저 뒤에서 번쩍 손을 든 한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 수백 명이 되는 청중들이 일제히 박수로 아버지의 등장을 맞았습니다. 딸이 서 있는 무대를 향해 천천히 그리고 당당히 걸어 나오시는 아버지의 걸음에서 우리는 딸을 자랑스러워하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보는 듯했습니다. 예배당은 마치 한 가족이 된 듯 뜨거운 박수로 가득했습니다.

아버지는 딸을 꼭 안으며 “언제나 어린아이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빠를 위로할 줄 아는 속 깊은 어른이 되었구나” 하였고, 한참 동안 딸의 눈을 바라보며 눈길을 뗄 줄을 몰랐습니다. 딸은 아빠의 손을 잡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연이어 목사님이 두 사람과 가족을 위해 축복기도를 드렸습니다. 아버지는 딸의 손을 꼭 잡고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비로소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아버지의 모습에 우리 모두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다음날 우리는 크리스마스 예배의 찬양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 나온 자매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벽에 안방 문틈으로 흐느끼는 아빠의 울음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배가 시작되기 전 찬양을 인도하기 위해 앞에 선 자매의 눈에 놀랍게도 엄마와 함께 앉아서 딸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빠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자매는 찬양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고 “아빠에게 오늘 예배에 오시라고 말도 못했는데…아빠가 오셨네요”라며 청중들에게 소개했습니다. 

그날을 시작으로 자매의 아버지는 매주 가족과 함께 예배에 참석하였고, 제자훈련 과정도 충실히 밟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편지’는 그렇게 하루 밤 사이에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습니다. 게다가 그날 행사가 있은 뒤로 청년들 여러 사람이 아빠를 생각하며 더 많이 기도했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그들의 기도가 또 열매를 맺었겠지요.

크리스마스는 사람의 입장에선 구원의 길이 열리는 날이므로 기쁜 날이지만 하나님의 입장에선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희생시킨 날이므로 한없이 슬픈 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슬픈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처럼 하나님의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때문에 우리는 ‘메리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올 크리스마스에도 그분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 보는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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